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 포스터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작 창작뮤지컬이 일시에 막을 올린다. 곧 추수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공연계도 풍성한 창작뮤지컬로 관객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뮤지컬 티켓 판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벤허’부터 그 뒤를 잇고 있는 ‘아리랑’과 ‘서편제’까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이 관객들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모으고 있다. 내용에 대한 친숙함과 기대치는 관객의 호기심을 이끌기 충분했다.
소설을 소재로 뮤지컬은 많았다. 열악한 창작공연 시장에 소설 활용은 리스크를 덜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 유독 대작 소설을 모티브로 한 공연이 여럿 눈에 띈다. ‘아리랑’과 ‘서편제’의 경우 국내에서 영화로도 개봉한 바 있다. 국민 정서를 잘 이끈 두 작품은 영화판에서도 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뮤지컬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도 높다.
뮤지컬 '아리랑' 공연(사진=신시컴퍼니)
■ ‘벤허’ ‘아리랑’ ‘서편제’ 등 명작의 공연화..관객 발길 붙들어
‘벤허’는 1880년 출간된 루 월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로도 개봉된 바 있다. 초연인 뮤지컬 ‘벤허’는 귀족에서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하는 기구한 운명의 유다 벤허의 삶을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로 담아냈다. 특히 서기 26년의 예루살렘이라는 배경을 재연하기 위해 무대 구성부터 의상까지 새로운 장치를 시도해 이목을 끈다.
또한 관객석이 1200명이 넘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만큼 규모도 큰 편이다. 캐스트도 유준상, 박은태, 카이, 박민성, 민우혁, 최우혁, 아이비, 안시하, 남경읍 등 스타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입증된 내용과 스타배우 활용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현재 ‘벤허’는 뮤지컬 주간티켓 판매율 3위를 기록하며 여러 회차가 매진된 상태다.
‘벤허’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뮤지컬 ‘아리랑’도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조정래 작가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한국일보에 연재한 ‘아리랑’은 총 12권으로 집필된 장편 대하소설이다. 일제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았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담아냈다. ‘아리랑’은 초연이 아닌 재연으로 지난 2015년 초연 당시 68회 공연동안 4만 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미 그 흥행력이 입증된 셈이다.
초연에 힘입어 재연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캐스트 역시 김성녀, 안재욱, 서범석, 김우형, 윤형렬, 윤공주, 박지연, 장은아, 이승희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시켜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은 국민 정서를 동하기 쉬운 요소이기에 흥행 몰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현재 ‘아리랑’은 뮤지컬 주간티켓 판매율 9위다.
‘아리랑’과 마찬가지로 ‘서편제’도 재연에 나선다. 오늘(30일) 첫 공연을 앞둔 뮤지컬 ‘서편제’는 이청준 작가가 1976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삼았다. 희로애락이 담긴 소리꾼의 삶을 그린다. 특히 ‘서편제’는 1993년 임권택 감독이 영화화 해 100만 관객을 이끌며 흥행에 성공했다. 뮤지컬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특히 앞의 작품들처럼 다수의 스타배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차지연, 이소연, 강필석, 김재범, 박영수 등이 출연한다. 티켓 판매율도 10위다.
사진=각 포스터
■ 실패 확률 ↓, 예정된 뮤지컬도 소설 원작 이어져
예정된 창작뮤지컬 중에도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들이 여럿 개막한다. 뮤지컬 ‘닥터지바고’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내년 2월 개막을 앞두고 있다. 또 일본 소설가 야마다 무네키의 소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고전소설인 ‘주홍글씨’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이 오는 10월 개막을 앞두고 있다.
한 공연관계자는 “소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새로운 창작물보다 실패 확률이 적기 때문에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작품 개발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이 상당하지만 그렇다고 다 흥행하는 것도 아니다. 창작물에 대한 리스크가 큰 편”이라며 “반면 소설 원작은 검증 내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제작 단계부터 더 쉽게 진행된다. 관객의 눈길을 돌리기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소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나 공연은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지만 대중의 호기심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대작일수록 더하다. 원작을 읽은 사람들은 공연에 대한 호기심이 뒤따른다. 한 뮤지컬 팬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이 더 눈에 띄는 건 사실이다. 사실 뮤지컬 중에서도 창작보단 오리지널이나 라이센스 같은 대형 뮤지컬을 더 선호한다. 그래도 창작뮤지컬에 조금이라도 눈을 돌리는 건 소설을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영화, 드라마는 물론이고 공연계까지 뻗어나간 소설 활용은 익숙한 상황이 됐다. 특히 창작에 대한 리스크가 큰 공연계에서 소설은 고마운 존재가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아직 열악한 창작공연 시장에서 소설을 소재로한 뮤지컬이 활기를 불어 넣는 건 기분 좋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