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인생을 ‘허허허’에 담아봅시다” 장수(영정)사진 촬영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종각 사진작가의 장수사진 봉사 현장인 ‘참 아름다운 사진관’에서는 웃음꽃이 넘쳐난다. 오전부터 시작된 장수사진 촬영은 늦은 오후를 넘겨 끝이 난다. 기자와 만난 날도 박 작가는 7시간 이상 봉사를 진행하며 50여 명의 어르신의 장수사진을 촬영했다. 단순히 한 두 컷을 촬영하고 끝을 내는 것이 아닌 인생을 담은 명작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여러 느낌의 사진들이 있지만, 인물 사진은 웃는 모습에서 살아온 인생이 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허허허’ 웃는 모습 속에서 많은 어르신의 인생을 담은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기에 ‘허허허’를 요청하게 된 겁니다. 사실 잘 되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웃음 속에서 깊은 인생을 찾고자 해서 ‘허허허’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참 아름다운 사진관’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평소 엄숙한 느낌을 주던 장수사진 촬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마냥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형식적인 사진 촬영이 아닌 인생이 묻어나는 사진을 담기 위해 박 작가는 어르신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 시간 사진 촬영을 진행하며 진심으로 소통을 이어가다 보면 ‘참 아름다운 사진관’에서는 다양한 인생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한국전쟁 중 남으로 내려온 노인, 남편과 사별하고 3명의 자녀를 키워낸 할머니, 커플 사진을 요청하는 평생을 함께한 노부부까지 인생의 말년을 준비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는 것이 박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묻어난다고 하는데 어르신들과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게 더 잘 느껴진다. 소통 속에서 그분들의 삶을 배우기도 한다. 또 교감을 이어가며 영정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그 인생이 카메라 뷰파인더로 확 다가올 때가 있다. 그걸 담아낼 때가 이 봉사를 진행하며 가장 보람찬 느낌을 받는 순간이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 작가의 실제 직업은 회사원이다. 평일에는 KB국민은행 강동송파3지역 본부장으로서 열심히 업무를 보고 주말에는 복지관, 요양원,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장수사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바쁜 삶을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박 작가는 “10여 년 전에 위암 수술을 앞둔 어르신의 요청으로 영정사진을 찍어드린 적이 있다. 그분께서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는데, 장수사진을 촬영 후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회복해 지금까지 건강히 삶을 누리고 계신다. 마음을 준비하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 후 가지고 있는 사진 재능으로 평생 아름답게 살아온 분들의 모습을 잘 담아드리는 것도 좋은 봉사가 될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가 ‘참 아름다운 사진관’으로 영정사진 촬영 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카메라 외에도 영정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모두 장만해 1년 전부터 주말을 이용해 다양한 지역에서 어르신들과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같은 형태의 사진을 반복해 촬영하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수월해져야 할 것 같지만 박 작가는 그렇지 않은 눈치다. 그는 “사진 한 장은 영원히 역사에 남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장면이기에 아름다운 사진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손들에게 기억될만한 장면을 잡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순간을 포착한다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다. 그분들이 살아온 인생의 무게를 깊이 바라보게 될수록 촬영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진정성 넘치는 고충을 토로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영정사진 봉사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그 마음은 전혀 없어 보였다. 박 작가는 자신의 사진 재능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담아낸다는 것이 어떤 촬영보다 값진 의미를 지닌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답한다. “내가 찍어드린 사진을 보면서 인생을 돌아보고, 후손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점검 도구로 내 사진이 활용되는 걸 볼 때면 뿌듯함과 만족감을 크게 느낍니다. 사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쉬운 작업은 아닌데 그런 순간들이 이 봉사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앞으로도 힘들지만 아름답게 살아온 어르신들의 인생을 담은 사진을 ‘참 아름다운 사진관’에서 잘 담아 자녀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마주보기] 평일엔 은행원, 주말엔 장수사진가…‘참아름다운 사진관’ 박종각의 가치있는 삶

곽민구 기자 승인 2019.07.15 14:41 | 최종 수정 2139.01.30 00:00 의견 0

“살아온 인생을 ‘허허허’에 담아봅시다”

장수(영정)사진 촬영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종각 사진작가의 장수사진 봉사 현장인 ‘참 아름다운 사진관’에서는 웃음꽃이 넘쳐난다.

