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 DB
1990년대 초반까지 극장은 의외로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입장부터 달랐다. 티켓은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입장표’지, 지금처럼 자리를 확보해주는 ‘좌석표’가 아니었다. 관람도 지금과 비교하면 자유로웠다. 악인이 등장하면 이곳저곳에서 욕도 튀어 나왔고, 웃기는 장면에서는 지금처럼 ‘키득키득’이 아니라, ‘푸하하하’가 넘쳤다. 아쉬운 목소리와 ‘엉엉’ 대는 울음은 기본이었고, 영화가 끝나면 박수까지 나왔다.
2000년대에 극장을 포함한 모든 공연장은 엄숙해졌다. 웃음은 ‘흐흥’ 정도에서 끝내고, 울음은 눈물 정도만 흘려야 한다. 멀티플렉스와 대형 뮤지컬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한층 강해졌다. 배우와 소통하는 대학로 소극장 공연에서조차 관객들은 엄숙하다. 그러나 ‘타인의 관람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가 매너 관람의 기본이 된 시대에 내 감정을 아무 때나 내보이면 안 된다.
손석구, 강한나, 오혜원 등 배우들의 연극 관람 태도가 논란이다. 당일 이들과 같이 본 관객들이 인터넷에 비매너 관람 태도를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강한나와 오혜원은 즉각 사과했다. 과하게 기사화되는 과정도 문제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몇몇이 불편함을 현장에서 느꼈다면, 유명인으로서 ‘사과’하고 넘어가면 끝이다. (참고로 어차피 검색어에서 사라지면, 기사도 안 나온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은 공연장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손석구는 달랐다. “나는 부끄러운 관람을 하지 않았다”며 “파란 하늘을 보고 다들 즐거워할 때 누군가는 기억에 따라 눈물이 날 수도 있겠죠. 흐린 내리는 비를 보고 들뜨는 사람도 물론 있었을 거고요. 다만 다수에 피해가지 않으면서도 제 권리라고 생각되는 만큼 조용히 웃고 중요히 울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어 “몇몇 관객들 분들의 그릇된 주인의식과 편협하고 강압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변질된 공연 관람 문화가 오해를 넘어 거짓양산까지 만드는 상황이 당황스럽지만, 이 이상의 반박도 사과도 하지 않겠습니다”라며 관객들의 잘못(?)된 관람 후기를 엄하게(?) 지적했다.
우리는 손석구의 글을 보고 반성해야 한다. 소수에게 피해가 갈 수 있지만, 다수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손석구는 말한다. 앞서 언급한 매너 관람의 전제는 고려하지 않는 당당함이다.
사실 손석구, 강한나, 오혜원의 태도에 ‘피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이날 이들 연예인이 5명이라 하더라도, 앞자리, 옆자리, 뒷자리를 다 합쳐야 15~20명 사이일 것이다. 눈 좋은 몇몇 관람객까지 포함해야 30~40명을 넘지 않는다. 절대 이날 관람객 다수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좌석 구조가 아니다. 손석구도 이를 알기 때문에 ‘다수’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음을, ‘몇몇 관객들의 그릇된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권리’를 다수에게 입히지 않는 한 자신의 감정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손석구의 입장을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공연장 안에서의 자유’, 손석구는 이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기에 결코 ‘부끄러운 관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 ‘부끄럽지 않다는 관람’을 ‘다수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한’이라는 손석구의 입장을 다르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