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아인이 SNS에 올린 설리와 찍은 사진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설리를, 그 이름을 헛되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배우 유아인이 故 설리(본명 최진리·25)를 특별하게 떠나보냈다. 진심을 담은 글로 고인을 애도했다.
유아인은 "설리가 죽었다. 그녀의 본명은 진리, 최진리"라면서 "어떤 이들은 그를 못마땅해했지만 나는 그를 영웅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유아인과 설리는 공통점이 많다. 모두 아역배우 출신이다. 또 SNS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전하는 인플루언서다.
유아인은 "설리는 판에 박힌 가면을 뒤집어쓰기를 거부했다. 논란 덩어리인 내 허리 위로 겁 없이 손을 올리며 포즈를 취하던 당당함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작자 미상의 가면을 쓸 수밖에 없던 깨끗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 누구도 가지지 못한 용기를 꺼내며 위대한 삶을 살았다"라며 고인을 칭송했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후 불거진 혐오와 원망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냈다. 그는 "싸우지 마시라. 탓하지 마시라. 부디 설리가 전한 진리를 함께 쓰자고, 여러분께 손 내밀어 부탁한다"고 강조했따.
그러면서 "누구도 틀리지 않다. 누구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부디 탓하지 말고, 후회 말고, 반성합시다. 그리고 다시 손 내밀어 마음을 열고 서로 위로하고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
유아인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설리를, 그 이름을 헛되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추모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설리는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례는 비공개로 진행되나, 유족의 뜻에 따라 팬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됐다.
팬들은 16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7호에서 설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 있다.
다음은 유아인이 설리를 생각하며 쓴 글의 전문이다.
설리가 죽었다. 그녀의 본명의 ‘진리’, 최진리다. 나는 그녀와 업무상 몇 번 마주한 경험이 있고 그녀를 진리 대신 설리라고 부르던 딱딱한 연예계 동료 중 하나였다.
그녀는 아이콘이었다. 어떤 이들은 그녀를 깎아내리고 못마땅해했지만 나는 그녀를 영웅으로 여겼다.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과감하게 표출하는 신, 신, 신세대의 아이콘. 퀴퀴한 골동품 냄새가 나는 지난날의 윤리강령을 신나게 걷어차는 승리의 게이머. 오지랖과 자기검열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어린 양들을 구하러 온 천사.
나는 그녀가 마냥 좋았다. 천사 같은 미소는 물론이고 브랜드 행사장 같은 자리에서도 판에 박힌 가면을 뒤집어쓰기를 거부하는 그녀의 태도. 논란 덩어리인 내 허리 위로 겁 없이 손을 올리며 포즈를 취하던 당당함이 좋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설리’라는 작자 미상의 가면을 쓸 수밖에 없던 깨끗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 모두가 버거운 이름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처럼 설리도 그렇게 살았다. 한편으로는 누구도 가지지 못한 용기를 꺼내며 위대한 삶을 살았다.
나는 때때로 그녀를 기만했다. 나는 그녀의 뒤에 숨은 대중이었다. 대중인 것이 편했다. 그녀가 넘나드는 어떤 경계 따위를 나 스스로도 줄타기하며 나는 그녀를 벼랑 끝에 혼자두었다.
그 존재를 내 멋대로 상상하고 오해하고 판단했다. 결사코 나 스스로 나를 의심하면서도 나는 그만큼 야비했다.
그녀는 환자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도, 영웅으로 등 떠밀려야 할 이유도 없다. 그녀라는 수식도, 설리라는 이름도 그의 전부가 아니다.
진리. 그리고 그 이름 너머의 존재. 자유를 향한 저항을 온몸으로, 자신의 인생으로 실천한 인간. 그리고 내가 아는 것보다 삼억배는 더 많을 진리의 진실. 그의 마음.
사실일까? 주검이 아닌 기사 몇개를 화면으로 보다가 나는 내멋대로. 내 멋대로 쓴다. 화면으로, 화면으로.
2019년 10월 14일
설리를 기억하러, 진리를 상기하러 모인 사람들 속에 잠시 머물다 집으로 가는 길이다. 비겁한 사람들이라고 속으로 욕하며 못내 미워하던 어른들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들 가진 분들께 당부했다. 부디 회의에 빠지지 마시라고, 세상을 포기하지 마시라고. 지금의 슬픔을 우리가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함께 고민하자고 손을 잡았다.
조만간 또 해가 뜨겠지. 세속의 삶에 뛰어들어야겠지. 그러한들 무슨 수로 어제와 내일이 같을 수 있나. 존재하던 것이 사라진다면 없던 것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 달라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염려가 죄송스러워 보내지 못하고 몰래 간직한 글을 여러분께 전한다. 싸우지 마시라. 탓하지 마시라. 부디 설리가 전한 진리를 함께 쓰자고, 여러분께 손 내밀어 부탁한다. 의심이 아니다. 미움이 아니다. 혐오도, 원망도 아니다.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으로 해야 한다. 누구라도 가진 마음이 아닌가.
2019년 10월 16일
당부합니다. 부탁드립니다.
누구도 틀리지 않습니다, 누구도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최선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현재에 있습니다. 부디 탓하지 말고, 후회 말고, 반성합시다. 그리고 다시 손 내밀어 마음을 열고 서로 위로하고 함께합시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설리를, 그 이름을 헛되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