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하반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손실흡수 방파제를 쌓아 놓아야 하니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맞춰라.”
금융당국은 민간금융지주에 배당성향을 20% 이상 넘기지 말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금융지주들은 이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주주들은 뿔이 났다. 코로나19 펜데믹과 저금리 영향으로 주가가 전년말에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배당마저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하반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하며 토라진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은 뿔난 주주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당근을 꺼냈다. 하반기 중간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무보증·무담보 신종자본증권 7000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원회의 권고안을 넘기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운영 자금으로 2500억원, 채무상환 용도로 4500억원을 사용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5일 이사회를 통해 배당가능이익을 확충하기 위해 자본준비금 중 4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시키는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결의했다. 코로나19 안정 시 다양한 시장 친화적 주주환원정책 추진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엔 배당을 줄였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 주주환원정책을 펼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KB금융도 주주 환원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중간배당 등 다양한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역시 하반기에는 중간 배당 등을 포함해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이번에도 문제는 금융당국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6월 이후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보고 관리에 대한 정상화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향후 자본 건전성이 악화되면 앞선 권고를 이어갈 수도 있다.
업계 전반에선 당국의 규제때문에 사기업인 금융사들이 대표적 주주친화정책인 배당마저 마음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배당 매력 감소는 결국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각에서는 관치금융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당국이 울리고 금융지주가 달래는 권고는 ‘관치금융’의 오명만 더 굳어질 뿐이다. 경제적 불안을 줄이기 위해선 경제적 불만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