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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 노동자 합동추모제(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과도함을 주장하던 건설업계가 궁지에 몰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과하다고 주장한 건설업계 스스로가 엄벌주의의 필요성을 증명하고 있는 꼴이 되면서다. 분명 노동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까지 기업오너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해당 법은 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산업재해를 봤을 때 건설업계는 큰목소리를 낼 수 없다. 오히려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한국 노동계에서 일종의 혁명적인 사건이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해당 법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건설현장과는 거리가 멀어보인 오너를 책임이라는 단어로 소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반면 기업 측은 해당 법에 강한 반발을 드러내며 우려를 표현했다. 그 중에서도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설업계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노동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 비율과 범위는 모호하고 수위는 강한 처벌 규모도 건설사에게는 충격이었다.
결국 한쪽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약하다고 또 한쪽에서는 처벌이 너무 강하다고 주장하는 시소 게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무게추가 다소 기운 모양새다. 광주 학동 재개발 사업지에서 벌어진 철거 건물 붕괴 사고나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재발하면서다.
광주 참사를 봤을 때 재하도급이 이뤄진 정황이 포착되고 현장에 발주기관인 대형건설사의 감독 체계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 비용을 아끼려다 벌어진 끔찍한 참사였다.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은 안전 관리에 대한 비용과 시간 투자에 건설사가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게 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투자는 뒷전이면서 안전재해가 일어나질 않길 바라는 모습은 현장 노동자의 목숨을 요행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건설사가 안전 관련 투자는 아끼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결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완화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안전에 대한 투자냐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는 혁명을 맞이할 것이냐. 혁명은 피할 수 있다. 늦지 않았다.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예산 투자가 기업 가치 제고는 물론 그들이 우려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벌어질 일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