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최다 사용 간편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간편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와 거리두기로 돌아섰다. 삼성전자가 일부 카드사에 무리한 계약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계열사인 삼성카드는 물론 우리카드, 롯데카드 등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며 최근 롯데카드는 최근 롯데 앱카드에서 제공해온 삼성페이 간편 등록 서비스를 이달 31일부터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다만 삼성페이에서 롯데카드 등록과 삼성페이 결제는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적다 보니 중단을 결정했다”며 “기존 삼성페이에서는 동일하게 롯데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도 내년 1월12일부터 자체 앱 ‘우리WON카드’에서 제공 중인 삼성페이 간편 등록 및 결제 서비스를 종료한다. 롯데카드와 마찬가지로 삼성페이 앱을 통해서 우리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삼성카드는 지난 8월부터 삼성카드 앱을 통한 삼성페이 결제 서비스를 종료했다. 삼성카드 고객들도 삼성카드 앱을 통해서 삼성페이 연동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현대카드도 현재 앱카드 내 삼성페이 서비스 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앱에 연동된 삼성페이 서비스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삼성·현대·롯데·우리카드는 카드사 앱에서 카드를 등록하면 삼성페이 앱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링크형으로 이 기능을 제공했다. 반면 신한·KB국민·하나카드는 삼성전자와 마그네틱전송방식(MST) 허여(어떤 권한, 자격, 칭호 따위를 허락)계약을 맺고 앱카드에서 직접 삼성페이를 구동하는 직결제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부담하는 수수료는 서비스 방식에 따라 다르다. 링크형 방식은 약 5억원 안팎, MST 허여 방식은 대략 1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이러한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려는 데서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MST 허여계약을 나머지 카드사에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현대·롯데·우리카드 등의 수수료 부담은 3배 이상 커지게 된다. 이러한 요구가 이어지자 카드사들은 서비스 중단이라는 극단의 대책을 꺼냈다.
업계는 지급결제 시장에서 ‘삼성페이’의 영향력이 커지자 삼성전자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무기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또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오픈페이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오픈페이란 카드사들이 자사 앱에서 타 카드사의 카드도 등록해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삼성페이를 종료하는 카드사도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지만 각 카드사의 결제 범용성에서 차이가 나면서 동시에 오픈페이를 시작하면 일부 카드사앱에 고객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카드사들은 개방형 페이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개방형 페이가 도입되면 사실상 간편결제 앱과 같은 범용성을 갖추는 만큼 삼성페이와 연계 서비스를 유지할 유인이 사라진다.
이미 신한과 국민카드는 서로 결제 수단 개방에 합의하고 내년부터 해당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먼저 개방형 결제 서비스를 구축하는 카드사로 고객이 쏠릴 수 있는 만큼 나머지 카드사들도 잇달아 제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