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플러스의 대규모 환불 사태 불똥이 KB국민카드에 떨어졌다 (사진=머지플러스, KB국민카드)
머지플러스의 대규모 환불 사태 불똥이 KB국민카드에 떨어졌다. 업무협약을 통해 머지플러스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발행을 앞뒀던 KB국민카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KB국민카드 측은 ‘잠정 보류’라며 선을 그었지만 피해자들은 금융사들의 책임도 없진 않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PLCC 공지를 삭제했다. 머지플러스는 “PLCC 카드를 신속하게 운영하겠다고 말씀드렸으나 시점·브랜드가 특정된 보도자료가 배포되고 있어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PLCC는 특정기업 브랜드를 신용카드에 넣고 해당 기업에 집중된 혜택·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카드다.
■ KB국민카드, 논란 커지자 ‘잠정 보류’
머지플러스는 ‘6만여개 가맹점에서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우며 자사가 운영중인 ‘머지포인트’를 홍보했다. 이에 약 1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들은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현금을 머지포인트로 전환했다. 하지만 머지플러스는 운영 중이던 ‘머지포인트’ 판매를 돌연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의 비난과 항의를 받았다.
이른바 ‘머지포인트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플러스 본사로 찾아가 환불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후 가맹점들도 머지플러스와의 가맹 계약을 잇달아 해지했다. 현재 머지포인트 앱에 사용가능한 가맹점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머지플러스는 사태 수습을 위한 조치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머지플러스가 밝힌 조치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KB국민카드와 진행하려 했던 PLCC 발행이다. 머지플러스는 “PLCC 발행을 서둘러 실물카드를 직접 발송하겠다”며 “머지 PLCC 카드로 전국 카드결제망을 통해 모든 식음료 매장에서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왔다.
앞서 지난 6월 KB국민카드는 머지플러스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관련 사업을 보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현재로선 머지플러스와의 PLCC 출시 및 사업 자체가 보류된 상태”라며 “머지플러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이 어떻게 이행되는지를 보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금융권도 다급하게 수습 들어가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KB국민카드까지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퍼지자 금융권에서도 수습에 들어갔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업 특성상 사태를 끌면 업계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머지포인트 발행액을 최소 1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만큼 대응이 너무 늦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머지플러스가 201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도 적법한 등록업체인지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수석부원장, 전략감독·중소서민금융·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보 등과 함께 머지플러스 상황을 점검하는 대책 회의를 열었다. 또 금감원은 18일 머지플러스를 검찰과 경찰에 공식 통보했다. 금감원이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해 수사 촉구에 나서면서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고 이어 검찰도 관련 수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 금감원장은 “선불업 이용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디지털금융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