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6월 첫째 주(5월 28일 월요일~6월 3일 일요일)의 앨범은 디어, 옥상달빛, 탐구생활, 혁오, 장희원입니다.
■ 디어 싱글 ‘Gravity’ | 2018.5.28
디어가 약 반 년 만에 낸 신곡이다. 노래는 중력처럼 서로에게 필연적으로 이끌리는 마음을 풀어낸다. 도입부의 “인투 유어 아이즈(Into your eyes)” “앤드 아이 인투 유어 립스(and I into your lips)”라는 가사는 디어의 부드럽고 힘 있는 목소리와 만나 흡입력을 발휘한다. 상대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후렴구를 향해 가면서는 온 우주가 나를 품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곡을 감싼다. “시간을 초월하는 공간에/빠져 있는 것 같아”라는 가사 그대로다. 특히 이 부분 뒤 하나의 절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어렴풋이 흘러나오는 코러스 “저스트 라이크 그래비티(just like gravity)”는 1절을 마무리하는 최적의 방법. 반짝이며 부서지는 듯한, 그러나 안정적인 여운은 단 둘만의 공간임을 상기시킨다. 2절이 마무리될 때쯤, 물속에 노래하는 듯한 울림을 준 것 또한 마찬가지다.
■ 옥상달빛 싱글 ‘청춘길일’ | 2018.5.30
청춘의 고통을 토로하는 노래도, 위로하는 노래도 많다. 옥상달빛의 노래도 그 중 하나다. 허나 이들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청춘길일’, 인생의 가장 밑바닥이라 생각했던 시간 속에서도 좋은 순간들은 있었다는 것. 많은 이들이 “그때가 좋은 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드는 생각은 “내가, 지금, 힘들다고요!”다. 옥상달빛의 노래가 뜬구름 같지 않은 이유는 당장의 힘듦을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노래는 “길고 긴 터널이 끝난 줄 알았지만 사실 난/나 아직 준비가 되어있질 않아”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뒤에야 “우리 다시 노래 부르자/아직 괜찮아 이젠 웃자”고 말한다. 옥상달빛은 어둠 끝에 또 어둠이 있는 현실을 기꺼이 순응했기에 웃을 날을 알아챌 수 있었다.
■ 탐구생활 미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 2018.5.30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커버를 보면 말 그대로 사람들의 얼굴이 일러스트로 빽빽하게 실려 있다. 웃고 있거나, 인상을 찌푸리거나, 놀라거나, 가만히 있거나 표정은 제각각이다. 나와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일 수도 있고, 내 안에 있는 다양한 감정이기도 하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가사를 보면 그대가 침묵할 때 그리고 말을 할 때 내 작은 마음에는 걱정 많은 사람들, 아주 화난 사람들, 귀여운 사람들, 웃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여기서는 다양한 감정을 사람들로 표현했는데, 그 방식이 귀엽고 참신하다. 또 다른 타이틀곡 ‘빨래’도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빨래’라는 단어는 하나이지만 그에 투영하는 내 마음은 여러 개다. 온갖 잡념과 흐린 날의 뉴스에 분노의 빨래를 한다. 하지만 그렇게 구겨진 채 몇 번 빙빙 돌다보면 꼬질꼬질 빨래에 묻은 때는 사라진다. 그리고는 탈탈 물기를 털어 널고 나면 햇빛에 바삭거린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한 것처럼, 주변이 모든 것은 다양한 세상을 모두 품고 있다. 이를 탐구한 탐구생활의 노래는 그래서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 혁오 미니 ‘24: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 | 2018.5.31
혁오는 자신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두고 “‘사랑노래’라고 할 만한 곡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타이틀곡 ‘러브 야!(LOVE YA!)’는 제목부터가 ‘러브’다. 뮤직비디오에는 온 세상의 다양한 연인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가사 역시 ‘러브 야’가 반복된다. 혁오의 사랑노래는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을 보편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멜로디 역시 다른 트랙에 비해 평범하다. 그러나 혁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느끼게 함으로서 오히려 사랑이 흔하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지점이 다른 사랑노래들과 차별점이다. 그래서인지 ‘러브 야!’를 들으면 왠지 모를 인류애 같은 거창한 의미의 사랑까지 떠오른다. 다른 사랑이 아름답다면, 혁오의 사랑은 평화롭달까. 혁오가 곡 설명에 왜 세상의 모든 연인을 ‘응원한다’고 써놓았는지 알 법 하다.
■ 장희원 싱글 ‘편지’ | 2018.6.3
하나의 사물을 두고 독특한 발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장희원답게, 이번에도 그렇다. ‘편지’에서는 작은 글자 하나하나에 나의 마음을 가둬 날아가지 못 하게 하겠다는 내용이 신선하다. 또 네가 나의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할 때 또박또박 눌러쓴 그 글자를 너의 한 손에 쥐어주겠다는 것 또한 귀엽고도 로맨틱하다. 이런 가사들은 장희원의 통통 튀는 보컬과 점차 드라마틱해지는 멜로디와 어우러진다. 마치 글자가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편지를 고이 접어 우편함에 넣는 느낌이 아니라, 자음과 모음에 깜찍한 팔다리가 달려 당신에게로 달려가는 것 같다. 이는 바로, 화자를 통해 마음을 전달하는 장희원만의 표현법. 이런 방식은 고스란히 노래에도 적용돼 대중에게 실감나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