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이 보여준 조여정의 얼굴은 새로웠다. 우아하고 세련됐지만 지나치게 단순해 손해를 보고 다니는 부잣집 사모님 캐릭터도 신선했지만, 선을 넘을 듯 말듯 아슬아슬한 연기 내공으로 캐릭터를 빛냈다.
‘기생충’의 박 사장 부인이자 ‘심플’한 연교는 여느 부잣집 사모님과는 결이 다르다. “돈이 다리미”라는 충숙(장혜진 분)의 말처럼 악의 없이 순수한 마음이 돋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여정은 이런 연교가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느껴졌고,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기도 했다.
“처음부터 연교가 독특하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누구나 다양한 면을 가지는데 한 쪽이 많이 비춰졌을 때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다. 영화 속 인물들은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것에 대한 선입견에 국한되지 않아 좋았다. 실제로 연교 같은 부자들도 있지 않겠나. 의심을 해 볼 만 한 일을 아예 겪지 않은 사람들을 실제로 보기도 했다. 오히려 현실적인 것 같아 좋았다. 연교를 믿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 앞에서는 말도 안 되는 영어를 섞어 말하는 귀여운 수준의 허영심도 있다. 이를 연기하는 조여정의 뻔뻔한 얼굴이 종종 폭소를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조여정은 누군가를 웃기려는 생각보다는 캐릭터 성격을 보여주는 진지한 장면이라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
“다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였다. 중간에 나오는 영어들도 모두 대본에 있던 것이었다. 구체적인 설정이었고, 우리가 현실에서 많이 접하는 부분을 잘 꼬집어주신 것 같다. 자세히 보면 영어는 남편 앞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다. 미묘한 차이들이 있다. 연교가 이런 여자라는 걸 와 닿게 만들어주는 장면인 것 같다. 진지하게 했는데 웃어주셔서 너무 좋았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똑부러지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빈틈투성이인 연교는 조여정 안에도 있었다. 자각하지는 못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중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공감한 부분도 있었다.
“연교는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 당연하게 있던 거라 내게도 있었는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분명 연교 같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배우들은 나를 연교 같다고 놀리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무지하게 똑부러진다고 항변을 하곤 했다. 오히려 나한테는 전 작품들이 항상 어려웠다. 비장한 캐릭터들을 많이 했고, 그래서 지금 이야기들이 너무 좋다. 내게도 이런 면이 있는데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특히 집에서도 완벽하게 옷을 차려입은 연교가 소파에 엎드려 자는 모습이나 초조함에 다리를 떠는 현실적인 디테일들이 몰입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런 것 자체가 현실감이 있어 좋았다. 집에서 아무리 스커트를 입어도 다리를 꼬고 있을까 생각하면 아닐 것 같다. 봉준호 감독님이 그런 디테일로 연교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주게 해주시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조여정은 관객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봉 감독과 함께 해 칸 영화제에도 진출했지만 자신에 대한 반응보다는 작품에 대한 좋은 평가만 있으면 만족한다는 것이었다.
“여태 우리가 많이 본 사모님 모습은 아니니까 그런 부분을 흥미 있게 봐주셨으면 했다. 하지만 나에 대한 평가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감독님과 함께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본 것이고, 그 자체만으로 영광이고 감사했다.”
②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