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금주의 가수는 듀오 1415 입니다.
■ 아기자기한 그들, 1415
1415는 유니버셜뮤직의 레이블 ‘온 더 레코드’ 소속 듀오다. 보컬 주성근과 기타 오지현 2명이 멤버다. 숫자로 이루어진 팀명은 두 사람이 노래를 만들 때 자주 사용하는 코드인 1도-4도 1도-5도에서 착안했다. 멤버들은 실용음악학원에서 만났다. 주성근은 보컬 선생, 오지현은 제자였다. 첫 번째 미니앨범 ‘디어: 엑스(Dear: X)’의 타이틀곡 ‘선을 그어주던가’는 당시 만든 곡이다.
데뷔곡이자 타이틀곡인 '선을 그어주던가'는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 답가 버전이다. “금요일에 만나자”는 노랫말에 1415는 “금요일인가 네가 만나자 했던 날이”라고 답을 한다.
1415는 노래에서 발걸음을 맞추며, 손을 잡을까 말까 생각하며 그저 망설인다. 화자의 행동이 아니라 속내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공감을 이끈다. 특히 어렴풋한 멜로디로 시작된 노래는 “내가 널 좋아한다고”라는 직접적인 가사와 다이내믹한 멜로디로 끝난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어느 정도 기승전결을 띄고 있는 구성이 매력이다.
■ 은은한 상상의 묵직한 힘
지나치게 달콤하거나 들뜨는 노래는 생각보다 귀를 피곤하게 만든다. 리스너를 설레게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게 느껴져 금세 질리고 마는 거다. 또한 ‘봄 시즌송’ ‘고백송’과 같이 정해진 틀이 있기에 어느 정도 비슷한 패턴을 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1415의 노래를 들으면 눈이 번쩍 뜨인다. 신선함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장르에서 이들은 분위기의 특성이 아닌, 자신들의 색깔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마치 구름을 만지듯 몽글몽글한 멜로디, 선명하게 들리는 기타 선율과 이와 반대로 가볍게 떠오르는 보컬, 구체적이지만 은근하게 상황을 제시하는 가사. 그리고 이 감각적인 삼박자에 마음이 나른해지는 편안함과 대중성까지.
이들의 음악은 통했다. 음악 페스티벌에서 1415를 만날 때마다 관객을 살폈다. 관객 수는 공연을 거듭할 때마다 눈에 띄게 늘었다. 여성 관객만 있던 자리에는 점점 남성 관객들도 들어찼다. 조용히 감상을 하던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1415를 잘 모르는 친구를 끌고 와 “이 노래 진짜 좋아”라며 계속 추천을 하고 있었다.
변한 건 관객뿐만이 아니다. 아직은 아마추어 같던 1415의 모양새도 점차 유연함을 갖추게 됐고, 웃음은 여유로워졌다. 특유의 조용함과 느릿느릿한 어색함은 여전한데, 이는 화려하지 않아도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는 꽃 같은 매력이 됐다.
더 나아가 이들은 각종 팝 커버와 편곡을 통해 다채로운 밴드 사운드를 들려준다. 때로는 오지현이 기타 솔로로 나서기도 하고, 록이나 펑크 같은 의외의 장르가 가미된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게 1415와 다른 인디 듀오, 어쿠스틱 그룹의 차별점이다. 보통 보컬과 기타가 만나면, 연주의 스킬 혹은 풍부한 소리보다 보여지는 분위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틀에 가두지 않는다.
사실 이는 아직 몇 장 없는 1415의 앨범에서도 이미 드러났다. 노래를 반복해 들을수록 사랑의 설렘 뒤 자리한 섬세한 소리 그리고 차분함, 진중함, 소심함 등 의외로 가라앉은 성격들이 느껴진다. 은은하게 상상 속을 누비는, 하지만 묵직한 날갯짓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한 마리의 나비 같다.
■ 1415 미니인터뷰
▲ 데뷔한지 1년이 지났다. 가장 달라진 점은
“1년 전에는 어떤 공연이든 1415의 음악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어요. 작년까지는 ‘우리는 이런 음악을 합니다!’ 라는 걸 보여주는 시간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많은 분들이, 1415는 몰라도 우리 음악을 어디선가 한 번씩은 들어보신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 그거면 충분해요(주성근)”
“더 좋은 음악, 감동이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졌어요. 아직 보여드리고 들려드릴 것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것을 향해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요(오지현)”
▲ 많은 페스티벌과 공연 등을 통해 배운 점은
“관객과 가장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페스티벌과 공연이에요.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거든요. 첫 공연에서는 아주 수줍고 진지했다면, 지금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라는 느낌으로 보여주고 그 반응을 통해 ‘아, 이런 걸 좋아하시는구나’하고 점점 배워가는 중이에요. 그리고 관객 분들이 떼창을 할 때 ‘아! 우리나라는 음악의 나라구나. 다들 음감이 장난이 아니다’라는 것도 배웠어요(주성근)”
“처음에는 음향이나 조명이 어떨지 계속 신경 쓰면서 긴장했거든요. 이제는 그런 것보다 무대 위에서 음악을 즐기면 즐길수록 관객들과 더 소통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내 연주와 음악 자체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오지현)”
▲ 무대 위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고 있다.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나
“울컥하든, 심장이 뛰든, 설레든, 감정이 다같이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관객들의 감정이라는 바다에 마치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정작 공연에선 그 감정들이 모여 파도처럼 몰려와 힘을 얻을 때가 더 많지만요. 열정하면 대한민국이지!(주성근)”
“수많은 감동과 기쁨, 슬픔 등의 감정들을 잘 표현하고 들려드릴 수 있는 건 밴드 사운드인것 같아요. 실제로도 콜드플레이, 원 리퍼블릭, 오아시스, 라디오 헤드의 음악들을 가장 많이 듣고요.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기를 원한다기보다 우리의 음악을 들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동을 주고, 위로가 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그런 팀이 되었으면 합니다(오지현)”
▲ 1415가 현재 빠져있거나 혹은 '이런 음악도 해보자'하는 것들이 있는지
“각자의 어느 시공간속으로 후루룩 빠져 들어가는 음악을 하고 싶고, 추구해요. 개인적으론 (아직 발매되지 않은) 우리 음악을 가장 많이 듣고 있어요. 그 곡들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어떤 사운드와 공연으로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보니 우리의 음악에 더 빠져 있는 것 같아요(멤버들)”
▲ 1년 사이 팬들이 많이 늘었다. 팬들의 반응 중 인상 깊었던 건
“이 질문에 수많은 얼굴이 떠올랐어요. 플래카드를 만들어 오시고, 많은 선물들을 사오시고 좀 더 가까이 보기위해 다른 분들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걸 보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사실 무대에서 바라봤을 때, 웃고 있는 팬 분들의 얼굴이 가장 큰 선물이자 새 앨범 준비를 하는 막바지의 힘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주성근)”
“평생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요. 아무리 고맙다고 해도 그 마음이 다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우리 음악을 들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음악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로 보답하고 싶어요(오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