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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국세청 조사국. 사실 세금 탈루 없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했다면 무서워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국만 뜨면 벌벌 떤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봐서 현실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이 국세청 조사국이 올해 작정하고 조사하고 있는 기업은 ‘롯데’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올해 설이 지나자마자 달려든, 늘 비자료 거래 의혹이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건드리지 않았던 롯데칠성음료에 대해서는 6개월 간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지난 8월 추징금 493억 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영업사원의 통장내역까지 확인하며 롯데칠성음료가 2015년부터 3년간 최소 수천 억 원 무자료거래를 해왔다고 밝혔다. 당연히 그만큼 세금을 탈세했다고 판단해 추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롯데칠성음료에 이어 곧바로 그룹의 주력 계열사 롯데쇼핑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역외탈세나 재산은닉 여부를 파악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롯데쇼핑은 중국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계열사만 33개에 달한다.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만제도(카리브해에 있는 영국 영토)에도 ‘LHSC Limited’와 ‘Lucky Pai Ltd’를 두고 있다.
롯데역사도 샅샅이 뒤지는 중이다. 롯데역사는 롯데쇼핑과 경영관리계약을 맺고 영등포역과 대구역 백화점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롯데역사 세무조사 결과는 롯데쇼핑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매각 이전에 조사를 해야 한다는 집념까지 보이며 M&A 시장에 나온 롯데카드도 세무조사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5년 만에 펼치는 정기세무조사라고는 하나, 그 결과가 매각 금액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다.
이처럼 국세청이 롯데그룹 계열사 세무조사를 잇달아 펼치면서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롯데지주’다. 유통, 무자료거래, 해외계열사를 통한 탈세를 통해 자금을 조성하는 불법 행위가 ‘롯데지주’와 연관이 있는지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는 오는 11월에 완료될 예정인데, 이 세무조사가 끝나고 나면 롯데지주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국세청이 작정하고 진행 중인 롯데 계열사 세무조사. 국세청이 계열사와 지주사 간 연결고리를 밝혀낸다면 대기업이 지금까지 벌여 온 비자금 조성 등 정말 보고 싶지 않은 민낯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