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bnt) [뷰어스=손예지 기자] “나는 ‘10년의 법칙’을 믿었습니다” 배우 오나라의 말이다. 그는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스카이(SKY)캐슬’(연출 조현탁, 극본 유현미)에서 진진희를 맡았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주목받은 오나라다. 그러나 사실 그는 올해 데뷔 22주년을 맞은 베테랑 연기자다. ‘10년의 법칙’이란 오나라가 선배로부터 전수받은 활동 비결이다. “10년 동안 곁눈질하지 말고 앞만 보며 달리면 그에 따른 결과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말은 쉽지만 한 분야에 10년이나 몸 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1997년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한 오나라는 실제로 10년 만에 ‘제12회 한국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 무수한 연기 지망생들이 모이는 대학로에서, 특히나 여자 배우의 입지가 좁은 가운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끝에 얻은 결과다. 이후 오나라는 두 번째 ‘10년의 법칙’을 위해 달렸다. 무대에서 드라마·영화계로 발을 돌려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다. “그 때의 나는 혈혈단신 혼자였습니다. 회사도 매니저도, 이끌어주는 선배도 없었죠. 힘들지만 이건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묵묵히 버티는 게 답이었습니다. ‘10년의 법칙’을 믿으면서요. 결국 활동 영역을 옮긴 뒤 10년 만에 tvN ‘나의 아저씨’와 ‘스카이캐슬’을 만났어요. ‘10년의 법칙’을 또 이룬 셈이죠” 하지만 그저 버티기만 했다면 ‘10년의 법칙’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10년을 달리면서 오나라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대본에는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다는 ‘스카이캐슬’의 진진희가 ‘러블리 찐찐’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사랑받은 배경에도 오나라의 치열함이 뒷받침됐다. “진진희는 ‘스카이캐슬’에서 주요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캐릭터가 아니에요. 변두리에 서서 감초 노릇을 하는 역할이죠. 그렇기에 살아남기 위한 본능으로 철저히 연구하고 연기했습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오나라는 “초반에 PD님이 ‘진진희를 마음껏 연기해보라’고 하는데 왠지 나만 장르가 다른 것 같아서 오히려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다른 배우들은 심각하게 연기하는데 홀로 균형이 어긋나는 건 아닐까 싶어서다. 하지만 ‘스카이캐슬’ 1~2회 방송을 시청하고 PD의 의도를 알았다고 말했다. 오나라는 “심각한 이야기 속에서 (진진희 가족은) 숨 구멍이 되어주는 역할이었다”며 “실제로 작가님이 재밌게 써준 대본을 더 풍성하게,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 중 남편 우양우를 맡아 다양한 애드리브를 함께 선보인 조재윤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리만의 부부 상(狀)을 만들고 싶었는데 재윤 씨가 ‘찐찐’이라는 애칭을 만들어준 게 큰 몫을 했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재윤 씨가 (나를) 예쁘다 귀엽다 해주니까 (작품에서도) 진진희가 사랑받는 아내로 그려진 것 같아요. 인터뷰마다 ‘조재윤을 제외하고 드라마에서 어떤 남편이 제일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나는 우리 남편이 최고예요” 물론 모든 현장이 배우의 즉흥 연기에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대본 그대로의 표현을 바라는 연출가나 작가도 적잖다. 오나라 역시 “초반에는 애드리브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진희를 마음껏 연기해보라’고 했던 조현탁 PD는 오나라가 준비해 간 애드리브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고. 이와 관련해 오나라는 “나는 애드리브를 현장에서 급히 만들지 않는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PD님이 18~19회 촬영 때 나에게 와서 ‘애드리브를 실제 대사처럼 녹여줘서 고맙다’고 ‘세계 최고’라며 엄지 척을 해줬어요. 애드리브가 애드리브로 보이는 순간, 값싼 콩트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툭툭 나오는 애드리브는 그냥 흘러가 버리고 말아요. 하지만 배역을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끝에 나오는 애드리브는 질적으로 다르죠. PD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셨을 때 감동했습니다” 대본을 쓴 유 작가도 오나라에게 오히려 고마워했단다. “애드리브 때문에 작가님에게 혼날까봐 종방연 날에는 주변에도 안 갔다”던 오나라는 “그런데 작가님이 ‘내가 쓴 것보다 진진희를 더 풍성하게 표현해줘 고맙다’며 밝게 맞아줬다”고 떠올렸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원래의 나도 웃음이 많고 밝아요. 남들을 웃기고 행복하게 해주는 걸 좋아하죠. 내가 말하는 걸 듣고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해요. 그런 면을 진진희에 녹여냈습니다” 반대로 진진희와 자신의 다른 점은 “줏대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오나라는 “나는 굉장히 의리있는 스타일”이라며 “한번 인연을 맺으면 10년 이상 간다. 차도 한 번 구입하면 오래 탄다. 재작년에 바꿨는데 그게 13년 만이었다. 다니는 숍도,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도 거의 17년이 됐고 팬클럽도 15년 유지하는 중이다. 남자친구도 20년 됐잖나”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가운데 오나라와 진진희가 같지 않은 점이 또 있다. 실제 오나라는 미혼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아이를 키워본 경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나라가 연기한 진진희는 ‘스카이캐슬’ 시청자들 사이에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 비결을 물었다. “이렇게 큰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연기한 게 처음이라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일까봐 고민했어요. 