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분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4220선을 돌파하며 연초 대비 76%라는 기록적 수익률을 달성했고 투자자 예탁금도 급격히 불어나며 역대급 기록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호황을 타고 유입된 새로운 고객층을 제대로 흡수하며 랠리 효과를 누린 증권사들은 어디일까. 올해 3분기까지 증권사들 이익을 뜯어봤다.-편집자주
(사진=메리츠증권 CI)
■ 수수료로 다진 기반, 플랫폼으로 굳히는 메리츠…옥의 티는?
올해 리테일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낸 증권사는 단연 메리츠다. 지난해 11월 파격적인 주식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도입한 이후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새롭게 유입된 고객층에게 새로운 선택지로서 충분한 매력을 어필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메리츠증권 리테일 고객 수는 32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16만6000명)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예탁자산 규모도 25조6000억원에서 41조9000억원으로 63.7% 증가했다. 브로커리지에서 자산관리(WM)로의 확대 효과도 있었다. 3분기 메리츠증권 리테일 금융상품 판매(WM) 잔고(6조1000억원)는 1년 새 41.86% 불었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유입되고 있는 고객층을 정착시키기 위한 플랜도 가동 중이다. 이용 시 보안 프로그램 설치 등 번거로운 준비 과정을 거쳐야 했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보다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내년 1분기 선보일 예정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이벤트 종료 전에 신규 플랫폼을 출시해 고객들이 수수료 외의 장점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국주식 커뮤니티 플랫폼 '스톡트윗츠(Stocktwits)'와 업무협약을 맺고 아마존웹서비스(AWS),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및 기존 IT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 등에 착수했다. 또한 글로벌 핀테크 '위불(Webull)'과 협력해 AI 기반 투자 콘텐츠와 글로벌 커뮤니티 고도화, 공동 플랫폼 모델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최근 반복되는 전산 장애가 '옥의 티'다. 지난 2일 메리츠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하는 일부 고객에게 타 이용자의 거래 내역이 푸시 알림으로 발송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 오류를 포함해 메리츠증권에선 지난 1년간 총 5건의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최근 쿠팡, 통신사 등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른 시점에서 잦은 전산 장애는 유입 고객 정착을 방해하는 요인일 수 있다. 메리츠증권 측은 "이번 장애는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등 실제 피해와 무관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정보 보호·IT 관련 예산과 인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진=토스증권 CI)
■ 토스, 해외주식 왕좌 올랐지만…국내주식 성장판 닫혔나
지난해까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온 토스증권은 올해도 해외주식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토스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3052억원이다. 전년 동기 1141억원 대비 167.5%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 1위였던 미래에셋증권(3008억원)마저 근소한 차이로 제친 것으로 마침내 업계 1위에 등극했다.
올해 5월 해외기업 실적 발표 내용을 실시간으로 번역·요약해주는 AI 기반 어닝콜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 도우미로서 성실하게 성장 중이다. 지난달엔 AI 분석을 통해 시장 변동 이유를 알려주는 AI 시그널 서비스도 출시했다.
다만 국내주식 부문 성적표는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다. 3분기 누적 기준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219억원으로 해외주식 수수료의 7.2% 수준에 그쳤다. 전년 동기 155억원이었던 데 비하면 41.4% 늘었지만 증권업계 전체 수탁수수료 증가율이 48.1%임을 감안하면 시장 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다.
토스증권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와 적립식 매수를 통해 국내주식 부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와 손잡고 KODEX, RISE ETF 매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ETF 시장을 공략 중이다.
또한 지난해 8월부터 '주식 모으기' 서비스로 매수 시 거래수수료를 면제해 장기 적립식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토스증권은 주식 모으기 수수료 면제 이후 고객들이 1년간 32억원의 수수료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업 확장을 위해 해외 파생상품 거래 서비스를 준비해왔으나 최근 금융당국 경고에 출시가 지연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토스증권은 올해 2월 파생상품 중개 인가를 획득하고 지난달 10일 해외 옵션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전 신청자 대상 시범 서비스에서 수익률과 오락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문구가 배치돼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토스증권은 서비스를 잠정 연기하고 "고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안내 문구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며 "12월 시행되는 해외 파생상품 투자 사전 교육에 준하는 투자자 교육과 모의 거래를 지원하고, 투자 위험 고지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