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 신인 발굴에 재능이 있습니다. 영화 ‘은교’로 김고은을 배우로 만드셨고, 이번엔 정해인이네요. 해맑은 ‘연하남’으로만 보이던 정해인에게서 새 얼굴을 꺼낼 수 있었던 비결을 듣고 싶습니다.
“정해인이라는 사람을 인제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아직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기자 분께서 말씀하신 게 너무 효율적이어서 빌자면, ‘사력을 다한다. 대답을 하는데 한 템포 뒤 사력을 다해 답을 한다’, 이게 정해인을 잘 설명해 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이 무언가를 할 때 사력을 다한다는 것을 처음 만나고 얼마 안 돼서 봤어요. 필리핀 팬미팅을 따라갔는데 정말 최선을 다해요, 쇼가 아니라. 그러면서 저도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대화했는데 그 대화를 자기가 돌파해 내는데 ‘진심으로’ 돌파했다고 생각해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진심. 영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았어요.”
- 결국 사력을 다하는 정해인에게 공을 돌리시는 건데. 명감독을 만나야 하는 이유를 정해인이 보여 주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은교’ 때만 해도 김고은이라는 완성형을 발견한 걸 수 있다, 판단을 보류했었어요. 그런데 정해인을 보니 재능을 끌어올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흙속진주를 알아보는 혜안뿐 아니라 신인에게서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있는 거죠. 어떻게 형성된 능력인가요.
“아니요. 근데 그게 예를 들면. 어떤 경우에도 해낼 수 있으면 제 능력인데 아쉽지만 그럴 수가 없고. 다만 지금의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 나이가 더 들면 어떻게 지칠지 모르지만, 지금은 잘해낼 자신이 있어요. 손바닥 마주치는 것처럼, 상대의 태도가 ‘나는 지금 뭔가 해보고 싶어’라고 한다면 저는 ‘나는 지금 네 말을 귀담아 들을 거야’. 이러면 서로 도움이 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그럼 감독인 제가 하고자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것을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하는 건 무리다 싶어요.”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 배우 김고은이 이번엔 자신이 잘하는 전공과목만 충실하게 한 느낌이에요. 자신을 발굴해 준 감독께 보은하는 느낌으로 욕심내지 않고 연기했다고 할까요. ‘은교’ 때 박해일 배우가 자신을 기다려 주고 기회를 주었듯 이번엔 후배 정해인에게 그리하려고 했다던데요.
“진짜 그랬어요. 큰 도움이 됐고요. 뭐가 좋았냐면 (김고은 배우가) 그런 표현으로 설명했어요, ‘20대를 잘산 것 같다’. 잘산 게 뭐냐면 여배우는 어떤 수준으로 유명해지고 나면 삶이 좁아져요, 나다닐 수 없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삶의 평범한 모습들이 쪼그라들어요, 그렇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걸 잘 받으려고 노력했어요. 고은이는 일단 20대를 멋지게 버텨내고 저는 그걸 흘리지 않으려 노력했고, 둘의 협업은 충분히 괜찮았다. 둘 중의 누구 하나라도 흩트리면 덜 재미있을 텐데 둘 다 원만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한 상태입니다.”
- 관객 분들 중에는 왜 ‘유열의 음악앨범’인가, ‘별이 빛나는 밤에’가 아니고. 시나리오 작가 분이 당시 해당 라디오프로그램 작가라서만은 아닐 테고. 혹시 촬영시간, 영화 속 시간대의 햇빛을 고려했나요?
“동의합니다, 100% 동의합니다. 제게도 가까운 거는 ‘별밤’인데, 밤은 현실이라는 영역보다 더 다른 영역의 것이 무럭무럭 크는 시간대잖아요, 더 풍성하고 감성적이고. 이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 시간은 일하기 시작하고, 다른 조건의 일과 묶여 있는 시간이잖아요. 미수를 보면 (책 인쇄) 공장에서의 사무실 위치가 갖는 어려움이 있잖아요,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스폰지 귀마개(이어플러그)를 끼면 음악을 못 듣고 빼면 음악이 들리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유열의 음악앨범’이어야 하는 가치가 있죠.”
③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