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김재범 기자] 2013년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에 영국 출신 세계적인 스타 틸다 스윈튼, 할리우드 톱스타이자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 여기에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에드 해리스, 존 허트,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등이 출연했을 때 기억을 더듬어 보자. 엄밀한 의미에서 ‘설국열차’를 한국영화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한국 감독 작품에 이런 특급 스타들이 줄지어 출연한 것은 생소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젠 이것도 옛말이다. 불과 3년이 흐른 시점에서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국내 영화 출연은 ‘초특급’ 이슈가 아닌 그저 ‘또 다른 흥행 포인트’가 됐다. 어떤 배우들이 출연했고 또 누가 출연 예정이며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인천상륙작전' 속 리암 니슨(가운데)
■ ‘액션 할배’ 리암 니슨 韓영화 진출?
한국전쟁 당시 전세를 한 번에 뒤짚는 상황이 벌어졌다. 연합군이 인천으로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2차 세계대전 판세를 한 번에 뒤짚은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비교되는 세계 전쟁사에 분명한 족적을 남긴 역사가 벌어졌다. 바로 ‘인천상륙작전’이다.
드라마 ‘아이리스’로 유명한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이번 영화는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한국전쟁에서 벌어진 최고 스펙터클을 그렸단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의 출연 때문이다. 그는 당초 이 작품 출연을 고사했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이재한 감독과의 인연(미국내 같은 에이전시 소속) 그리고 제작사 정태원 대표가 보인 각고의 노력 끝에 출연이 결정됐다.
그는 영화 속에서 연합군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연기하면서 무게 중심을 분명히 잡아냈다. 국내에선 ‘테이큰’ ‘다크 나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그를 한국어 대사가 쏟아지는 국내 영화에서 보게 된 희귀한 경험을 국내 영화팬들은 갖게 된다.
(좌) 영화 '메이즈러너' 속 이기홍 (우) 영화 '작전명 발키리' 속 토마스 크레취만
■ 할리우드 신성 ‘이기홍’, 독일 대표 성격파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배우 최민식의 복귀작이자 ‘곡성’ 히어로 곽도원의 차기작으로 유명한 ‘특별시민’에도 세계적인 톱스타가 등장한다. 할리우드 신성의 총집합으로 유명한 ‘메이즈러너’ 시리즈에서 유독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인 한국계 스타 이기홍이 출연한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극중 라미란의 아들로 깜짝 등장해 팬들을 놀라게 할 예정이다.
배우 송강호의 신작 ‘택시운전사’에는 또 한 명의 묵직한 스타가 등장한다. 이름만으로는 언뜻 얼굴이 떠오르지 않지만 그의 얼굴을 보면 누구나 알 만한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다. 독일 출신의 이 배우는 여러 영화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선보여 왔다. 국내에 소개된 최신작으로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 남매를 가둬 놓는 히드라 군단의 악역 ‘바론 볼프강 본 스트러커’로 출연했다. 그는 이번 ‘택시운전사’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을 전 세계 알리는 독일 기자로 출연한다.
이밖에 순수 국내 자본은 아니지만 ‘설국열차’로 글로벌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 투자로 제작되는 ‘옥자’를 통해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빌 나이, 릴리 콜린스 등과 작업을 한다.
■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게 된 이유
전 세계 톱스타급의 배우들이 국내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는 앞선 사례 외에는 사실 그리 흔하지는 않다. 반대로 국내 배우들의 할리우드 영화 진출은 꽤 활발하다. 그럼에도 전자가 후자보다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화제성과 함께 국내 영화 시장 중요성을 인식한 전 세계 영화계의 시선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할리우드 톱스타의 국내 작품 캐스팅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스타에이지와 통화에서 “그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더욱 두드러져 있다”면서 “분명 국내 영화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하게 과거는 동아시아의 또 다른 흥행 시장으로 주목을 했다면 최근 들어선 전 세계 흥행 시장을 지배하는 분명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결국 해외 톱스타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인정하고 도전이 아닌 진출의 개념으로 국내 영화 출연을 결정하고 있단 얘기다.
최근 영화 ‘제이슨 본’ 홍보차 내한한 할리우드 톱스타 맷 데이먼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시장이 전 세계 3위안에 들어간다고 들었다”면서 “우리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이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영화 ‘부산행’으로 국내 개봉 영화 오프닝 신기록을 낸 NEW는 스타에이지와 통화에서 “해외 메이저 제작사들이 분명히 한국영화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 있다”면서 “과거에는 분명한 상하 관계를 의도적으로 드러냈다면 현재는 파트너십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산행’도 꽤 진지할 정도로 리메이크 제안을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