그런데 아들 수한이를 연기한 (이)유진이를 처음 만난 순간, 그 순수한 눈망울을 마주하니 모성애가 꿈틀거리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우리 엄마가 나에게 했던 것들이 떠올랐고 그대로 연기했습니다. 자식과 친구처럼 지내다가도 혼낼 때는 따끔하게, 풀어줄 땐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이요” 극 중 진진희의 모델이 오나라의 모친이었던 셈이다. 이에 올해 설 연휴 부모님을 찾은 오나라는 “엄마에게 ‘내가 연기한 엄마 어땠냐’고 여쭤보니 ‘데시벨이 나랑 똑같더라’고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나 흉내낸 거냐’고 하시기에 ‘맞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는 낯간지러워서 못했다. (연기하면서) 엄마가 나 안아주던 것이 생각났다는 말 말이다. 하지만 말씀 안 드려도 알지 않겠냐”며 미소 지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부모님이 시골에 계신 터라 딸이 얼마큼 잘되고 있는지 잘 모르세요(웃음). 이번에 가서 ‘고생한 끝에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좋은 소식 전해드렸죠. 효도한 기분이에요” 오나라의 효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스카이캐슬’ 종영 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방송가는 물론 광고계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는 덕분이다. 소감을 묻자 “알면서 뭘 묻냐”면서도 함박웃음을 짓던 오나라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일단 그동안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온 결과를 얻는 것 같아 고맙고요. 한편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입에 바른 소리가 아니라 진짜요. 사실 지금보다 드라마 촬영할 때가 더 좋았어요. ‘스카이캐슬’이 15회 방송될 때쯤에는 행복감에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작품이 끝나니까 (부담이) 느껴지더군요. 받은 사랑에 연기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차기작에 대한 걱정도 생겼고요” 데뷔 23년 차 이미 공연과 방송을 섭렵한 베테랑이 느끼는 부담은 어떤 것일까. 오나라는 “엄청난 작품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어울리는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오래 롱런하는 것이 배우로서의 꿈이라는 오나라는 “여태 분량과 상관 없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캐릭터들을 살린 것처럼 (차기작에서도) 그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에 차기작으로 만나고픈 장르를 묻자 주저않고 “멜로”라는 답을 내놨다. “작품에서 가슴 시린 사랑을 해보는 게 소원입니다. ‘나의 아저씨’에서 비슷한 역할을 해봤지만 외사랑이었거든요(오나라는 ‘나의 아저씨’에서 불교에 귀의한 전 연인을 그리워 하는 여자 정희를 연기했다) 당시에도 눈물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나를 다룬 칼럼에서 ‘배꼽 빠지게 웃기는 동시에 눈에 눈물나게 하는 배우’라는 표현을 봤는데 공감됐어요.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 한편 웃겨서 눈물 나게 만드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거든요”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대학로의 원조 ‘로코퀸’인 만큼 공연 복귀도 열려 있다. 오나라는 “무대를 관둔 게 아니다. 다만 여기서 안정을 찾고 성공하고 싶어 잠시 멀리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여유가 생겼으니, 물론 무대에서 아직 나를 원한다면 언제든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뮤지컬 섭외를 받았는데 ‘나의 아저씨’와 ‘스카이캐슬’이 겹쳐서 못 했거든요. 내년쯤 무대를 다시 밟아보면 어떨까 싶네요. 무엇보다 15년간 나를 지켜준 팬클럽에 보답하고 싶어서요. 모두 내가 공연할 때부터 팬이었거든요. 무대에 선 오나라가 얼마나 보고 싶겠어요. 뮤지컬에서는 최고의 언니였는데 다 버리고 신인부터 시작하는 모습 보면서 가슴도 아팠을 거고요. 그들에게 보답하는 기회를 꼭 얻고 싶습니다” 오나라는 팬사랑도 남달랐다. 10년 넘은 골수팬 50여 명을 단체 채팅방에 모아 꾸준히 소통해왔다는 오나라는 최근 포털사이트에 공식 팬카페를 개설했다. “만들자마자 1200명 정도 가입했다”면서 “이상하게 10대~20재 친구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해주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조만간 정모를 열어서 물어보려고 한다”는 귀여운 계획도 밝혔다.  그런가 하면 오나라는 특별한 곳에서도 팬들을 만났다. 바로 그가 강단에 서는 백석예술대학교에서다. 10년간 백석예대 음악학부 뮤지컬과 겸임교수로 교편을 잡고 있는 오나라는 “‘스카이캐슬’을 촬영하는 동안 입시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는데 수험생들이 실시간으로 내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더라”며 웃음 지었다. “‘찐찐 있는 학교 가고 싶다’는 수험생들의 반응에 총장님이 뿌듯해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 한편 과연 오나라는 제자들에게 어떤 교수님일지 궁금해졌다. (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bnt) “엄청 무서운 교수님일 수 있어요. 실은 교수와 제자 관계보다 선후배가 더 무섭잖아요. 나는 현역 배우이니 (현장에서) 제자를 만날 확률이 높거든요. (교수이기 이전에) 선배인 셈이니 제자들에게는 내가 두려운 존재죠. 나는 항상 이야기해요. ‘지금 너와 나의 인연이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요. 실제로 제자들을 후배 배우로 만날 때가 있는데, (학교에서) 열심히 안 했던 친구들은 나에게 못 다가와요(웃음). 내가 부르면 ‘그때 수업 열심히 들을 걸 그랬다’고들 해요. 그래도 나는 내 제자니까 감독님에게 잘 봐 달라고 말도 하고 그래요. 선배로서 후배들을 잘 끌어주고 싶거든요. 또 현장에서 연극했다는 후배들 보면 먼저 다가가 챙겨주고요. 내가 겪은 설움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진심어린 목소리에 문득 오나라를 선배 혹은 스승으로 둔 연기 지망생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오나라의 말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시청자와 관객에게도 언니같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앞으로 10년 후에도 말이죠. 변함없이 대화가 잘 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지금은 교만해지거나 들뜨지 않도록 나를 지키려고 합니다”

