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빠가 부탁한 그 대출은 아무래도 이번에는 어렵겠는데? 우리도 이번에 주택 대출 때문에 한도가 꽉 찼어. 오빠 , 아무래도 시장 경기도 좋지 않은데 다른 일을 하면서 좀 더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 전화를 끊고 다시 은행 사이트를 반복해서 들어갔다 나오는 일련의 동작을 반복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연관검색어로 나오는 단어들을 검색한다. ‘소자본 창업, 무점포 창업, 창업 교육, 프랜차이즈 창업 등등’
장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고민만 하고 있는 동안 수많은 아이템들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핫도그가 사라지고 , 돈까스가 생겨나고, 떡볶이가 솟아나고 있다. 고전 소설 ‘허생전’의 허생은 정보도 없던 시절에도 매점매석을 하여 조선을 움켜쥐었다던데 알고 싶은 것도 쉬이 구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 결심 하나 못해서 돈보다 무서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자책만 하다가 자영업자 한번 못되어 보고 탈락할 듯하다.
통계 수치 오류의 병목구간으로 자리 잡은 자영업자 폐업률. 수치가 주는 공포를 이용한 여론의 호도. 그리고 그 공포를 이용한 창업자 마케팅이 널을 뛰는 곳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폐업률’은 89.2%로 나타났다. 물론 이 수치는 해석의 함정이 있다. 해당연도 개업한 개인사업자 수 대비 폐업한 개인사업자의 비율이니 , 당 해 사업자의 수에 따른 상대 값의 증 감이지 폐업률의 변화를 통한 경기 불황 여부를 단번에 알 수는 없다. 새로 창업한 용기 있는 창업자들의 패배 지수를 보려면 ‘신규대비 폐업율’을 찾아봐야 좀 더 세밀한 접근이 가능하다. 창업자들의 승률이 낮은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니 (부모님께서 요식업을 개업하셨던 1989년에도 ‘열 집 중 일곱 집은 망한다’ 라는 말이 있었다.) 창업자들의 품성이나 음식 트렌드의 변화 또는 소비자들의 스마트한 소비환경 등을 패배의 이유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생각일 것이다. 장사는 언제나 어려웠다. 지금 장사하는 이들의 능력문제가 아닌 것이다.
2019년 8.01~ 8.03 삼성동 코엑스 제 2전시장에서 열렸던 ‘제 52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국내외 200사 400개 부스의 규모로 열렸다. 여기서 말하는 200개 사는 프랜차이즈를 권하거나 프랜차이즈에 필요한 기능을 판매하는 다양한 직군들의 규모를 말하는 것이다.
창업 아이템으로는 ‘뷰티,생활,치킨,피자,분식,독서실,빨래방,배달전문점,커피’등등 일상의 거의 모든 것들이 상품화되어 나왔고 3일간 공식 방문객은 3만 5883명이 다녀갔다. 예상창업소모비용은 2억원 이하가 50% 이상 이였으며 이 금액은 대부분 예비비가 아닌 40대 이후의 운전자금일 것이다. “할 것 없으면 치킨이나 튀기지” 라는 말이 더 이상 미래 수단으로 작동하지 않는 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에 창업에 대한 관심은 매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은 경험의 부족과 불안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다.
창업, 더 가까운 표현으로는 장사. 장사꾼으로 혹은 사장님이 목표가 아니었던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창업 박람회, 프랜차이즈 박람회다. 박람회가 열리는 동안 각 회사들은 “고수익 , 안정성” “프랜차이즈 신뢰”를 강조하며 미래투자를 약속받는다.
동네에서 치킨을 튀기는 사장님. 커피 원두를 갈고 있는 알바생, 아직 손님을 부르는 호칭이 어설픈 케이크집 사장님 등. 소상공인들은 아래층에 있고 위층에 산다.
모든 이가 장사에 성공할 수는 없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남들보다 소질이 있어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들보다 운이 좋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한 사람에게 특별한 자격이 있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행운은 아니다. 또한 실패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실패는 가까이 있으며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장사하는 이에게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으려 하고 잘못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늘 조심해야 한다. 그러다가 “내 잘못”이 아닌 경우가 생길 때가 있다. 이럴 때 잘못하지도 않은 점주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쉽게 회복되지도 않는다. 요즘은 낯선 환경에서의 실수도 크게 작용한다. 소셜미디어에 낯설고 배달앱에 익숙하지 않은 점주가 고객과의 소통에 지친 나머지 “그저 기분에 따라 몇 마디 썼다가” 호되게 욕먹는 경우도 많다. 물론 미처 준비를 못한 점주의 잘못이다. 무례한 고객은 배달앱 말고도 언제나 있지 않은가. 물론 그 무례함을 감수하는 것이 이윤으로 계산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프랜차이즈에 가입했다고,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최근의 일례를 들어보자. 회사의 불성실함. 전염병 등의 천재지변은 제외하도록 하자.
SPC일가의 범죄가 가맹점주의 범죄는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가치판단에 “창업주의 일가의 마약사건”을 같이 생각하게 된다. 다른 경우도 있다. 가맹점 한곳의 잘못이 다른 가맹점 주에게 피해를 주는 예전의 “두 끼 떡볶이 의정부 점” 같은 경우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얼굴도 잘 알 수 없는 같은 브랜드의 “동업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맥주광고를 하는 연예인이 “혹여나 피해가 될까봐 다른 맥주를 안 마신다” 정도의 선한 행위는 기대 못할지언정 , 장사 안 되는 쪽으로 쪽박이나 깨는 일을 하게 되면 그 피해는 누가 나눠야 하는가.
사실, 오늘 이글은 ‘국대 떡볶이’라는 브랜드가 있고, 그 브랜드 대표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대해 왈가왈부 해보려는 것이 글의 시작이었다. ‘조국’ 장관을 반대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니 논할 바 아니다. 그러나 여타의 게시 글들 중 사실에 근거하지 못한 주장, 식민사관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추종.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다시 답변하는 과정에서 생긴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브랜드 담당자로서의 위치 등. 이런 행동들은 프랜차이즈 간판 하나 믿고 소자본 투자하고 땀을 흘리는 점주들에 대한 배신이다. 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누군가를 탓하는 글은 남는 것이 없다. 이왕이면 남기는 게 낫지 않겠나 싶다. 이문을 남기는 삶을 꿈꾼다니 뭐라도 남기는 쪽이 낫지 않겠는가. 좋은 장사꾼의 이야기를 찾기로 한다. 이야기들 중, 절박함으로부터 출발해서 많은 이에게 희망을 나누어줬던 햄버거 집 이야기, 프랜차이즈 피자집으로 성공해서 어릴 때부터 소원 이였던 ‘어려운 아이들에게 밥 먹이기’ 등을 실천하는 이야기를 찾아보고 나니 글의 마지막을 조소로 끝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희망을 배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여전히 희망으로 살자고 독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덕분에 여기까지 살아온 것 아닌가. 글을 마무리하면서 생각났다. 어머니, 평생 치킨을 튀기시며 자식 둘을 키워 오신 당신의 팔목, 그 기름 자국에 다시 한 번 경외의 박수를 보낸다. 구멍가게 사장님으로 사시면서 난해한 숫자계산 때문에 고생 많으셨다. 크게 이기시지는 않으셨지만 “열 명중 일곱이 망하는 곳”에서 승리하셨으니 축하 받으셔도 된다. 또한 오늘도 패배하지 않기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SNS에서 돌고 있는 한마디를 붙인다.
“국난 극복이 취미인 우리 모두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