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수소차 모델 넥소. (사진=현대자동차)
자동차 대체 구매 시 현대자동차와 기아 보유 고객의 재구입률이 급상승하고 수입차 점유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중견 3사(한국GM·르노삼성·쌍용)는 두 진영의 협공에 고객을 빼앗기며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중견3사와 수입차가 경쟁하던 ‘2강3중+α’ 구도였다면, 앞으로는 현대차·기아가 직접 수입차 정예군단과 맞붙는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최근 1년 내 승용차 대체 구입자(신규구입 제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대차·기아는 2020년 대체시장 전체의 절반가량(48.4%)을 양사 브랜드 내에서 소화하면서 사실상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보유자(65%) 4명 중 3명이 다시 현대차·기아 브랜드로 갈아탄 셈이다. 여기에 타 브랜드 군에서의 유입을 포함하면 시장의 거의 3분의 2(64.1%)를 지속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수입차는 17.0%를 점유해 대체 전 9.8%에서 가장 큰 폭(7.2%p)으로 점유율이 증가했다. 국내 중견 3사의 점유율 19.0%를 넘어설 기세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르면 올해, 늦어도 2~3년 내에 역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중견3사 입지가 급속 위축되고 현대차·기아와 수입차간 양자대결의 시대가 눈앞에 왔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료=컨슈머인사이트)
중견3사는 대체 전 점유율 25.2%의 절반 이상(12.7%)을 현대차·기아에 잃고, 그보다 적은 9.4%만을 지키는 데 그쳤다. 중견 3사가 당면한 위기의 대부분은 현대차·기아로의 유출 때문이며 수입차로의 유출 영향(3.1%)은 크지 않았다.
2016~2020년 사이 가장 큰 변화는 현대차·기아 지배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됐다는 점이다. 2020년 현대차·기아의 대체 후 점유율은 64.1%로 4년 전인 2016년에 비해 7.5%p나 증가했다.
이 증가의 대부분은 현대차·기아 고객의 재구입에 의한 것이라고 컨슈머인사이트는 분석했다. 이들의 재구입률은 48.4%로 4년 전에 비해 5.5%p 증가했다.
수입차는 브랜드 내 재구입이 6.0%로 4년 전보다 1.7%p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로부터의 유입은 4년 전에 비해 0.9%p 감소했고, 유출은 1.2%p 증가했다.
반면 중견3사는 브랜드군 내 재구매가 9.4%로 4년 전보다 2.8%p나 줄었다. 이전 보유자(25.2%) 10명 중 5명(12.7%)이 현대차·기아로, 1명 이상(3.1%)은 수입차로 빠져나가고 3~4명만 남는 모양새다. 그 동안 경영난과 함께 노사분쟁, 매각설, 신차 기근 등 리스크에 시달리면서 소비자 충성도가 크게 약화됐음을 보여 준다.
현대차·기아 브랜드 입장에서 수입차와의 이동 관계를 살펴보면 유입과 유출 격차가 2016년 7%p에서 지난해 4.9%p로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도 유출이 유입보다 2.5배 이상 많아 여전히 수입차가 우위에 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현대차·기아 고객의 수입차로의 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기아 지배력 강화 ▲수입 브랜드 비중 확대 ▲중견 3사의 급속 약화로 이행하고 있다”며 “이전 시장이 현대차·기아를 축으로 중견3사와 수입차가 경쟁하는 다각 경쟁 구도였다면 앞으로는 현대차·기아와 수입차의 양자대결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