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포레스트' 스틸컷(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뷰어스=한유정 기자] ‘리틀 포레스트’는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화려한 스케일에 눈물을 강요하는 감동 메시지도 없다. 오히려 많은 것을 덜어냈지만 그 자체만으로 마음의 허기를 달래준다.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혜원(김태리)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로 일본에선 두 편으로 나눠 영화로도 제작됐다.
최근 개봉한 일본 원작 리메이크 작들은 사실상 많은 것을 담으려는 잡탕 맛이었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는 적재적소에 한국적 정서를 가미시켜 자연 그대로의 맛을 낸다.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나눠졌던 일본판과 달리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한 편에 사계절을 담아냈다. 일본의 색채는 줄이고 한 편으로 제작해 속도감을 살렸다. 훌륭한 각색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남들과 다르다는 것, 특별함과 동시에 불안함을 주는 요소기도 하다. 극 중 편의점 아르바이트르 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혜원과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한 재하는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자식이 아닌 자신을 위해 떠난 엄마(문소리)도 일반적이진 않다. ‘리틀 포레스트’는 남들과 다른, 성공으로 불리는 삶이 아니라도 괜찮다고 말한다. 이 위로조차도 훅 날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데 그 여운은 더 크다.
‘리틀 포레스트’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사는 캐릭터들과 닮았다. 언젠가부터 충무로는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에 화려한 액션과 CG, 묵직한 소재, 스타 캐스팅의 작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그런 요소들과는 거리가 멀다. 사이즈도 작고 그 안에 갈등이나 극적인 전개도 없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일상이 이런 영화들에 지친 관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리틀 포레스트’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요리’다. 도시에선 폐기 처리된 삼각김밥,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던 혜원은 고향으로 돌아와 혼자만 먹더라도 정성스러운 식사를 준비한다. 옥수수, 토마토, 막걸리, 시루떡 등 토속적인 음식도 있지만 젊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크림 브륄레, 아카시아꽃 튀김, 꽃파스타 등 메뉴도 다양해 입맛을 돋운다. 공복 상태로 영화를 본다면 보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아가씨’로 충무로 신데렐라가 된 김태리는 ‘리틀 포레스트’의 무공해 매력과 유독 닮았다. 혜원과 김태리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혜원의 절친 류준열, 진기주와의 호흡도 훌륭하다. 오구의 성장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광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는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