[마주보기] 오나라가 믿은 ‘10년의 법칙’

손예지 기자 승인 2019.02.14 21:08 | 최종 수정 2138.04.01 00:00 의견 0

 

(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bnt)
(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bnt)

[뷰어스=손예지 기자] “나는 ‘10년의 법칙’을 믿었습니다”

배우 오나라의 말이다. 그는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스카이(SKY)캐슬’(연출 조현탁, 극본 유현미)에서 진진희를 맡았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주목받은 오나라다. 그러나 사실 그는 올해 데뷔 22주년을 맞은 베테랑 연기자다.

‘10년의 법칙’이란 오나라가 선배로부터 전수받은 활동 비결이다. “10년 동안 곁눈질하지 말고 앞만 보며 달리면 그에 따른 결과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말은 쉽지만 한 분야에 10년이나 몸 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1997년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한 오나라는 실제로 10년 만에 ‘제12회 한국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 무수한 연기 지망생들이 모이는 대학로에서, 특히나 여자 배우의 입지가 좁은 가운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끝에 얻은 결과다. 이후 오나라는 두 번째 ‘10년의 법칙’을 위해 달렸다. 무대에서 드라마·영화계로 발을 돌려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다.

“그 때의 나는 혈혈단신 혼자였습니다. 회사도 매니저도, 이끌어주는 선배도 없었죠. 힘들지만 이건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묵묵히 버티는 게 답이었습니다. ‘10년의 법칙’을 믿으면서요. 결국 활동 영역을 옮긴 뒤 10년 만에 tvN ‘나의 아저씨’와 ‘스카이캐슬’을 만났어요. ‘10년의 법칙’을 또 이룬 셈이죠”

하지만 그저 버티기만 했다면 ‘10년의 법칙’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10년을 달리면서 오나라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대본에는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다는 ‘스카이캐슬’의 진진희가 ‘러블리 찐찐’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사랑받은 배경에도 오나라의 치열함이 뒷받침됐다.

