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로 인해 정부 전산망 수백개가 마비되면서 전국적인 행정 서비스가 차질을 빚고 있다.
모바일 신분증부터 민원 발급을 비롯해 교통과 물류 서비스까지 장애가 확산되면서 정부는 27일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전방위 복구에 나섰다.
지난 26일 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27일 오전 6시경 진압됐다.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전날(26일) 오후 8시15분경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작업 중에 발생했다. 전원이 차단된 리튬이온배터리 1개에서 불이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작업자 1명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었다. 해당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제품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약 10시간 뒤인 27일 오전 6시30분께 진압됐다. 하지만 피해는 컸다. 정보시스템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항온항습기를 중단시키는 과정에서 본원에 위치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선제적으로 가동을 멈췄다. 전체 국정자원관리원이 관리하는 약 1600개 정부서비스 가운데 40%에 가까운 서비스가 일시 정지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운전면허증, 우체국 금융 서비스, 부처별 홈페이지 접속 등 핵심 대국민 서비스가 마비됐다. 행정안전부는 일시적으로 네이버를 대국민 공지 채널로 활용하며 혼란을 진정시키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인해 정부 전산망과 연계된 일부 교통 서비스에도 장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복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
이날 국토교통부도 발표를 통해 "정부 전산망과 연계된 일부 교통 서비스에도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자녀·국가유공자·장애인 할인 등록과 우체국 체크카드 결제, 모바일 신분증 확인 등이 일부 불가해지면서 정부는 항공편 탑승 시 실물 신분증 지참을 권고하고 나섰다.
택시 자격증 발급, 자동차 등록 민원, 화물운송실적·국가물류통합정보시스템 접속에도 문제가 발생해 일부 업무는 마비된 상태다. 국토부는 "항공기 탑승 신분확인 시 사진, 팩스 등 신분증 사본, 은행과 민간 앱의 개인정보로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신속히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유리창 등 건물 일부가 불타고 파손됐다. (사진=연합)
소방 당국은 진화작업에 소방인력 170여명과 차량 63대를 동원했지만 데이터 손상 우려로 물 대신 이산화탄소 가스소화설비를 사용하면서 진압 속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서버 과열로 인한 2차 피해는 막았지만 시스템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위기 상황 대응 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하고 민원 불가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세금 납부, 서류 제출 등 기한을 자동 연장하도록 조치했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우선순위에 따라 복구를 진행하고 있고 대체 서비스 안내와 신속한 시스템 복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