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기담' 스틸
여름만 되면 납량 특집이 쏟아졌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차츰 사라졌다. 이제는 ‘납량’이라는 단어도 보기 힘든 시대가 됐다.
이런 변화는 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공포 영화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에는 여름을 겨냥한 영화가 매년 등장했지만 2010년부터는 작품 수가 크게 감소했다. 그해 공포 영화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뿐이었고, ‘이끼’, ‘악마를 보았다’ 등의 범죄 스릴러가 여름 시장을 공약하기 나섰다. 이렇게 점차 공포 영화는 침체기를 겪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매년 여름에 한 작품 이상 공포 영화가 나오지만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공포 영화를 만들어봐야 안 된다. 공포 장르는 작은 예산을 가지고 아이디어로 하는 영화인데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으니까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시대에 따라 영화 흐름이 바뀌면서 액션, 시대극이 사랑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포 영화는 그 사이에 들어갈 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귀신이나 유령 등의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공포도 시대를 따라가야 하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표현할 수 있는 폭이 좁다 보니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납량물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방송도 마찬가지다. 여름에는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흉가나 귀신의 집 세트를 만들어 연예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형태의 특집을 매해 방송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사진=KBS2 '상상 더하기' , MBC '무한도전' 캡처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에는 자연스러운 관찰이 대세라 공포 세팅을 만들어 놓고 출연자 반응을 보는 내용이 시청자들에게는 작위적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 수 있다. 또 어느 순간부터 출연자에게 공포 및 극한 체험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괴롭힘으로 보이는 정서가 생겨 예능 프로그램 구성상에 포함하지 않는 경향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드라마에서는 더욱 뚜렷하다. 최근 귀신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오고 있지만 ‘납량 특집’을 내건 작품은 2009년 방송된 KBS2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마지막이다. 이제는 사실상 ‘납량 특집’은 외면을 받는 존재가 됐다. 인위적인 공포에 대해 시청자들은 반감을 사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사회적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과거 영화나 드라마 속의 이야기로만 여겼던 살인, 강간, 성폭행, 마약 등의 범죄 보도가 늘어나면서 현실에 대한 공포가 높아졌고, ‘귀신’보다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증가했다. 이에 ‘납량 특집’은 트렌드에 따라, 사회적 변화에 따라 여전히 대중 속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