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소 업주들이 야놀자 이수진 대표가 생색내기 상생을 발표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4월 초 배달의 민족 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숙박앱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함께 도마 위에 오르자 실효성 없는 상생을 하겠다고 언론 보도에만 주력했다는 입장이다.
야놀자 이수진 총괄대표 (사진=야놀자)
야놀자(총괄대표 이수진)가 최소 광고비 인하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힌 것은 지난달 15일 이다. 야놀자는 “제반 시스템 정비를 통해 오는 5월 중 중소형호텔 제휴점 대상 최소 광고비를 50% 이상 인하한다”며 “라이트 광고 상품의 경우 최대 9만 8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어 기존 대비 최고 10만원 이상의 광고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및 상권에 따라 최대 90%까지 추가 인하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야놀자는 배달의 민족과 함께 불거진 수수료 논란에서 살짝 비껴간 모양새다. 그간 높은 수수료(15%)와 광고비로 업주들의 불만을 사온것에 대해 ‘상생’을 이야기 하며 화해를 하는 듯 보였다.
상생을 도모하는 화해의 제스처에 숙박업소 업주들이 되레 분통을 터트릴 이유가 없어 보였다.
“야놀자 이수진 대표가 이야기 하는 광고비 인하라는 것이 가장 싼 라이트 요금(10만원)을 그것도 신규 진입하는 업체에게만 50%로 할인한다는 이야기다. 5만원 할인 받는 셈인데, 실상 야놀자에 광고 신규 업체가 얼마나 될 것 같나? 90% 이상의 업소가 이미 야놀자를 이용하고 있다”
말인 즉슨, 90% 이상의 숙박업소 업주들이 이미 야놀자에 가입이 돼 있는 상태에서 광고를 이용하고 있는데 ‘신규업체’로 광고 할인 제한을 한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의미다. 또한 야놀자에서 할인 혜택을 주는 10만 원 짜리 라이트 광고 상품의 경우 앱 상에서 거의 하단에 노출되는 상품인 탓에 실질적으로 업주들이 도움 받는 게 없다는 주장이다.
중형 업체 두 군데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나만 해도 한 군데 없체에 300~400만원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 야놀자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노출이 안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광고를 안 할 수도 없다. 이렇게 높은 광고료 지출을 하는 업주들을 대상으로 일부라도 할인을 하면서 ‘상생’을 언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신규 업체에 한해서 10만 원 짜리 상품 할인을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이수진 대표는 언론에만 대대적으로 상생 한다고 떠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맞아 생색내기 상생, 생색내기 지원이 부쩍 많아졌다. 언론보도만 떠들썩할 뿐 실상을 들여다보면 상생과 지원은 부재한 기업이 비일비재하다. 야놀자 역시 이러한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대부분의 숙박업소 매출이 평시의 50% 이상으로 떨어졌다. 매출이 50% 가량 떨어지면 업소를 운영하며, 유지하는 비용도 나오지 않아 적자에 허덕인다. 모두가 어렵다고, 착한 임대인 운동을 하자고, 선한 선결제를 하자고 합심하는 마당에 플랫폼은 왜 꿈쩍 하지 않나?
숙박업소 운영자들이 기본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이들이라고 쳐도 수 개 월 간 적자 상황에서 한달 수 백만 원 씩의 광고비를 부담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상생이 아니라 나 홀로 생존 조차 버거운 상황이라는 게 업주들의 입장이다.
야놀자 이수진 대표의 성공 신화는 유명하다. 한글도 제대로 다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농사일을 도왔고, 실업고와 전문대를 졸업하고 적은 월급을 모아 종잣돈을 마련한 사연은 많은 젊은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간절하게 부자가 되고 싶었다는 이수진 대표는 모텔 종업원, 원양어선 선원, 도예촌 보조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전해진다. 모텔 청소부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운명이 바뀌었다는 이 대표는 성실성 하나로 모텔 매니저, 총지배인까지 올랐다가 길거리 전단지를 주워 모아 야놀자를 만들었다는 사연은 엄지를 치켜세울 만하다.
간절하게 부자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했던 청년 이수진은 현재 매출 3000억원(2019년 기준)을 훌쩍 넘는 4차 산업 성공 신화의 주역이 됐다. 그 드라마틱한 성공담과 거침없는 행보만큼이나 업주들과의 진정성 있는 ‘상생’을 생각할 때다.
최근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 운동에 불이 붙었다. 57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던 남양유업이 회사명을 바꾸면서까지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은 불신 탓이다. 대리점에 대한 갑질, 상대 회사에 대한 비방이 반복되자 소비자들에게 ‘나쁜 기업’으로 인식된 탓이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겉핥기 식 사과에 그쳤던 남양유업으로부터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이번 불매 운동은 쉽게 가라 앉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연 매출 3000억 원을 넘기는, 잘 나가는 야놀자도 소비자의 마음을 잡지 않고서는 버텨낼 수 없다. 소비자의 마음은 소비자에 대한 진심 어린 서비스 뿐 아니라 협력 업체와의 상생 또한 포함된다. 지금처럼 숙박업소 업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불만이 터져 나온다면 그 불신의 불씨가 소비자에게로 옮겨가지 않을 리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