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간판(자료=연합뉴스)

금융그룹과의 연계 영업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온 '은행계 카드사'들이 최근 기업계 카드사들에 밀리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기업계 카드사들이 앞서는 상황. 과연 2026년 은행계 카드사들에게 반전의 기회는 있을까. 일각에선 한때 카드업계를 카오스로 몰아넣었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역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발간한 '신용카드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실적 차별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신용카드업계의 ROA(총자산순이익률)는 은행계 2.4%, 기업계 1.5%로 은행계가 0.9%p 높았다. 하지만 2021년 이후 기업계가 ROA 1.7%로 은행계(1.2%)를 앞지르며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연체율 측면에서도 은행계 카드사들의 입지는 악화됐다. 2025년 9월말 기준 연체율은 은행계 1.9%, 기업계 1.1%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카드사들이 작은 파이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 세계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국면에 있다. 수수료율 인하와 대출 조이기로 국내 여신업의 본업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논의까지 급물살을 타면서 업계에서는 '탈출구가 없다'는 자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초기 허둥지둥했던 여신업계도 점차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개별적으로 상표권 등록에 나서며 각개전투를 벌이던 카드사들이 이제는 여신금융협회와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조직화되고 있다.

현재 여신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의 카드 결제망을 직접 대체하기보다 기존 인프라와의 연계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코인을 카드망에 연동하는 기술 공유에 집중하고 있다. 카드사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디지털 자산과 결제망을 연결하는 '중간 인프라'로 자리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수익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카드사 단독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해 가장 선도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BC카드다. BC카드는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USDC를 활용한 국내 결제 프로세스 개발 및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USDC 국내 결제 실증에 나섰다.

일각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은행계 카드사'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을 필두로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에 힘이 실리면서 은행계 카드사들에 의외에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지주들은 스테이블코인 시대에 대응하는 유기적인 조직을 강화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최근 ‘가상자산 대응 협의체’ 내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상설 조직으로 전환하는 등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와 해외 송금 시장에서 손을 잡는 등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일 임종룡 회장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우리금융 역시 AI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체계적으로 대비해 확고한 시장 지위를 선점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카드의 일부 기능을 대체하면서 카드사들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순 있다"면서도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은행 중심으로 구조화된다면 은행계 카드의 경우 가맹점 네트워크를 바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 차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