오전부터 시작된 장수사진 촬영은 늦은 오후를 넘겨 끝이 난다. 기자와 만난 날도 박 작가는 7시간 이상 봉사를 진행하며 50여 명의 어르신의 장수사진을 촬영했다. 단순히 한 두 컷을 촬영하고 끝을 내는 것이 아닌 인생을 담은 명작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여러 느낌의 사진들이 있지만, 인물 사진은 웃는 모습에서 살아온 인생이 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허허허’ 웃는 모습 속에서 많은 어르신의 인생을 담은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기에 ‘허허허’를 요청하게 된 겁니다. 사실 잘 되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웃음 속에서 깊은 인생을 찾고자 해서 ‘허허허’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참 아름다운 사진관’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평소 엄숙한 느낌을 주던 장수사진 촬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마냥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형식적인 사진 촬영이 아닌 인생이 묻어나는 사진을 담기 위해 박 작가는 어르신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 시간 사진 촬영을 진행하며 진심으로 소통을 이어가다 보면 ‘참 아름다운 사진관’에서는 다양한 인생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한국전쟁 중 남으로 내려온 노인, 남편과 사별하고 3명의 자녀를 키워낸 할머니, 커플 사진을 요청하는 평생을 함께한 노부부까지 인생의 말년을 준비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는 것이 박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묻어난다고 하는데 어르신들과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게 더 잘 느껴진다. 소통 속에서 그분들의 삶을 배우기도 한다. 또 교감을 이어가며 영정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그 인생이 카메라 뷰파인더로 확 다가올 때가 있다. 그걸 담아낼 때가 이 봉사를 진행하며 가장 보람찬 느낌을 받는 순간이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 작가의 실제 직업은 회사원이다. 평일에는 KB국민은행 강동송파3지역 본부장으로서 열심히 업무를 보고 주말에는 복지관, 요양원,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장수사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바쁜 삶을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박 작가는 “10여 년 전에 위암 수술을 앞둔 어르신의 요청으로 영정사진을 찍어드린 적이 있다. 그분께서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는데, 장수사진을 촬영 후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회복해 지금까지 건강히 삶을 누리고 계신다. 마음을 준비하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 후 가지고 있는 사진 재능으로 평생 아름답게 살아온 분들의 모습을 잘 담아드리는 것도 좋은 봉사가 될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가 ‘참 아름다운 사진관’으로 영정사진 촬영 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카메라 외에도 영정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모두 장만해 1년 전부터 주말을 이용해 다양한 지역에서 어르신들과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같은 형태의 사진을 반복해 촬영하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수월해져야 할 것 같지만 박 작가는 그렇지 않은 눈치다. 그는 “사진 한 장은 영원히 역사에 남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장면이기에 아름다운 사진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손들에게 기억될만한 장면을 잡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순간을 포착한다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다. 그분들이 살아온 인생의 무게를 깊이 바라보게 될수록 촬영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진정성 넘치는 고충을 토로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영정사진 봉사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그 마음은 전혀 없어 보였다. 박 작가는 자신의 사진 재능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담아낸다는 것이 어떤 촬영보다 값진 의미를 지닌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답한다.

“내가 찍어드린 사진을 보면서 인생을 돌아보고, 후손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점검 도구로 내 사진이 활용되는 걸 볼 때면 뿌듯함과 만족감을 크게 느낍니다. 사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쉬운 작업은 아닌데 그런 순간들이 이 봉사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앞으로도 힘들지만 아름답게 살아온 어르신들의 인생을 담은 사진을 ‘참 아름다운 사진관’에서 잘 담아 자녀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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