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뷰어스=손예지 기자] KBS가 잇단 흥행 부진으로 굴욕을 당하는 모양새다. KBS2 ‘땐뽀걸즈’(연출 박현석 유영은, 극본 권혜지)가 월화극 꼴찌로 막을 내렸다. 지난 3일 시작해 16회로 종영하기까지 평균 시청률은 2%대에 머문 ‘땐뽀걸즈’다. 동시간대 지상파 경쟁작과 비교했을 때 반토막도 안 된 수치임은 물론, 비지상파 채널 월화드라마보다도 낮은 기록이다. 흥행 여부만 놓고 보면 ‘땐뽀걸즈’의 결과는 참패, 그 자체다.  전작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땐뽀걸즈’에 앞서 방송한 드라마는 ‘최고의 이혼’(연출 유현기, 극본 문정민)이었다. ‘최고의 이혼’ 역시 최종회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으나 거의 2~3%대 저조한 시청률을 내며 부진했던 바다. 이로써 KBS 월화극은 잇단 흥행 부진으로 연말을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시청률만 가지고 작품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땐뽀걸즈’와 ‘최고의 이혼’ 역시 마찬가지다. 먼저 ‘땐뽀걸즈’는 댄스스포츠 대회를 앞둔 거제여상 ‘땐뽀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리메이크했다.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장르물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땐뽀걸즈’는 자극적이거나 판타지스러운 설정에 기대기보다 현실을 그대로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또한 주요 캐릭터들이 고등학생인 만큼 박세완·이주영·장동윤 등 젊은 신예들을 캐스팅했다. ‘막장 요소’나 ‘스타 캐스팅’이 드라마의 흥행 필수 조건으로 꼽히는 안방극장에서 ‘땐뽀걸즈’는 돌연변이에 가까웠다.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땐뽀걸즈’는 수작(秀作)이라고 불릴 만하다. ‘땐뽀걸즈’는 졸업 후 취직을 당연히 여기던 거제여상 학생들이 댄스스포츠를 배우며 삶의 또 다른 의미를 깨닫는 내용이 큰 줄기를 이뤘다. 원작 다큐멘터리 속 실제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여기에 드라마판 ‘땐뽀걸즈’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조선업이 쇠락하며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거제라는 공간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가정의 이야기를 함께 다뤘다. 자녀에게 ‘공부’보다 ‘취직’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상황, 한참 부푼 꿈을 안고 살아가야 할 나이에 ‘희망’보다 ‘포기’를 먼저 배우게 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그 속에서 사춘기 소녀들이 갈등하고 화해하며 돈독해지는 과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뿐만 아니라 폭력 사건과 얽혀 소년원에 갈 위기에 처한 박혜진(이주영)처럼 불우한 환경에 놓인 제자들에게 차별없는 사랑을 베푸는 땐뽀반 담당 교사 이규호(김갑수)의 존재는 그 어떤 히어로보다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진=KBS)   작품 외적으로는 베테랑 중견 배우들과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준 신예들의 시너지를 높이 평가할 만했다. 영국 탄광촌 소년의 발레 도전기를 그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아들의 꿈을 묵묵히 지원해주는 아버지를 연기했던 김갑수는 ‘땐뽀걸즈’에서도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교사 이규호 역으로 장면마다 감동을 선사했다. 장현성(권동석 역)과 김선영(박미영 역)은 극 중 한 회사에서 갑과 을의 위치에서 서로 대립하는 모습으로 어른들이 맞닥뜨리는 사회의 현실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주인공 김시은 역의 박세완부터 문제 소녀 박혜진을 연기한 이주영, 외모 가꾸기가 최대 관심사인 양나영 역의 주해은, 부상으로 유도를 포기해야 했던 이예지 역의 신도현, 해맑은 모습 뒤로 가족들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김도연·심영지 역의 이유미·김수현까지 그간 작은 역할을 주로 맡았던 신인들의 활약이 남달랐다.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는 물론, 10대 청소년들의 성향을 잘 살린 디테일들로 몰입을 도왔다. 시은을 짝사랑하면서 댄스스포츠에 발을 들인 이후, 소심한 성격에서 용기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 권승찬 역의 장동윤도 캐릭터,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실력과 매력을 겸비한 신인들을 발견했다는 데서 ‘땐뽀걸즈’의 가치가 빛난다. ‘최고의 이혼’ 역시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이혼한 부부가 동거한다는 주요 설정이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청률이 높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일본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전개도 일부 시청자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평가다. 동시에 ‘최고의 이혼’은 탄탄한 마니아 시청자를 확보했다. 파격에 가까운 설정 속에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사랑’과 ‘관계’ ‘결혼’에 관한 생각들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대사 덕분이다. 특히 배두나(강휘루 역)와 이엘(진유영 역)을 필두로 차태현(조석무 역) 손석구(이장현 역) 등 캐릭터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다. 또 강마루 역의 김혜준, 주수경 역의 하윤경, 임시호 역의 위하준 등의 뉴 페이스들이 ‘최고의 이혼’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점도 뜻깊다. 지상파는 물론 비지상파까지 거의 전 채널에서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이는 최근, 이 때문에 경쟁의 열기가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작품들이 시청률 확보를 위해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는 듯하다. 현재 방영 중인 SBS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을 비롯해 방송을 앞둔 KBS2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등 이른바 막장극의 대가들이 미니시리즈로 넘어오는 거나 잔인한 장르물이 꾸준히 시청자들을 만나는 경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성적은 저조했으나 애청자들에게는 ‘인생 드라마’라 꼽히며 칭찬받는 ‘땐뽀걸즈’와 ‘최고의 이혼’의 의미가 남다른 배경이다. 시청자들의 유희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드라마가 단순한 재미만을 쫓아서는 안 된다. 어느 누구는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땐뽀걸즈’와 ‘최고의 이혼’을 통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KBS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수다뉴스] 꼴찌 못 벗어나는 KBS 월화극,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예지 기자 승인 2018.12.26 10:12 | 최종 수정 2137.12.20 00:00 의견 0
(사진=KBS)
(사진=KBS)

