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쳐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가 ‘음원 사재기’ 의혹을 다룬 방송분에 대한 후폭풍이, 이틀이 지나도록 여전히 거세다. ‘그알’이 보여준 ‘음원 사재기’ 행태에 대해서는 가요계 관계자들 모두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사재기 의혹 당사자로 지목되어 방송에서 해명한 이들은 ‘그알’ 내용분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나섰다. 또 ‘그알’ 방송 자체가 부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오후 방송한 SBS ‘그알’에서는 ‘조작된 세계 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란 주제로 음원 사재기 의혹을 파헤쳤다. 가수 타이거JK, 말로, 술탄오브디스코, 엔터 소속사 관계자들이 출연해 음원사재기 실태를 고발했고, 닐로, 바이브, 송하예, 전상근 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소속사 관계자 인터뷰도 함께 진행했다.
방송 직후 가수들은 분노 혹은 답답한 심정을 SNS에 게재했다.
정준일은 자신의 SNS에 “모든 문제와 불행한 결과는 나로부터 온다는 게 힘든 거지. 단 한 순간도 차트 같은 것에 오르지 못해 슬픈 적은 없었다. 하던 대로 하자. 많지 않지만 좋은 사람들만 보고 내 음악이 필요한 사람들만 보고 그렇게 하자”고 올렸다. 정준일이 글을 통해 말을 건넨 사람은 소속사 엠와이뮤직의 윤동환 대표였다. 윤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내가 무능해서 이 앨범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는건가 생각이 든다. 정직하게 승부하고 싶었다”며 “정말 공정하게 해서 판단되는 거면 겸허히 받아들일텐데, 그 부분이 억울하다”면서 눈물을 흘려, 가요 관계자들의 공감을 샀다.
아이유는 ‘그알’에서 제보자가 “왜 사재기를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는 장면을 스토리에 게재해 “하지 맙시다 제발”이라고 글을 올렸고, 래퍼 아이타운키드(서민규)는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취재원 중 한 명이 자신이라고 밝히며 “‘그알’에 제보를 하고 인터뷰를 응했다고 지인들에게 말했는데 누가 저보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했다. 나는 절대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프롬은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겨 거대 유통사만 배불리고 갑질하게 만드는 건 결국 실시간 차트”라며 음원 실시간 차트 폐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외에도 현아, 선미, 솔비, 김진호 등이 사재기 논란에 유감을 표했다.
반면, 그동안 사재기 의혹을 받다가 방송에서 반박했거나, ‘그알’ 방송에 본의 아니게 등장한 이들은 ‘그알’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바이브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그알’ 취재 요청에 따라 6시간 30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각종 의혹을 해명한 내용이나 주장하는 내용들을 전면으로 뒤집을 수 있는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취재진이 처음 의도했던 각본에 맞춰져 인터뷰 내용 중 단 3장면, 그 중 해명한 부분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고 방송 내용을 부인했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용, 1위곡 매출, 음원수익 등을 덧붙였다.
닐로, 장덕철 소속사 리메즈는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보도했던 대로 실제 사재기가 있고 실행자가 있다면 카더라식 제보를 받은 그 분들의 실체를 더욱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불똥은 그룹 뉴이스트에게도 튀었다. 방송에서 한 남성이 자신이 듣지 않은 음원구매 내용이 있다고 인터뷰 했고, 이메일 화면이 공개되며 뉴이스트W 음원 구매 내역이 노출됐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는 “이메일이 방송에 노출되는 과정 중 당사 소속 아티스트와 문제가 있는 것 같이 연관 지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제작 과정의 실수 인정, 사과와 다시 보기 등 정정을 요청드린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현재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해당화면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또 방송에서 ‘음원 사재기’ 조작을 실제로 했고, 제안서를 작성했다고 나온 이 대표 역시 뷰어스에 “사실이 아니다. 제안서는 우리 회사 것이 아닌, 브로커의 것이다”라며 ‘그알’ 방송에 대응할 것임을 전했다.
‘그알’ 방송분에 대해 가요계 관계자들은 방송이라는 파급력 높은 매체와 프로그램이 ‘음원 사재기’에 대해서 다룬 것은 적절했지만,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엉뚱한 피해자들만 양산했다고 지적한다. 또, 방송에서 나온 증언들과 제시된 물증들에 대한 검증 역시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결국 ‘그알’이 어느 시점에서 또 한번 답해야 할 숙제로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