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서비스가 우리 일상에 이렇게 깊숙히 침투했었단 말인가. 서비스가 먹통이 되고나서야 그 존재감을 깨달았다.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이용했기에 따져보지도 않았다.
카카오톡 로고. (자료=카카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톡(카카오톡)'은 회사 내 업무와 친교를 위한 중요 의사소통 통로였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람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화창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 알 수 있다. 회사 뿐인가.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의 소통도 카톡을 통해 대부분 이뤄진다.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부터 때로는 진지한 토론까지, 모임 약속 잡는 것 등이 카톡 대화방에서 이뤄진다. 카톡의 알림 덕에 친구, 지인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 메시지,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손쉽게 은행 거래를 하고, 대출도 은행 지점에 찾아가지 않고 각종 서류를 떼야하는 불편도 없이 빠르게 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간편하게 결제를 할 수 있다. 카카오T를 통해 택시나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할 수 있다. 운전할 때는 카카오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목적지까지 빠른 길을 찾아간다. 카카오맵을 통해 처음 가보는 식당이나 장소도 척척 찾아간다.
놀랍게도 이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대부분 무료였다. 카카오의 이런 서비스는 사업자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했다. 택시 기사는 고객을 찾기 위해 빈차로 빙빙 돌거나 무작정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카카오 선물하기'로 받은 쿠폰을 사용하느라 소비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효과도 있다. 스마트폰 덕에 스마트해진 일상은 사실상 카카오 서비스 덕이었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하자 일상이 꼬이고 소상공인들에게 타격이 가해졌다. 지난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통신이 마비된 이후 처음 겪는 일이었다. KT의 이 화재는 서울의 몇 개 구에 제한적으로 발생한 것이지만 카카오의 멈춤은 전국민에게 영향을 미쳤다.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분노도 거셌다. '공룡 플랫폼'의 관리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소를 잃었으니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한다. 민간 기업의 서비스지만 결국 국가가 관여해야한다. 국민의 일상 불편을 넘어 경제 사회 활동이 마비될 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에게 사업 허가를 내주는 대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도 부여한다. 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 사회 활동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제 카카오 네이버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서비스를 하는 민간 인터넷 사업자에게도 같은 책임을 부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쉬운 건 지난 2018년 KT 화재 사고 이후 데이터센터를 재난관리계획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좌절됐다는 사실이다. 법 개정안에는 재난관리계획의 적용 대상 사업자에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장치장치·네트워크 등을 운용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됐다. 대형 인터넷 사업자에게도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 종편방송사업자 등과 같은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 기업 재산권이 침해되며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에 밀려 무산됐다.
문형민 편집국장
법을 정비해서 서비스의 안정성을 갖게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것에 찬성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규제, 지나친 간섭으로 기업의 재산권이나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도 우려한다.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 규제, 자율성을 짓누르지 않는 수준의 규제 방안을 찾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