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연기한 뒤에 공허함이 찾아올 때가 있다. 천우희는 ‘곡성’과 ‘우상’ 등 강렬한 캐릭터를 연이어 선보이며 처음으로 연기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나 천우희가 찾은 돌파구 역시 연기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자 연기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느끼게 됐고, 그렇게 찾은 초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멜로가 체질’과 ‘버티고’에서 30대의 현실을 그린 천우희는 자신 또한 30대 초반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 그는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어 조급했던 그 시기가 힘들기도 했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감사했다.
“30대는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어중간한 나이인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두 작품을 하고 나서 보니, 어중간하기 때문에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30살을 갓 넘겼을 때는 기대감과 동시에 불안함이 있었다. 더 많은 걸 이루고 싶은데 한 해, 한 해가 가는 것 같아 무서웠다. 힘든 시간을 지나고 나니 욕심이 덜어졌다. 지금은 어떤 것들을 계획 한다고 해서 그대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현재에 충실하면 돌이켜봤을 때 좋은 결과들이 나오는 것 같다”
218년 영화 ‘우상’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또 한 번 성장하기도 했다. 깊은 감정을 표현할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쉬면서 다시금 느꼈다.
“연기를 하면서 상처를 받기도 했고, 힘든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좋더라. 연기로도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 이번에도 ‘버티고’를 찍으면서 내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렸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흔들리는 서영의 마음도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서영을 응원하는 대사들을 읽을 때는 진짜 그 인물이 된 것처럼 위로를 받기도 했다. 방황하는 인물에게 따뜻하게 응원을 건네는 ‘버티고’가 없었다면 복귀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영화 결말에서 나오는 서영을 향한 위로의 대사가 내게 하는 말 같았다. 건강한 정신과 뚝심으로 지금까지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한 힘든 시기들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고 놓고 있을 때 시나리오를 보는데, 그 대사가 나한테 하는 이야기 같더라. 숨겨왔던 시간들을 연기적으로 치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팬들의 응원 메시지도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천우희는 ‘버티고’ 시나리오를 읽으며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따뜻한 연기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며 꾸준한 연기 활동을 다짐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힘들 때도 있지만, 행복한 직업인 것 같다. 내가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니 당연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만도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여기에 다른 사람에게 사랑까지 받는다. 나도 내 연기가 아쉬울 때가 있다. 물론 사랑하지만, 가끔은 애증처럼 느껴지는 연기들도 있다. 근데 팬레터에서 내 연기가, 아니면 작품이 위로가 됐다는 말을 들을 때 엄청 큰 감동이 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고, 이런 감정을 느껴주는지 감사하고 그러면서 힘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