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농심 컵라면 제품. (사진=탁지훈 기자)
농심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농심이 대만으로 수출한 일부 라면 제품에서 농약 성분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농심은 지난해에도 유럽 국가 3곳에서 라면 제품 내 유해물질이 발견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농심이 수출하는 제품에서 연이어 유해물질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은 국내 제품도 '전수 조사'해야 한다며 '안전불감증'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는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서 산업용 살균 등에 주로 사용되는 ‘에틸렌옥사이드(EO)’가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농심은 “검출된 성분이 EO가 아닌 ‘2-클로로에탄올(2-CE)’”라며 “국내 제품에는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문제없다”고 밝혔다. 2-CE는 EO의 대사물질로 발암물질에 분류되지 않지만 장기간 노출 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앞서 농심은 지난해에도 유럽 국가 3곳에서 라면 제품 내 유해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됐다. 지난해 2월 이탈리아에서는 ‘신라면 김치’에서 2-CE가 초과 검출돼 보건당국이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내렸다. 또 8월에는 크로아티아와 아이슬란드에서도 살충제로 사용되는 이프로다이온(Iprodione) 성분이 ‘신라면 레드 슈퍼 스파이시’에서 검출됐다.
■ 농심 ‘안전 불감증’ 도마 위…“전수 조사 마땅”
연이은 유해물질 검출에 농심 제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나오면서 농심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라면 업계의 1위의 오만이며 만행”이라면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이 소량이고 국내 제품에는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문제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품 전량 전수 조사를 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40대 여성 B씨는 “평소 집에 농심 라면을 구비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유럽에 수출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브랜드 라면을 구매하고 있다”며 “이번에 또 같은 일이 발생해 더욱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누리꾼들도 농심의 이같은 행태에 불만을 토로했다. “자국민을 제일 우습게 아는데 국내 제품은 이상 없을까?”, “정부는 뭐하냐. 이 같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농심은 국내 제품엔 문제없다는데, 이쯤 되면 농심 쳐야하는 거 아니냐”, “봐주는 것도 한 두 번이다”, “신라면만 먹었는데, 이제 농심에서 다른 곳으로 바꿔야겠다” 등 부정적인 댓글이 다수 발견됐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해당 제품의 국내 판매용 제품 원료와 대만 수출용 제품 원료가 다르고 국내 제품 분석 결과 2-CE가 검출되지 않아 국내 제품은 문제가 없다”며 “대만 수출용 신라면블랙 두부김치사발에만 사용하는 원료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분석 결과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도 농산물 원료에 대해 계약재배를 통해 재배에서 완제품까지 원료를 관리하는 등 6단계 검증과정을 준수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밀 분석기기를 보강해 분석능력을 대폭 늘릴 계획이고 비의도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하부 원료의 문제도 재발되지 않도록 원료 단계의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