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무기 고증에 대해 ‘옥에 티’를 찾는 작업을 오래 했지만, 가끔 힘든 콘텐츠들이 있다.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고증이 너무 잘되어 ‘옥에 티’가 없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옥에 티’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경우다. ‘아스달 연대기’는 아쉽게도 후자다.
‘아스달 연대기’를 향한 기대치는 높았다. 최고의 배우들과 500억이 넘는 제작비, 그리고 방영 전 공격적인 마케팅은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드라마의 완성도만 높으면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치는 방영 후 오히려 독이 됐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평이했지만, 전체적인 세계관이나 소품, 의상이 따로 노는 일이 벌어졌다. 가상의 대륙, 가상의 시대, 가상의 인물이 출연하는 콘텐츠에서 고증을 따지는 것은 사실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제작진이 언론을 통해 청동기 초기 시대가 배경이 되었다는 것을 밝힌 바 있고, 한국 드라마 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적어도 ‘납득한 만한’ 개연성이 있어야 했다.
새로운 드라마 대본이 나오면 모든 스태프들이 탐독하고 연구하겠지만, 특히 미술팀과 의상팀 그리고 소품팀은 그야말로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몇 번이나 숙지한다. 그들은 드라마 전반에 걸쳐 크게 드러나는 이들은 아니지만, 그들의 사전 준비가 없으면 드라마가 완성되지 않는다. ‘아스달 연대기’ 역시 많이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동기 시대에 전혀 걸맞지 않는 철기시대의 무장과 갑옷 그리고 의상이 매회 등장을 했고, 건축 양식 역시 청동기는 물론 철기 시대에 있을 수 있을까 싶은 것들도 등장했다.
물론 ‘아스달 연대기’ 같은 판타지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연출부 역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상고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가 혼재된 세계관에서 무기나 의상에 관한 고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와중에 캐릭터들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캐릭터에 맞게 의상과 소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섞였을 것이다. 의상팀, 소품팀, 연출부의 전쟁이 소리 없이 일어났으리라 예상된다.
한국에서 지금껏 시도되지 않은 장르의 드라마의 탄생은 박수 받을만하다. 그러나 제작현장에 대한 구설과 해외 콘텐츠와 거의 흡사한 의상과 콘셉트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제작진 차원 에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아스달 연대기’는 파트1,2를 마치고 파트3를 준비하고 있다. 파트3에서는 필자가 ‘옥에 티’ 찾기를 포기 하지 않고, 드라마 속 무기에 대해 한층 더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