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뷰어스=손예지 기자] 한 신인 배우가 2009년 유력 인사들의 성접대를 폭로하는 문건(이하 ‘장자연 리스트’)을 남기고 짧은 생을 마감하며 충격을 안긴 사건. 배우 고(故) 장자연 사건이 9년 만에 재조사된다. 이 사건은 올해 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Me 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 운동의 시초로 여겨진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홍종희 부장검사)는 지난 1일 ‘장자연 리스트’ 중 공소시효가 남은 신문기자 출신 정치인 A씨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앞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의 재수사를 검찰에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공소시효는 오는 8월 4일. 두 달 남았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건에 관해 우선 권고를 냈다. (‘장자연 리스트’ 중) A씨 혐의 외에 재수사에 해당하는 사건이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이 ‘장자연 사건’을 잊지 않았고 목소리를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재수사는 끝내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고인 대신, 국민이 진상 규명을 위한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2월 각계각층 인사들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다 함께 분노했었다. 이를 통해 그간 강자에 의해 무마되기 급급했던 약자에 대한 성범죄의 민낯을 봤고, 더는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장사연 사건’의 재수사도 한 네티즌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요청 글이 2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며 가능케 됐다. 단, 법조계에서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이나 성폭력 관련 현행법을 고려했을 때 이번 재수사가 진상 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올해 ‘미투’ 운동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재현·오달수 등은 잘못을 시인하고 활동을 중단했으나 이들에 대한 경찰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성범죄가 친고죄 폐지(2013년 6월) 전 발생했을 경우 실질적으로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탓이다. 또 언론 보도 등에 의한 2차 가해를 보호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장자연 사건’도 9년 전에는 문건에 거론된 31명 중 17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그중 5명만이 검찰에 넘겨졌으며, 그마저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대대적 관심을 받았던 ‘장자연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되면서 물밑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피해 사례들이 올해 ‘미투’ 운동으로 터져나왔다.  그러므로 이번 재수사의 방향과 결과는 9년 전과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압 혹은 부실 수사 의혹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 역시 ‘장자연 사건’의 진실이 분명하게 밝혀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더는 ‘장자연 사건’과 비슷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故 장자연 사건, 재수사는 달라야 한다

손예지 기자 승인 2018.06.05 17:05 | 최종 수정 2136.11.11 00:00 의견 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뷰어스=손예지 기자] 한 신인 배우가 2009년 유력 인사들의 성접대를 폭로하는 문건(이하 ‘장자연 리스트’)을 남기고 짧은 생을 마감하며 충격을 안긴 사건. 배우 고(故) 장자연 사건이 9년 만에 재조사된다. 이 사건은 올해 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Me 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 운동의 시초로 여겨진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홍종희 부장검사)는 지난 1일 ‘장자연 리스트’ 중 공소시효가 남은 신문기자 출신 정치인 A씨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앞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의 재수사를 검찰에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공소시효는 오는 8월 4일. 두 달 남았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건에 관해 우선 권고를 냈다. (‘장자연 리스트’ 중) A씨 혐의 외에 재수사에 해당하는 사건이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이 ‘장자연 사건’을 잊지 않았고 목소리를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재수사는 끝내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고인 대신, 국민이 진상 규명을 위한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2월 각계각층 인사들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다 함께 분노했었다. 이를 통해 그간 강자에 의해 무마되기 급급했던 약자에 대한 성범죄의 민낯을 봤고, 더는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장사연 사건’의 재수사도 한 네티즌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요청 글이 2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며 가능케 됐다.

단, 법조계에서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이나 성폭력 관련 현행법을 고려했을 때 이번 재수사가 진상 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올해 ‘미투’ 운동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재현·오달수 등은 잘못을 시인하고 활동을 중단했으나 이들에 대한 경찰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성범죄가 친고죄 폐지(2013년 6월) 전 발생했을 경우 실질적으로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탓이다. 또 언론 보도 등에 의한 2차 가해를 보호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장자연 사건’도 9년 전에는 문건에 거론된 31명 중 17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그중 5명만이 검찰에 넘겨졌으며, 그마저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대대적 관심을 받았던 ‘장자연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되면서 물밑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피해 사례들이 올해 ‘미투’ 운동으로 터져나왔다. 

그러므로 이번 재수사의 방향과 결과는 9년 전과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압 혹은 부실 수사 의혹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 역시 ‘장자연 사건’의 진실이 분명하게 밝혀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더는 ‘장자연 사건’과 비슷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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