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5'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전경. (사진=김태현 기자)
나흘 간 20여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지스타 2025'가 막을 내렸다. 올해 지스타는 주요 게임사의 불참에서 비롯된 우려와 달리 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 부스에 사람이 몰리며 게임 전시회로서는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게임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점검하고 이끄는 게임쇼로서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지스타 2025'는 지난 13일부터 16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나흘 간 개최됐다. 조직위에 따르면 올해 행사는 나흘 간 20만2000명이 방문했다. 44개국 1273개사가 참여, BTC·B2B 전시관 합계 총 3269부스 규모다. 지난해 관람객인 21만5000여 명에 비해 소폭 감소했으나, 규모가 축소된 것에 비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아이온2'를 선보인 엔씨소프트 부스에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사진=엔씨소프트)
올해는 첫 메인스폰서로 나선 엔씨소프트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엔씨는 제1전시장에 역대 최대 규모인 300개 부스를 꾸리고 신작 '아이온2'를 비롯한 오픈월드 슈터 '신더시티'의 시연을 진행했다. 또 MMORPG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액션게임 '타임테이커스', 서브컬처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등 신작 3종도 공개했다.
특히 제1전시장은 '아이온2'의 성공에 사활을 건 엔씨 덕분에 흥행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온2'는 과거 PC방 전성기를 이끌었던 MMORPG '아이온'의 후속작으로, 이번 '지스타 2025'에서는 캐릭터 커마·던전 체험 등을 선보였다. 특히 '아이온2'의 경우 최대 4시간에 달하는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높은 기대감을 입증했다.
이외에도 대표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들이 이목을 모았다. 넷마블은 '나 혼자만 레벨업: KARMA', '프로젝트 이블베인',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몬길: STAR DIVE' 등 4종의 신작을 선보였다.
크래프톤은 차기작 '팰월드 모바일'을 첫 공개하고 '배틀그라운드' 테마 전시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네오위즈는 인디게임 '산나비'의 첫 DLC '산나비: 귀신씌인날'을 선보였다. 웹젠은 서브컬처 신작 '게이트 오브 게이츠'를 시연하며 완성도를 점검했다.
'지스타'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김태현 기자)
올해 '지스타 2025'는 넥슨,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가 불참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각종 기대작을 중심으로 모객에 성공하며 예년 못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다만 출품 라인업의 가짓수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올해 주요 게임사들은 독일 '게임스컴', 일본 '도쿄게임쇼' 등 글로벌 행사에서 신작을 공개했다. 해외 공략을 목표로 사전 인지도 확보가 1순위인만큼, '지스타'와 같은 국내 게임쇼에 참가할 메리트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충성도 높은 팬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서브컬처 분야의 출품작도 적었다. 이미 호요버스 등 중국의 서브컬처 게임사는 국내에서 자체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국내 서브컬처 게임사 역시 '지스타' 대신 12월 열리는 '애니메이션X게임 페스티벌(AGF)'로 몰리는 분위기다.
지스타 조직위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제2전시장에 블리자드·세가·워호스 스튜디오 등 해외 게임사를 대거 유치하는 전략을 취했으나, 이들 부스 역시 신작의 부재라는 한계가 명확했다. 그나마 과거 국내에서 인기를 끈 '오버워치2'에 발길이 이어졌으나, 제1전시장의 열기에 비하면 관심도가 확연히 적었다.
'지스타'가 표방하는 '국제 게임쇼'로 거듭나기 위한 숙제는 명확하다. 게임산업 전반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라인업을 확충하고, 단순 전시를 떠나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이끄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다행히 올해의 컨퍼런스 G-CON에서는 변화의 조짐을 일부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일본, 체코, 프랑스 등 글로벌 유명 개발자들이 연사로 나서 개발 노하우를 공유했다. 국내 중심이었던 작년 컨퍼런스와 달리 내용과 질 모두 한층 더 풍성해졌다. 이를 발판삼아 내년엔 위기를 딛고, '지스타'가 진정한 국제 게임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