 

[뷰어스=손예지 기자] KBS가 잇단 흥행 부진으로 굴욕을 당하는 모양새다.

KBS2 ‘땐뽀걸즈’(연출 박현석 유영은, 극본 권혜지)가 월화극 꼴찌로 막을 내렸다. 지난 3일 시작해 16회로 종영하기까지 평균 시청률은 2%대에 머문 ‘땐뽀걸즈’다. 동시간대 지상파 경쟁작과 비교했을 때 반토막도 안 된 수치임은 물론, 비지상파 채널 월화드라마보다도 낮은 기록이다. 흥행 여부만 놓고 보면 ‘땐뽀걸즈’의 결과는 참패, 그 자체다. 

전작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땐뽀걸즈’에 앞서 방송한 드라마는 ‘최고의 이혼’(연출 유현기, 극본 문정민)이었다. ‘최고의 이혼’ 역시 최종회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으나 거의 2~3%대 저조한 시청률을 내며 부진했던 바다. 이로써 KBS 월화극은 잇단 흥행 부진으로 연말을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시청률만 가지고 작품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땐뽀걸즈’와 ‘최고의 이혼’ 역시 마찬가지다. 먼저 ‘땐뽀걸즈’는 댄스스포츠 대회를 앞둔 거제여상 ‘땐뽀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리메이크했다.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장르물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땐뽀걸즈’는 자극적이거나 판타지스러운 설정에 기대기보다 현실을 그대로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또한 주요 캐릭터들이 고등학생인 만큼 박세완·이주영·장동윤 등 젊은 신예들을 캐스팅했다. ‘막장 요소’나 ‘스타 캐스팅’이 드라마의 흥행 필수 조건으로 꼽히는 안방극장에서 ‘땐뽀걸즈’는 돌연변이에 가까웠다.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땐뽀걸즈’는 수작(秀作)이라고 불릴 만하다. ‘땐뽀걸즈’는 졸업 후 취직을 당연히 여기던 거제여상 학생들이 댄스스포츠를 배우며 삶의 또 다른 의미를 깨닫는 내용이 큰 줄기를 이뤘다. 원작 다큐멘터리 속 실제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여기에 드라마판 ‘땐뽀걸즈’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조선업이 쇠락하며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거제라는 공간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가정의 이야기를 함께 다뤘다. 자녀에게 ‘공부’보다 ‘취직’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상황, 한참 부푼 꿈을 안고 살아가야 할 나이에 ‘희망’보다 ‘포기’를 먼저 배우게 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그 속에서 사춘기 소녀들이 갈등하고 화해하며 돈독해지는 과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뿐만 아니라 폭력 사건과 얽혀 소년원에 갈 위기에 처한 박혜진(이주영)처럼 불우한 환경에 놓인 제자들에게 차별없는 사랑을 베푸는 땐뽀반 담당 교사 이규호(김갑수)의 존재는 그 어떤 히어로보다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진=KBS)
(사진=KBS)

