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챗GPT)


"대형사들과 계급장 떼고 붙어서 이길 방법이 있나요?"

국내 중소형 증권사 최고경영인(CEO)들의 한숨소리가 깊습니다. 부동산 우발채무 관련 리스크를 덜어내며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대형사들과 간극은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벌어진 형국입니다. 이에 현재 증권업계 구도를 감안했을 때 중소형사들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 수익 모델 다각화를 통해 성장성을 키우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2Q 흑전 성공했지만...15개사 합쳐도 한투 절반 남짓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형 증권사 15개사(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부국증권,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한양증권, 현대차증권, iM증권, BNK투자증권, SK증권, LS증권, DB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 총합은 348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증권사가 모두 흑자를 기록한 것은 2년여 만입니다.

코로나 시국을 전후로 국내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경기 호황을 타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큰 수익을 거뒀습니다. PF 수익 비중이 가장 높았던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등은 2021년 1000억원대 수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10월 이후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서 후순위 및 브릿지론 비중이 높았던 증권사들은 앞서 거뒀던 수익을 고스란히 충당금으로 뱉어내며 몸살을 앓아온 것이죠.

다행히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그 사이 더욱 벌어진 대형사들과의 간극은 새로운 과제를 더해줍니다. 2분기 실적 1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5770억원)은 15개사의 이익을 모두 합친 규모의 2배에 육박합니다.

자기자본 기준 5개 대형사들은 지난 2분기 전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거두며 평균 32.4% 수준의 당기순이익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들 증권사들 역시 부동산 경기 악화의 여파를 겪었지만 자기자본을 활용한 다양한 수익구조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에 성공한 것입니다.

자본금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금융(IB)만이 아닙니다. 키움증권의 경우 상반기 주식 수탁수수료 수익(3905억원)이 이미 전년 이익(3488억원)을 넘어섰고 미래에셋증권 역시 지난해 전체 이익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반면 현대차증권의 상반기 위탁매매 및 금융상품 수익은 729억원으로 전년대비 3.2% 역성장했고 iM증권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 등 체질개선을 시도했음에도 전년대비 2.6% 수준의 영업수익 증가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즉, 국내 증시 활황으로 인한 거래대금 증가 효과도 대형사가 독점한 셈입니다.


■ 다양화되는 대형사 업무영역 vs 줄어드는 중소형사 입지

업계에서는 대형사의 사업 확장에 집중된 제도가 중소형사 생존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금융당국의 기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자본금 규모에 따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본금 3조원 이상 초대형 IB 4조원 종합투자계좌(IMA) 8조원 등에 따라 기업신용공여부터 발행어음 등 다양한 업무 수행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5년 간 몸집 불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상위 10개사가 확충한 자기자본만 약 22조원 가량에 달합니다. 2020년 9조3000억원 수준이던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현재 12조4190억원까지 늘었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5조8000억원에서 10조3237억원까지 두배 가량 늘리는 등 상위 5개사 모두 7조~8조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반면 지난 2022년 하반기 1조원을 기록했던 다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2분기 현재 7917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해 상반기 2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던 한화투자증권도 다시 3000억원 가량 줄었습니다.

8조원 이상의 증권사들이 IMA 라이선스까지 획득할 경우 고객 자산을 기반으로 한 신규 수익원 확보까지 더 유리한 입지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입니다.

■ "중소형사만의 그라운드 만들어줘야"

금융당국에서 제시하고 있는 종투사 진입을 위해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수익성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당장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김원규 LS증권 대표는 “어느 산업이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경쟁할 경우 배려와 보호망이 필요한데 현재 라이선스별로 요구하는 자본금 조건이 모두 동일하게 적용돼 있어 같은 영역에서 마치 대학생과 초등학생을 함께 경쟁시키는 구조”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자본금 확충마저도 일부 지주 계열사 등을 제외하면 현실적 한계가 있어 결국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방안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채권발행이나 증자, 기업공개(IPO) 등 일정 영역에 대해서는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는 보호장치 등이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도 “수익 다각화에 대해 고민하지만 WM의 경우도 고객 베이스가 대형사로 집중돼 있다보니 여기서 파생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수익 구조조차 중소형사들로서는 경쟁력을 확대하기에 제한이 많다”며 “자기자본 역시 현재 1조원이 안 되는데 3조원 자격을 충족시키는 것 역시 현재로서는 손에 잡히는 선택지가 아니어서 경영전략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