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을 키우기가 녹록치 않다. 현대차증권이 50년 이상 업력과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서도 자본시장내 10위권 진입조차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증권업계 안팎에선 자력갱생의 길이 요원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사진=현대차증권) ■ '재계2위' 현대차그룹 "고수익 금융시장 진출" 기대감 1969년 창업 이후 을지로와 명동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던 신흥증권이 새로운 주인을 찾은 것은 2008년. 금융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던 현대차그룹은 신흥증권의 지분 30%를 2089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장 개척에 나섰다. 당시 카드와 캐피탈을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서 증권은 금융 자회사 그룹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딜에 임하는 태도 역시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신흥증권 지분 29.8%를 인수하는 데 총 2089억원을 쏟았다. 당시 신흥증권 주가가 2만원대 후반이던 점을 감안하면 주당 매수 가격(6만481원)은 현대차그룹의 인수 의지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경영권 프리미엄에 상당 수준의 자금을 지불한 현대차증권은 “고수익 사업인 금융시장 진출 교두보를 구축하겠다”며 “향후 신흥증권을 통한 금융서비스 확대 및 그룹 내 금융경쟁력 강화 등 시너지 효과 감안시 조기 경영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 야심찬 도전, 지속되는 지원사격 이후 현대차그룹은 사명을 HMC투자증권으로 새롭게 바꾸며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룹은 인수 직후인 2008년 7월(1000억원 규모)과 2009년 6월(2551억원) 잇따라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인수 당시 17개였던 지점수도 2012년에 49개로 확장되는 등 영업 활로를 넓히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지원도 아끼지 않왔다. 이에 2008년 당시 HMC 투자증권은 수조원대 그룹의 자금 운용을 위한 전담팀을 신설했을 정도다. 지금도 현대차증권에 대한 그룹의 포지션은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현대차증권의 MMT(머니마켓트러스트) 유가증권을 각각 500억원, 300억원 규모 매입했다. MMT란 특정금전신탁으로 신탁자산인 금전의 운용대상 및 방법이 위탁자의 운용지시에 따르게 돼 있다. 이번 사업연도 기준 현대차(2조3800억원)와 기아(1조7400억원), 현대모비스까지 합산시 MMT 매수 누계금액만 무려 4조5200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대기업 계열사인 삼성증권이 지난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500억원 규모 MMT 매수를 제외하고는 최근 3개년간 그룹내 계열사의 매수 이력이 전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증권이 지난 3분기 신탁보수로 거둔 이익은 총 176억원. 이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의 뒤를 이은 5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말 현재 현대차증권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적립금은 14조3338억원으로 업계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중 87% 수준인 12조5150억원이 계열사의 자금으로 현대차그룹을 제외한다면 1조8000억원에 그친다. ■ 여전한 업계 15위권...주가, 인수가 대비 -85% 그룹사의 전폭적 지원사격에도 현대차증권은 출범 15년이 흐름 현재 자본시장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현대차증권의 누적 순이익은 530억원으로 전년보다 38.1%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42.6% 줄어든 649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만 놓고 보더라도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50% 가깝게 급감하며 94억원에 그쳤다. 자기자본 규모 역시 현재 1조2726억원에 그쳐 업계 15위권에 해당한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수년간 부동산 금융을 포함한 기업금융(IB)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이에 지난 2019년 이후 IB부문에서 1000억원대 영업수익을 거두며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어려움에 빠져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증권에 선임돼 온 최고경영자(CEO)들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현재 여의도 대부분의 증권사 CEO들이 증권업계 전문성과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인물들인데 비해 현대차증권은 현재 최병철 사장을 포함해 줄곧 현대차그룹 계열사 출신들이 자리를 독식해 왔다. 전임 최병철 사장 역시 현대차 출신이다. 무엇보다 현대차증권의 존재감은 주식시장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던 당시 한때 3만2100원대를 뚫었던 현대차증권 주가는 현재 8600원대까지 내려 앉았다. 현대차그룹이 지분을 인수했던 금액을 감안한다면 손실률만 85%에 육박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당시 그룹 차원이나 시장에서 보였던 기대감과 비교한다면 그 정도가 현저히 약해진 건 사실”이라며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금융투자업자들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대차증권이 사실상 그룹 자금 지원 창구 역할 외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뷰파인더] 코너는 국내 금융회사의 이슈와 전략을 조금 더 실감나게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현재의 기업 전략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발자취, 그간의 경영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기업 CEO와 대주주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겠죠.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를 입체적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부자아빠’ 지원에도 현대차증권 너 뭐했니? [뷰파인더]

고수익 사업 믿었던 현대차그룹, 증권 진출 15년 성적표 ‘부진’
현대차그룹 지분 인수가 감안시 85% 손실률
그룹 자금지원 창구 외에 역할 부재...자력갱생 요원 평가