 

작품 외적으로는 베테랑 중견 배우들과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준 신예들의 시너지를 높이 평가할 만했다. 영국 탄광촌 소년의 발레 도전기를 그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아들의 꿈을 묵묵히 지원해주는 아버지를 연기했던 김갑수는 ‘땐뽀걸즈’에서도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교사 이규호 역으로 장면마다 감동을 선사했다. 장현성(권동석 역)과 김선영(박미영 역)은 극 중 한 회사에서 갑과 을의 위치에서 서로 대립하는 모습으로 어른들이 맞닥뜨리는 사회의 현실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주인공 김시은 역의 박세완부터 문제 소녀 박혜진을 연기한 이주영, 외모 가꾸기가 최대 관심사인 양나영 역의 주해은, 부상으로 유도를 포기해야 했던 이예지 역의 신도현, 해맑은 모습 뒤로 가족들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김도연·심영지 역의 이유미·김수현까지 그간 작은 역할을 주로 맡았던 신인들의 활약이 남달랐다.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는 물론, 10대 청소년들의 성향을 잘 살린 디테일들로 몰입을 도왔다. 시은을 짝사랑하면서 댄스스포츠에 발을 들인 이후, 소심한 성격에서 용기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 권승찬 역의 장동윤도 캐릭터,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실력과 매력을 겸비한 신인들을 발견했다는 데서 ‘땐뽀걸즈’의 가치가 빛난다.

‘최고의 이혼’ 역시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이혼한 부부가 동거한다는 주요 설정이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청률이 높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일본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전개도 일부 시청자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평가다. 동시에 ‘최고의 이혼’은 탄탄한 마니아 시청자를 확보했다. 파격에 가까운 설정 속에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사랑’과 ‘관계’ ‘결혼’에 관한 생각들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대사 덕분이다. 특히 배두나(강휘루 역)와 이엘(진유영 역)을 필두로 차태현(조석무 역) 손석구(이장현 역) 등 캐릭터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다. 또 강마루 역의 김혜준, 주수경 역의 하윤경, 임시호 역의 위하준 등의 뉴 페이스들이 ‘최고의 이혼’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점도 뜻깊다.

지상파는 물론 비지상파까지 거의 전 채널에서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이는 최근, 이 때문에 경쟁의 열기가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작품들이 시청률 확보를 위해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는 듯하다. 현재 방영 중인 SBS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을 비롯해 방송을 앞둔 KBS2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등 이른바 막장극의 대가들이 미니시리즈로 넘어오는 거나 잔인한 장르물이 꾸준히 시청자들을 만나는 경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성적은 저조했으나 애청자들에게는 ‘인생 드라마’라 꼽히며 칭찬받는 ‘땐뽀걸즈’와 ‘최고의 이혼’의 의미가 남다른 배경이다. 시청자들의 유희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드라마가 단순한 재미만을 쫓아서는 안 된다. 어느 누구는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땐뽀걸즈’와 ‘최고의 이혼’을 통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KBS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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