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지난 18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규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현대차·기아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우리 전기차 수출에 대한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어느 정도 선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배터리사들의 수출에 대해서도 “우리가 혜택을 받는 나라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IRA 세부 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16개(세부 모델 22개) 전기차를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해 12월 렌트나 리스 같은 상용차는 보조금 지급 요건이 예외로 인정받아 한국에서 수출한 전기차도 7500달러 보조금 대상이 됐다”며 “현대차 그룹의 미국 판매가 지난해 8월 대비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배터리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최 수석은 “한국 배터리 3사가 배터리 광물 요건과 부품 요건 자체를 모두 만족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에서 발표된 22개 차량 모델 중 한국 배터리를 사용하는 곳은 17개”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전기차와 배터리가 수혜를 입었다기에는 여전히 우려 사항이 많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세제 혜택이 리스나 렌트카에만 국한돼선 안 되고 일반 구매 전기차에도 적용돼야 합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던 제네시스 GV70이 보조금에서 빠졌습니다. GV70에는 SK온의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중국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가 들어간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현대차와 SK온은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배터리를 조달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지만 당장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요건에 맞는 배터리와 광물은 부족한데 수요는 많아서입니다. 내년 하반기에나 미국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이 완공돼야 보조금 혜택 대상에 해당되지만, 1년 반이나 남았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된 포드와 GM의 차량에 납품하면서 보조금 수혜를 얻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배터리 기업은 살얼음길을 걷고 있습니다. 핵심광물 생산을 중국과 함께하고 있어 향후 미국이 이를 문제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IRA에 따른 보조금은 배터리 부품 50% 이상을 북미에서 생산하면 한국 금액으로 500만원을, 핵심광물 40% 이상을 미국이나 FTA협정국가에서 생산하거나 가공하면 500만원을 더 줍니다.
핵심광물은 리튬이나 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광물을 말합니다. 이는 채굴과 제련을 거쳐 전구체로 합성되고 이후 양극재나 음극재 등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광물 제련은 환경 문제로 기피 산업인데, 중국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습니다. 중국산을 대신해 우리 기업들이 진출한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의 광산이나 제련소를 찾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미국과 FTA 체결국이 아닙니다. IRA 조건을 맞추기 까다로운 상황입니다.
급한 불은 꺼야 해서 우리 배터리사들은 중국 제련사와 국내에서 합작 공장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LG화학은 19일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산단 6공구에 전구체 합작 공장을 짓기로 협약합니다. 오는 2028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1차로 5만톤의 양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LG화학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화유코발트 등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SK온과 에코프로는 폐배터리 처리 업체 거린메이(GEM)와 협력합니다. 포스코홀딩스도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미국은 해외우려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에서 조달한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입니다. FEOC에 중국 기업이나 한국과 중국 합작법인이 포함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