박민선 기자 승인 2023.11.21 13:46 | 최종 수정 2024.03.14 15:13 의견 0

존재감을 키우기가 녹록치 않다. 현대차증권이 50년 이상 업력과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서도 자본시장내 10위권 진입조차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증권업계 안팎에선 자력갱생의 길이 요원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사진=현대차증권)


■ '재계2위' 현대차그룹 "고수익 금융시장 진출" 기대감

1969년 창업 이후 을지로와 명동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던 신흥증권이 새로운 주인을 찾은 것은 2008년. 금융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던 현대차그룹은 신흥증권의 지분 30%를 2089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장 개척에 나섰다.

당시 카드와 캐피탈을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서 증권은 금융 자회사 그룹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딜에 임하는 태도 역시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신흥증권 지분 29.8%를 인수하는 데 총 2089억원을 쏟았다. 당시 신흥증권 주가가 2만원대 후반이던 점을 감안하면 주당 매수 가격(6만481원)은 현대차그룹의 인수 의지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경영권 프리미엄에 상당 수준의 자금을 지불한 현대차증권은 “고수익 사업인 금융시장 진출 교두보를 구축하겠다”며 “향후 신흥증권을 통한 금융서비스 확대 및 그룹 내 금융경쟁력 강화 등 시너지 효과 감안시 조기 경영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 야심찬 도전, 지속되는 지원사격

이후 현대차그룹은 사명을 HMC투자증권으로 새롭게 바꾸며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룹은 인수 직후인 2008년 7월(1000억원 규모)과 2009년 6월(2551억원) 잇따라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인수 당시 17개였던 지점수도 2012년에 49개로 확장되는 등 영업 활로를 넓히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지원도 아끼지 않왔다. 이에 2008년 당시 HMC 투자증권은 수조원대 그룹의 자금 운용을 위한 전담팀을 신설했을 정도다.

지금도 현대차증권에 대한 그룹의 포지션은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현대차증권의 MMT(머니마켓트러스트) 유가증권을 각각 500억원, 300억원 규모 매입했다. MMT란 특정금전신탁으로 신탁자산인 금전의 운용대상 및 방법이 위탁자의 운용지시에 따르게 돼 있다. 이번 사업연도 기준 현대차(2조3800억원)와 기아(1조7400억원), 현대모비스까지 합산시 MMT 매수 누계금액만 무려 4조5200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대기업 계열사인 삼성증권이 지난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500억원 규모 MMT 매수를 제외하고는 최근 3개년간 그룹내 계열사의 매수 이력이 전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증권이 지난 3분기 신탁보수로 거둔 이익은 총 176억원. 이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의 뒤를 이은 5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말 현재 현대차증권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적립금은 14조3338억원으로 업계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중 87% 수준인 12조5150억원이 계열사의 자금으로 현대차그룹을 제외한다면 1조8000억원에 그친다.

■ 여전한 업계 15위권...주가, 인수가 대비 -85%

그룹사의 전폭적 지원사격에도 현대차증권은 출범 15년이 흐름 현재 자본시장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현대차증권의 누적 순이익은 530억원으로 전년보다 38.1%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42.6% 줄어든 649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만 놓고 보더라도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50% 가깝게 급감하며 94억원에 그쳤다. 자기자본 규모 역시 현재 1조2726억원에 그쳐 업계 15위권에 해당한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수년간 부동산 금융을 포함한 기업금융(IB)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이에 지난 2019년 이후 IB부문에서 1000억원대 영업수익을 거두며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어려움에 빠져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증권에 선임돼 온 최고경영자(CEO)들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현재 여의도 대부분의 증권사 CEO들이 증권업계 전문성과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인물들인데 비해 현대차증권은 현재 최병철 사장을 포함해 줄곧 현대차그룹 계열사 출신들이 자리를 독식해 왔다. 전임 최병철 사장 역시 현대차 출신이다.

무엇보다 현대차증권의 존재감은 주식시장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던 당시 한때 3만2100원대를 뚫었던 현대차증권 주가는 현재 8600원대까지 내려 앉았다. 현대차그룹이 지분을 인수했던 금액을 감안한다면 손실률만 85%에 육박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당시 그룹 차원이나 시장에서 보였던 기대감과 비교한다면 그 정도가 현저히 약해진 건 사실”이라며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금융투자업자들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대차증권이 사실상 그룹 자금 지원 창구 역할 외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뷰파인더] 코너는 국내 금융회사의 이슈와 전략을 조금 더 실감나게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현재의 기업 전략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발자취, 그간의 경영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기업 CEO와 대주주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겠죠.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를 입체적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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