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스카이(SKY) 캐슬’ PD가 섬세한 연출과 관련한 비화들을 밝혔다.
JTBC 금토드라마 ‘스카이 캐슬’ 조현탁 PD는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스카이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다.
드라마는 우리나라 교육계의 어두운 면과 삐뚤어진 욕심을 조명하며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더 나아가 진정한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까지 만들었다. 특히 무거운 주제를 섬세한 감정선과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연출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 PD가 바라본 ‘스카이 캐슬’ 그리고 현실
조 PD는 디테일한 연출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대본’을 꼽았다. 그는 “대본에 많은 것들이 촘촘히 나와 있었다. 대본을 보면 그 다음 회를 안 보면 못 배길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었다. 심지어 같이한 배우들도 뒷내용을 궁금해 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연출에 있어서도) 대본의 힘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을 마치면 편집팀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님이 대본을 10부까지 이미 주셨기 때문에 그 뒤의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 덕분에 엔딩에 있어 여러 갈래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섬세한 연출이 나올 수 있던 배경으로 ‘좋은 대본’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조 PD는 촬영을 위한 취재를 나가 많은 것들을 깨닫고 왔음을 털어놨다. 조 PD는 “나는 교육에 크게 관심이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애써 외면했던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작가님을 계기로 조사를 하게 됐다”면서 “밤에 대치동에 가 가만히 상황들을 지켜봤다. 괴상한 풍경들이 많더라. 어린 아이가 큰 가방을 맨 채 신용카드를 들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하더라. 또 자정이 됐는데도 학원 근처 식당에는 학생들이 있더라.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이 작품을 기획하지 않았다면 나도 이런 현실을 몰랐을 것이다. 좀 더 진심으로 작품에 임해야 하고 문제의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진=JTBC 제공)
연출에 있어서는 “배우들 사이에 주고받는 감정이 많고 겉과 속이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 두 가지의 얼굴들을 담으려고 처음부터 작전을 많이 짰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할 수는 있어도 실망하고 돌아선 사람들의 뒷모습은 숨길 수 없기에 이를 거울로 표현하는 등 방식이다. 또 손동작, 손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얼굴에서 좋은 마음을 드러낸다고 해도 손은 숨길 수 없다”면서 감정신 하나하나 공들여 찍었음을 밝혔다.
그런 조 PD가 꼽은 명장면은 김주영(김서형)이 한서진(염정아)에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 물었습니다”라고 묻는 장면이다. 여기에서 한서진은 비극적 결말을 알고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에 대해 조 PD는 “한서진은 악당의 외모, 이기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주인공에 호감을 갖기에는 불편한 지점이 있다. 그런 상황 속 한서진이 진짜 엄마의 입장을 담아 진심으로 연기하면, 김주영이 말한 대로 엄마가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감당하겠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싶었다”고 전했다.
또 조 PD는 혜나(김보라)가 죽은 뒤 모두가 자신의 자식들은 범인이 아니라면서 서로를 헐뜯는 장면도 언급했다. 이 장면은 우아해 보이는 캐슬 사람들이 천박하게 뒤엉켜 싸우고, 등돌린 가족이 하나되는 등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신이다.
조 PD는 “모두 모여 ‘개싸움’을 했던 장면이 생각난다. 이렇게 모두가 모이는 신이 많았는데 완벽히 호흡이 맞았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많았다. 그때 독감에 걸려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그런 걸 배려하면서 즐겁고 유쾌하게 촬영했다”면서 “모여서 촬영을 할 때마다 배우 분들이 캐릭터에 빙의되어 있어서 나나 작가보다 이 사람들이 더 캐릭터를 잘 알고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배우들이 남다른 몰입을 했음을 설명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제공)
■ PD가 직접 밝힌 연출 뒷이야기
그 덕분에 ‘스카이 캐슬’은 드라마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1.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매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리고 지난 19일 방송한 18회로 22.3%를 달성하며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기록인 ‘도깨비’(18.6%)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스카이 캐슬’은 23.2%를 차지하며 또 다른 기록을 쓰고 있다.
조 PD는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안에서 촬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시청률을 체감하고 있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촬영 차량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라. 원래 초반 촬영 때는 어디를 돌아다녀도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또 제작진끼리 밥을 먹으러 가면 옆 테이블 어머니들이 ‘스카이 캐슬’ 이야기를 하고 계시더라. 드라마를 안 보는 한 어머니를 사람들이 설득 중이었는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첫 회 시청률이 나올 때가 기억난다. 연출 입장에서 괴로운 건 (시청률이 저조한 걸 안) 그 날도 아침부터 촬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회 시청률 나올 때가 아이들과 고등학교에서 촬영하던 때였는데, 찍기 쉽지 않더라”면서 “또 작가와 통화했는데 그 역시 재미있게 봤지만 잔잔한 서운함이 있으신 것 같더라. 그래서 너스레로 ‘2부는 4%가 넘을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니 작가가 ‘그런 사례가 있냐’고 묻더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현실의 어두운 면을 아프게 꼬집은 ‘스카이 캐슬’은 실감나는 내용 덕분에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제공)
이에 대해 조 PD는 “전혀 아니다. 작가가 말했던 ‘자전적’의 뜻은 (여느 부모처럼) 자식을 키우며 대학입시를 치렀던 경험을 베이스로 삼았다는 뜻이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부모들이 실제 아이들이 잘 되라고 입시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 속 어떤 것들이 남는지 표현하려고 했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조 PD는 드라마 속 숨은 연출을 두고 여러 추측이 오갔던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작품과 동명의 납골당이 있는데, 제목을 지을 때 이를 염두에 뒀냐는 질문에 “동명의 납골당과 일절 관련이 없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혜나의 유골함을 보관한 납골당이 실제 ‘스카이 캐슬’이었다. 정문 입구에서 찍다가 ‘스카이 캐슬’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어서 잘라서 찍어야 하나 생각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줬다.
아울러 혜나가 죽음을 맞기 전, 성적표를 보고 분노하는 장면에서는 죽어 있는 잠자리를 클로즈업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조 PD는 “죽은 잠자리는 리허설을 하던 와중 발견했다. 혜나가 죽는 스토리를 알고 있어서인지 그 잠자리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더라. 그래서 촬영을 지시하고 편집을 했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깊게 해석할 줄은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잠자리는 자살할 수 있는 곤충이라는 등 엄청난 내용들이 있더라”면서 웃었다.
마지막으로 조 PD는 최종회의 관전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오늘 새벽까지 마지막 작업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전화를 해 결말을 물어보더라. 그래서 친한 방송 관계자 분들께 ‘진짜 알고 싶으면 이야기해줄게’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러면 그 사람들이 ‘아냐. 그냥 방송으로 볼게’ 하시더라. (웃음) 그러니 방송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 ‘스카이 캐슬’은 오는 2월 1일 오후 11시 최종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드라마가 이미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기념비적인 숫자로 끝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