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그룹 위너, 예능, 힙합, 그리고 솔로가수까지 송민호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것들은 참 많다. 동시에 이 같은 직업적인 혹은 장르적인 말들로 송민호를 수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도 든다. 욕심 많은 그를 온전히 담기에는 사실 그 어떤 말도 모자라다. 차라리 어떠한 수식어보다 차라리 그가 내놓는 결과물을 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송민호의 모습은 미노(MINO)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XX’에 어느 정도 묻어난다. 앨범명 ‘XX’ 또한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 제한도, 정답도 없으니 다양하게 해석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첫 솔로여서 떨리고 설레요. 위너로 나올 때랑은 또 다르다더라고요. 어제(앨범 나오기 전날)부터 확 와닿았어요. 많이 기대하고 있고, 또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했으면 좋겠어요”
송민호는 솔로로 내는 첫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정규 형태를 택했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제일 오래 전부터 작업했던 곡은 ‘소원이지’인데, 그 곡을 기준으로 하면 앨범을 준비한지 2년 반 정도 돼요. 제대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지난 1월쯤이었고요. 사실 회사에서 솔로를 준비하자고 했을 때는 앨범 형태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어요. 그런데 내 욕심에 다양한 곡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재미있게 작업을 했고 그렇게 정규앨범으로 내게 됐어요”
워낙 평소에도 곡 작업에 매진하는 송민호이기에 ‘솔로앨범을 내야겠다’는 결심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제야’ 나왔다는 생각까지 든다.
“솔로앨범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랄 건 없었어요. (솔로앨범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던 것이라 항상 생각하고 있었죠. 내 작업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또 가사 논란을 겪었던 이후 많이 바뀌기도 했고요. 이것에 대해 언급한 곡도 첫 번째 트랙 ‘시발점’이에요. 이전과 지금의 나는 다르다는, 새롭게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듣는 분들이 수록곡 12곡의 의미나 콘셉트에 대한 메시지를 한 단어에 담고 규정하기보다 자유롭게 해석해주셨으면 해요”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이틀곡 ‘아낙네’는 70년대 가요 ‘소양강 처녀’를 샘플링했다. 요즘 많은 가수들이 옛 가요를 신선하게 여기는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이렇게 결과물로서 힙합과 그 당시 가요를 섞은 건 거의 처음이다
“‘송민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힙합, 강한 랩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걸 틀어서 신선하게 접근하고 싶었죠. 처음부터 ‘아낙네’를 타이틀곡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회의를 통해 타이틀곡으로 선정됐어요. 처음에는 작업하기 어려웠죠. 트로트적인 라인을 힙합으로 세련되게 풀기 어렵더라고요. 자칫 촌스러워질 수도 있고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재미있었어요. 두 장르의 중간점을 잘 찾은 것 같아서 만족해요”
송민호는 곡의 메시지를 살리기 위해 본인이 직접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연기를 했다. 영상은 서정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갈대밭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이어 송민호는 ‘왕’으로 분해 휘청거리는 모습, 술병을 뒤엎는 모습 등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다.
“‘아낙네’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염원이에요. 상대를 갈망하고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내용이죠. 왕이라는 존재조차 공허할 때가 있고, 넋이 나간 듯한 모습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뮤직비디오 말미에는 미쳐버린 것 같은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래서 영화 ‘광해’를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송민호의 솔로앨범은 처음이긴 하지만 낯설지는 않다. 워낙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자주 드러내왔던 덕분이다. 그런 만큼 앨범에 담긴 송민호의 성장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콘셉트를 정하고 흐름에 맞게 이야기를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요. 의미 없는 말들을 쓰는 것보다 점점 하고자 하는 것들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이번에는 앨범 패키지나 로고,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 등에서 많은 참여도 했고요.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재미있는 경험이 됐어요”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해온 송민호는 이번 앨범을 내면서 ‘나’에 대한 고민도 했다. 수많은 얼굴 중 진짜 송민호로서 모습은 무엇일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매순간 있었어요. 과분한 인기와 관심을 받았지만 거기에 대한 괴리도 많았죠. 앞서 그런 경험을 했던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생각을 거듭한 결과 이 부분의 나, 저 부분의 나를 다 보여드리면 어쨌든 사람들이 ‘나’를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여러 가지에서 오는 괴리에 힘들 때도 있지만 각 부분에서 송민호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 다 내려놓고 편하게 즐기려고 해요. 음악 할 때도 매 순간 솔직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문현답이다. 공황장애를 앓을 정도로 깊은 고민에 빠졌던 송민호는 이처럼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이제 남은 일은, 자신의 날개를 자유롭게 펼치고 날아오르는 일 뿐이다.
“요즘 세대 힙합은 좀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힙합뿐만 아니라 모든 게 빠르게 바뀌고 계속해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죠. 그런 것처럼 랩에서도 스킬을 따지기보다 좀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발음도 안 들리고, 이게 음악이냐 싶을 정도의 음악도 이제는 이해되고 통용되는 시대인 거죠. 이렇게 자유로운 신이 됐기 때문에 더 좋은 곡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