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한동력 공연컷(사진=아도르따요 제공)
[뷰어스=김희윤 기자] 최근 들어 웹툰의 무대화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흥행이 전부 보장돼있는 것은 아니지만 웹툰은 이야기를 풀어내기 용이한 원전이기 때문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공연도 매년 빠지지 않는 라인업이 됐다. 과연 웹툰 무대화의 성공요인은 뭘까. 가장 최근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무한동력’을 통해 이를 짚어본다.
■ 웹툰은 흥행을 보장할까?
웹툰은 소재의 다양성 측면에서 공연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일반도서 등 다양한 장르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이하 OSMU)’가 이뤄지고 있다. 좋은 소재일수록 재창작되거나 변용돼 더 좋은 작품으로 탈바꿈하거나 볼거리를 늘린다.
최근 수년간 대한민국에서 ‘OSMU’가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웹툰이다. 지난 2008년 강풀의 웹툰 ‘바보’와 ‘순정만화’가 영화화됐고, 2016년엔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이 드라마화 돼 엄청난 화제를 낳았다. 결과를 떠나 화제성만큼은 여느 대작 부럽지 않았다. 대중의 기대를 기반으로 한 것만으로도 남보다 100m는 앞서간 셈이다. 이 때문일까. 이후에도 웹툰을 토대로 한 수많은 변용과 재창작이 이뤄져 왔다.
특히 웹툰은 각종 매체를 넘어 무대로까지 진출하게 된다. 웹툰 ‘신과함께 저승편’부터 ‘찌질의 역사’ ‘위대한 캣츠비’까지 대체로 팬덤이 크고 굵직굵직한 작품들이 뮤지컬 무대에 섰다. 스토리 중심의 이야기를 종합 무대예술로 구현해내면서 관객들의 눈과 귀를 모두 호강시킨다. 무엇보다 원작의 기조를 이어받아 뮤지컬 문법에 맞게 스토리를 재구성해 공연 관람에 임하는 누구라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각 웹툰 컷, 공연포스터
그러나 웹툰은 알고 보면 연극계에서 먼저 무대화됐다. 강풀의 ‘순정만화’는 2005년부터 초연돼 소극장 공연으로는 드물게 장기 공연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바보’와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연극으로 올라가면서 많은 팬덤을 모았다. 스크린에서의 참패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를 두고 '순정만화'를 무대에 올린 파랑씨어터 정진국 대표는 “극단 위주의 순수 공연 시장이 주류이던 당시에는 강풀 '순정만화'가 인기도 있었지만, 이를 연극으로 제작했을 때 소재와 무대연출 면에서 (영화에 비해)관객들이 원하는 즐거움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활성화 추세인 웹툰의 무대화
그렇다면 왜 관객들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공연에 열광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웹툰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이 무대에 오를지라도 진입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아 원작 팬들의 유입이 용이하다는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 대해 뮤지컬 ‘무한동력’ 김동연 연출은 “아무래도 웹툰은 젊은 층이 많이 즐기다 보니 소재와 이야기 면에서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고, 평소 관심 있게 보았던 작품의 무대화는 호기심을 더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아도르따요, 서울예술단 제공)
웹툰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화에 성공하면서 점점 관련 공연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3년 만에 돌아온 주호민 작가의 ‘무한동력’이 대표적이다. 뮤지컬 ‘무한동력’은 무한동력 기관을 만드는 괴짜 발명가 하숙집에 모여든 청춘들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서사, 음악, 메시지가 적절히 뒤섞여 관객들의 호응도가 높다.
사실 이에 앞서 영화 흥행에도 크게 성공한 ‘신과 함께 저승편’도 꼽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호민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신과함께 저승편’은 2015년 초연 이후 2017년과 2018년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한국의 전통적 내세관을 필두로 한 원작에 상상력을 첨가해 무대를 사후세계로 빚어내 관객들의 감동을 유발한다.
■ 웹툰 원작 공연의 전망과 현실
전문가들은 웹툰 원작 공연이 지속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무대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원작 자체를 무시할 수 없기에 그 이미지를 깨뜨리고 공연 자체로서 브랜드를 구축해야만 경쟁력이 생긴다.
그럼에도 뮤지컬 ‘무한동력’은 수많은 창작 뮤지컬 혹은 대형 라이선스 작품에 대응하기 위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뮤지컬 판타지로 풀어내는 것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이야기로 공감을 잡아끌면서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서려 했다.
그러나 웹툰의 무대화는 무한하고 방대한 상상력만큼이나 내용 그 자체를 무대로 옮기기가 여간 만만치 않다. 무대화에 대한 노력이 번번이 좌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작현실의 어려움이다.
뮤지컬 무한동력 공연컷(사진=아도르따요 제공)
‘무한동력’ 김동연 연출은 웹툰을 실제 무대화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을 들어 “웹툰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있어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고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장르다”며 “반면 뮤지컬은 시공간적 제약이 따르는 장르다. 때문에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웹툰의 세계를 담아내려는 작업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무대화의 그늘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기 있는 원작과의 비교가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원작을 탈피해 공연 그 자체로 인정 받아야만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원작의 힘으로 끌어 모은 관객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연극 장르로서의 매력 자체를 획득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제작사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제작현실의 어려움이나 각종 비판의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작품성이나 흥행성을 지닌 웹툰의 무대화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웹툰 원작 공연이 양날의 검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