“진진희는 ‘스카이캐슬’에서 주요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캐릭터가 아니에요. 변두리에 서서 감초 노릇을 하는 역할이죠. 그렇기에 살아남기 위한 본능으로 철저히 연구하고 연기했습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오나라는 “초반에 PD님이 ‘진진희를 마음껏 연기해보라’고 하는데 왠지 나만 장르가 다른 것 같아서 오히려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다른 배우들은 심각하게 연기하는데 홀로 균형이 어긋나는 건 아닐까 싶어서다. 하지만 ‘스카이캐슬’ 1~2회 방송을 시청하고 PD의 의도를 알았다고 말했다. 오나라는 “심각한 이야기 속에서 (진진희 가족은) 숨 구멍이 되어주는 역할이었다”며 “실제로 작가님이 재밌게 써준 대본을 더 풍성하게,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 중 남편 우양우를 맡아 다양한 애드리브를 함께 선보인 조재윤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리만의 부부 상(狀)을 만들고 싶었는데 재윤 씨가 ‘찐찐’이라는 애칭을 만들어준 게 큰 몫을 했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재윤 씨가 (나를) 예쁘다 귀엽다 해주니까 (작품에서도) 진진희가 사랑받는 아내로 그려진 것 같아요. 인터뷰마다 ‘조재윤을 제외하고 드라마에서 어떤 남편이 제일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나는 우리 남편이 최고예요”

물론 모든 현장이 배우의 즉흥 연기에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대본 그대로의 표현을 바라는 연출가나 작가도 적잖다. 오나라 역시 “초반에는 애드리브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진희를 마음껏 연기해보라’고 했던 조현탁 PD는 오나라가 준비해 간 애드리브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고. 이와 관련해 오나라는 “나는 애드리브를 현장에서 급히 만들지 않는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PD님이 18~19회 촬영 때 나에게 와서 ‘애드리브를 실제 대사처럼 녹여줘서 고맙다’고 ‘세계 최고’라며 엄지 척을 해줬어요. 애드리브가 애드리브로 보이는 순간, 값싼 콩트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툭툭 나오는 애드리브는 그냥 흘러가 버리고 말아요. 하지만 배역을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끝에 나오는 애드리브는 질적으로 다르죠. PD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셨을 때 감동했습니다”

대본을 쓴 유 작가도 오나라에게 오히려 고마워했단다. “애드리브 때문에 작가님에게 혼날까봐 종방연 날에는 주변에도 안 갔다”던 오나라는 “그런데 작가님이 ‘내가 쓴 것보다 진진희를 더 풍성하게 표현해줘 고맙다’며 밝게 맞아줬다”고 떠올렸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원래의 나도 웃음이 많고 밝아요. 남들을 웃기고 행복하게 해주는 걸 좋아하죠. 내가 말하는 걸 듣고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해요. 그런 면을 진진희에 녹여냈습니다”

반대로 진진희와 자신의 다른 점은 “줏대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오나라는 “나는 굉장히 의리있는 스타일”이라며 “한번 인연을 맺으면 10년 이상 간다. 차도 한 번 구입하면 오래 탄다. 재작년에 바꿨는데 그게 13년 만이었다. 다니는 숍도,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도 거의 17년이 됐고 팬클럽도 15년 유지하는 중이다. 남자친구도 20년 됐잖나”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가운데 오나라와 진진희가 같지 않은 점이 또 있다. 실제 오나라는 미혼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아이를 키워본 경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나라가 연기한 진진희는 ‘스카이캐슬’ 시청자들 사이에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 비결을 물었다.

“이렇게 큰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연기한 게 처음이라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일까봐 고민했어요. 그런데 아들 수한이를 연기한 (이)유진이를 처음 만난 순간, 그 순수한 눈망울을 마주하니 모성애가 꿈틀거리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우리 엄마가 나에게 했던 것들이 떠올랐고 그대로 연기했습니다. 자식과 친구처럼 지내다가도 혼낼 때는 따끔하게, 풀어줄 땐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이요”

극 중 진진희의 모델이 오나라의 모친이었던 셈이다. 이에 올해 설 연휴 부모님을 찾은 오나라는 “엄마에게 ‘내가 연기한 엄마 어땠냐’고 여쭤보니 ‘데시벨이 나랑 똑같더라’고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나 흉내낸 거냐’고 하시기에 ‘맞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는 낯간지러워서 못했다. (연기하면서) 엄마가 나 안아주던 것이 생각났다는 말 말이다. 하지만 말씀 안 드려도 알지 않겠냐”며 미소 지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부모님이 시골에 계신 터라 딸이 얼마큼 잘되고 있는지 잘 모르세요(웃음). 이번에 가서 ‘고생한 끝에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좋은 소식 전해드렸죠. 효도한 기분이에요”

오나라의 효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스카이캐슬’ 종영 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방송가는 물론 광고계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는 덕분이다. 소감을 묻자 “알면서 뭘 묻냐”면서도 함박웃음을 짓던 오나라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일단 그동안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온 결과를 얻는 것 같아 고맙고요. 한편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입에 바른 소리가 아니라 진짜요. 사실 지금보다 드라마 촬영할 때가 더 좋았어요. ‘스카이캐슬’이 15회 방송될 때쯤에는 행복감에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작품이 끝나니까 (부담이) 느껴지더군요. 받은 사랑에 연기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차기작에 대한 걱정도 생겼고요”

