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상균 DS자산운용 부사장)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인공지능(AI) 기대감에 힘입어 실적과 함께 지속적인 서프라이즈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기간이 우리나라 체질 개선의 기회입니다.”

현상균 DS자산운용 부사장(주식운용 총괄)은 내년 ‘증명의 시간’을 거치며 국내 증시에 본격적인 상승장이 올 가능성을 높게 봤다. 올해 코스피 수익률만 70%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보인 배경에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딩(화폐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와 미국 대비 상대적 갭 메우기 등이 작용했지만 내년부터 실제 실적을 통해 확인된다면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 빅테크들의 수요가 우리나라 주력 상품인 메모리 산업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는데 딥러닝이 일어나면서 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오픈AI 등 언어(LM)모델의 수요 본격화가 나타난 것이 사람들에게 세상의 큰 변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AI산업이 인류사적으로 매우 큰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가능성이 인식되면서 올해 하반기 정도부터 메모리 시장에 대한 집중도가 커진 것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강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익 퀀텀업

현상균 부사장은 정부가 타깃으로 하는 오천피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그 이상의 퀀텀점프도 가능하다고 보는 강세론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과 AI산업 성장 효과만 감안해도 7000~8000선, 여기에 기업의 이익 증가까지 세가지가 맞아 떨어지면 1만피도 가능하다”고 했다.

“연초 코스피지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였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지배구조 개선을 체계적으로 이룬 일본의 경우가 1.6배, TSMC라는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축으로 해서 국가적 밸류체인을 체계적으로 갖춘 대만이 2.6배였어요. 우리나라 당기 순이익이 200조원을 기준으로 8년째 증감을 거듭하고 있는데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80조원, 일각에서는 100조원 설도 나옵니다. 그런데 내년 뿐 아니라 2026년, 2027년까지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2개 회사에서만 200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다면 국내 전체 실적의 레벨업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여기에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등 체질 개선, 산업 전체적인 안정적 수익 증가까지 더해진다면 코스피지수 1만포인트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시장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지금 시장이 진성으로 상승하는지 다시 하락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실적과 정부 정책의 방향성, 일관성을 확인하는 것이 이 같은 흐름을 안정시키는 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부사장은 “정치적 관점에서 계엄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대적인 안정감을 주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책들이 마켓 메커니즘에 맞게 변화되고 일반 균형 관점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은 항상 역습을 하게 된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투자자층이 확대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현 부사장은 “이는 글로벌리 공통된 현상”이라면서 “특히 연금 시장이 증가함에 따라 편의성이 높은 ETF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 이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편한 투자 활동을 추구하는 투자층이 넓어지고 이를 통해 패시브 자금이 더욱 확대되면 기업의 적정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것이 어려워져 과도한 디스카운트나 과도한 버블이 생기는 등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이로 인해 중소형주나 코스닥의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이들이 작전 세력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현 부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코스닥 시장에 대해 보호 정책을 시행하면 우량 기업과 비우량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지만 이들을 솎아낼 수 있는 장치도 함께 고민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바이오·IT 소부장 선제적 투자 필요

현 부사장이 보는 내년 유망 섹터는 무엇일까. 그는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도 조단위 라이선스 아웃(L/O) 나오기 시작하는 등 이제 여물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던 것이 열광하던 시대를 지나 펀더멘탈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중이죠. 여기에 IT 소부장(소재·부품·장비)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반도체 섹터의 실적이 좋았던 것은 P(가격) 상승의 영향이 큰데 내년에는 Q(판매량)도 함께 올라올 것입니다. 소부장들의 Q가 늘고 증설되면서 이와 관련한 가치가 선반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기업들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 부사장은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투자가 필수인 시대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현금만 들고 있지 말고 헷징해야 한다”며 “자산배분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면 분산 투자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현 부사장은 끝으로 “AI의 발전은 충격적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낳을 것”이라면서 “이를 독점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내는, 방산테크와 우주산업 등 관련 기업들을 찾아 이들에 대해 투자를 늘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큰 장이 들어섰다. 코스피 지수가 4200선 돌파 후 숨고르기하는 모습이지만 증권가의 긍정적 뷰는 꺾이지 않는다. 인공지능(AI)부터 금리인하까지 다양한 재료들이 살아 있는 시장. 2026년 투자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자산운용사 헤드들에게 수익의 지름길을 물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