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남우정 기자] 'MBC 연기대상'이 이번에도 상 퍼주기에 나섰다.
30일 오후 8시 45분, 김용만, 서현의 진행으로 열린 ‘2018 MBC 연기대상’이 고질병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에도 스스로 상의 권위를 떨어뜨렸다.
사실 올해 MBC 드라마는 흉작이었다. 두 자릿수 시청률은 눈에 띄지 않았고 이렇다 할 화제작도 탄생하지 않았다. 기록만 보더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미니시리즈 중에서 두 자릿 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내 뒤에 테리우스’과 현재 방영 중인 ‘나쁜형사’ 뿐이다.
심지어 ‘위대한 유혹자’는 MBC 역대 최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줬다. ‘시간’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태도 논란에 휘말렸던 김정현이 드라마 중도 하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현재 TV를 보는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이 달라지긴 했으나 화제를 모은 작품조차 적다는 것은 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던 MBC에겐 큰 타격이다.
이 가운데 대상은 예상대로 시청률로 성과를 보여준 ‘내 뒤에 테리우스’ 소지섭에게 돌아갔다. 워낙 화제작이 없었던 탓에 ‘내 뒤에 테리우스’는 소지섭의 대상을 비롯해서 8관왕을 차지했다. 이견이 나올 수 없는 결과기도 하다.
하지만 시상식 전 미리 공개했던 대상 후보 6명인 소지섭, 채시라, 김선아, 신하균, 정재영, 이유리가 모두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촌극을 펼쳤다. 후보자가 모두 최우수상을 받다 보니 당연히 상의 의미와 권위는 퇴색됐다.
MBC는 올 한해 수고했던 배우들의 공을 치하해주고 싶었는지 드라마를 각 부문 별로 쪼개서 수상했다. 연속극, 주말극은 물론 미니시리즈도 월화, 수목으로 나눴다. 조연상까지 부문을 나눠서 줬다.
그 와중에도 공동 수상도 빈번하게 보였다. 월화 미니시리즈 최우수상은 ‘검법남녀’ 정재영, ‘나쁜형사’ 신하균이 나란히 받았고 최우수상 주말특별기획 부문은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 ‘숨바꼭질’ 이유리가 수상했다. 청소년 아역상은 무려 8명이 받았다.
시청률로만 상을 수여할 순 없다곤 하지만 역대 최저 시청률 2위를 기록한 ‘위대한 유혹자’의 우도환, 문가영의 우수상 수상에도 의문이 남는다. 시청률 참패는 물론 방영 당시에도 연기력 논란, 시청자들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스토리, 주연 배우 촬영 스케줄 등으로 말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아기자기한 시도는 눈에 띄었지만 무리수 진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MBC 연기대상은 나름의 다양한 시도를 했다. 대상 후보들을 위해 동료 배우들이 소개를 하는 전개나 방송인 인터넷 퀴즈쇼를 표방해 드라마 관련 퀴즈를 배우들이 함께 풀어보는 시간 등을 가지며 새로운 도전을 했다.
하지만 생방송답게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곳곳에 등장했다. 일단 MC인 서현이 조연상을 수상한 정혜영의 출연작 이름을 잘못 말하면서 당황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전파를 탔다. 여기에 무대 밑에서 배우들의 인터뷰를 한 김용만의 인터뷰는 무리수였다. 연륜이 있는 소지섭, 김선아의 경우 유연하게 돌발 질문과 부탁에 대처할 수 있었으나 신인인 장기용, 진기주는 그만한 능력치가 부족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까지 민망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인터뷰였다.
올 한해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MBC답게 연기대상 시상식도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