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B기업은행이 최근 배당을 결정하며 기획재정부가 2208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가게 됐다 (사진=IBK기업은행)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뜻하는 ‘내로남불’.
최근 기획재정부는 IBK기업은행 배당과 관련해 ‘내로남불’이란 조롱을 받고 있다. 앞서 정부는 민간금융지주에 배당 성향을 20% 이상 넘기지 말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손실이 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전해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권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업은행이 권고 대상에서 제외된 덕에 최대 주주인 기획재정부는 22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반면 지난해 최대 이익을 낸 민간금융지주의 주주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471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총 배당 규모는 3729억원이다.
지난해 기업은행 당기순이익은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 기준으로 9.3% 감소한 1조 2632억원, 연결 기준으로 4.1% 줄어든 1조 5479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감안하면 당기순이익 중 주주배당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 성향은 별도 기준 29.5%, 연결 기준 24.1%가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지분 59.2%를 가진 최대 주주 기획재정부는 2208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가게 됐다. 이는 2019년 실적에 대해 기재부가 가져간 배당금 1662억원보다 546억원 늘어난 규모다.
기업은행의 배당금 파티에 속이 쓰린 건 국내 금융지주들의 주주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금융지주들이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 방파제를 쌓아 놓아야 한다며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맞추라고 권고했다. 이에 KB·하나금융,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예년보다 낮춘 20%로 결정했다.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신한금융은 22.7%로 책정했지만 역시 전년 보다 줄였다.
일례로 KB금융은 2020년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주당 배당액은 1770원으로 전년(2210원)보다 대폭 깎았다. 반면 기업은행은 당기순이익이 9.3% 감소했음에도 기재부에 대한 배당은 주당 471원으로 전년(472원)과 비슷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로남불’ 이야기가 나올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 기관이 어마어마한 배당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배당 자체를 줄일 수 없다고 해석한다. 기업은행 배당금은 최대주주인 기재부가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배당에 대해 은행이 낼 수 있는 입장은 제한적이라며 배당과 관련된 논란을 회피하고 있다. 기재부 배당협의체에 기업은행 직원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재부와 기업은행의 변명 아닌 변명으론 많은 주주들은 납득시킬 수 없다. 설득도, 설명도 없이 2000억원이 넘는 배당금만 가져가는 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만 낳을 뿐이다. ‘내로남불’이 아닌 ‘평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