데뷔 23년 차 이미 공연과 방송을 섭렵한 베테랑이 느끼는 부담은 어떤 것일까. 오나라는 “엄청난 작품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어울리는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오래 롱런하는 것이 배우로서의 꿈이라는 오나라는 “여태 분량과 상관 없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캐릭터들을 살린 것처럼 (차기작에서도) 그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에 차기작으로 만나고픈 장르를 묻자 주저않고 “멜로”라는 답을 내놨다.

“작품에서 가슴 시린 사랑을 해보는 게 소원입니다. ‘나의 아저씨’에서 비슷한 역할을 해봤지만 외사랑이었거든요(오나라는 ‘나의 아저씨’에서 불교에 귀의한 전 연인을 그리워 하는 여자 정희를 연기했다) 당시에도 눈물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나를 다룬 칼럼에서 ‘배꼽 빠지게 웃기는 동시에 눈에 눈물나게 하는 배우’라는 표현을 봤는데 공감됐어요.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 한편 웃겨서 눈물 나게 만드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거든요”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사진=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대학로의 원조 ‘로코퀸’인 만큼 공연 복귀도 열려 있다. 오나라는 “무대를 관둔 게 아니다. 다만 여기서 안정을 찾고 성공하고 싶어 잠시 멀리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여유가 생겼으니, 물론 무대에서 아직 나를 원한다면 언제든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뮤지컬 섭외를 받았는데 ‘나의 아저씨’와 ‘스카이캐슬’이 겹쳐서 못 했거든요. 내년쯤 무대를 다시 밟아보면 어떨까 싶네요. 무엇보다 15년간 나를 지켜준 팬클럽에 보답하고 싶어서요. 모두 내가 공연할 때부터 팬이었거든요. 무대에 선 오나라가 얼마나 보고 싶겠어요. 뮤지컬에서는 최고의 언니였는데 다 버리고 신인부터 시작하는 모습 보면서 가슴도 아팠을 거고요. 그들에게 보답하는 기회를 꼭 얻고 싶습니다”

오나라는 팬사랑도 남달랐다. 10년 넘은 골수팬 50여 명을 단체 채팅방에 모아 꾸준히 소통해왔다는 오나라는 최근 포털사이트에 공식 팬카페를 개설했다. “만들자마자 1200명 정도 가입했다”면서 “이상하게 10대~20재 친구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해주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조만간 정모를 열어서 물어보려고 한다”는 귀여운 계획도 밝혔다. 

그런가 하면 오나라는 특별한 곳에서도 팬들을 만났다. 바로 그가 강단에 서는 백석예술대학교에서다. 10년간 백석예대 음악학부 뮤지컬과 겸임교수로 교편을 잡고 있는 오나라는 “‘스카이캐슬’을 촬영하는 동안 입시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는데 수험생들이 실시간으로 내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더라”며 웃음 지었다. “‘찐찐 있는 학교 가고 싶다’는 수험생들의 반응에 총장님이 뿌듯해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 한편 과연 오나라는 제자들에게 어떤 교수님일지 궁금해졌다.

(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bnt)
(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bnt)

“엄청 무서운 교수님일 수 있어요. 실은 교수와 제자 관계보다 선후배가 더 무섭잖아요. 나는 현역 배우이니 (현장에서) 제자를 만날 확률이 높거든요. (교수이기 이전에) 선배인 셈이니 제자들에게는 내가 두려운 존재죠. 나는 항상 이야기해요. ‘지금 너와 나의 인연이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요. 실제로 제자들을 후배 배우로 만날 때가 있는데, (학교에서) 열심히 안 했던 친구들은 나에게 못 다가와요(웃음). 내가 부르면 ‘그때 수업 열심히 들을 걸 그랬다’고들 해요. 그래도 나는 내 제자니까 감독님에게 잘 봐 달라고 말도 하고 그래요. 선배로서 후배들을 잘 끌어주고 싶거든요. 또 현장에서 연극했다는 후배들 보면 먼저 다가가 챙겨주고요. 내가 겪은 설움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진심어린 목소리에 문득 오나라를 선배 혹은 스승으로 둔 연기 지망생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오나라의 말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시청자와 관객에게도 언니같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앞으로 10년 후에도 말이죠. 변함없이 대화가 잘 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지금은 교만해지거나 들뜨지 않도록 나를 지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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