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맥주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4월 주류세 인상에 따라 소주·맥주 등 술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주류업계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선다. 주류업계는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경고의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술값 인상에 대해 ‘심사숙고’한다는 방침이다.
2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주류업체들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에 대한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정부는 소줏값 인상 요인과 주류업계 인상 동향은 물론, 주류사의 이익 규모와 경쟁 구도까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소주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병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주류업계가 소줏값을 올릴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제재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기재부는 소줏값 인상 요인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원재료와 제품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 병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소줏값 인상으로 이어질 만큼 정당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주류업계 구조를 진단해 독과점 등 문제가 있다면 더 많은 경쟁사가 진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겠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주 등 국민이 정말 가까이 즐기는 그런 물품의 물가 안정을 위해 업계와 논의를 할 것”이라며 “세금이 어떻든 요금에 원가 부담은 있다. 이를 시장 가격에 전가시키는 게 일반적 행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최근 국내 주요 주류업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소줏값 인상에 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주세와 주류 면허를 담당한다.
■ 주류업계 “실태조사는 정부의 으름장…술값 인상 심사숙고”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응이 주류업체들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류업계에서는 소주·맥주 가격 인상에 대해 심사숙고한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 관계자 A씨는 “주류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을 때마다 주류 가격을 계속 올릴 수 없다. 최대한 경영 효율화로 감내하다 부담이 가중이 되면 인상 여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오는 4월 주류세가 인상됨에 따라 업체들이 소주, 맥주 가격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경고의 의미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류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정부의 으름장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 누구도 총대를 메고 주류 가격을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원부자재가의 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재 주류 가격 인상에 대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