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반텐주 칠레곤에 있는 롯데케미칼 석유화학단지 내 납사(나프타) 트래킹 센터(사진=연합뉴스)

■ 3분기 반짝 회복, 스페셜티가 살렸다···원가 완화로 인한 효과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3분기 들어 적자 폭을 줄이며 일시적 회복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나프타 가격이 안정되자 원가 부담이 완화됐고 일부 제품 스프레드가 개선된 영향이다. 그러나 중국과 중동의 신규 설비 가동으로 공급과잉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이번 반등이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석화사는 전분기보다 3분기 실적이 개선됐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4조4609억원·영업이익 291억원으로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했고,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1326억원으로 적자 폭을 약 1200억원 줄였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영업손실 90억원으로 전분기(468억원)보다 크게 축소됐고,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 8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회복이 나프타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며 석화사들의 원가 절감 효과가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항공유와 함께 나프타(naphtha)를 생산한다.

나프타는 석화사의 핵심 투입물로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의 원료가 된다. 정제마진이 개선되면 나프타 가격이 내려가고 석화사는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린다. 그러나 제품 판매가격이 함께 오르지 않으면 원가 절감분이 마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최근엔 중국산 저가 범용제품 공급이 글로벌 가격을 누르고 있어 나프타 하락에 따른 마진 개선 폭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 스페셜티가 방패…범용은 여전히 적자 늪

이번 3분기 실적 흐름에서 가장 뚜렷한 분기점은 스페셜티(고부가) 제품의 강세다. 기술장벽이 높은 고기능성 소재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덜 민감해 수익 방어가 가능했다.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 중심 포트폴리오로 3분기 매출 6099억원·영업이익 151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코오롱ENP는 프리미엄 엔지니어링플라스틱 판매로 영업이익이 33% 늘었으며 DL케미칼은 PB(폴리부텐)·의료용 IR라텍스 등 스페셜티 품목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특히 금호석화의 강세는 단순한 나프타 낙수효과를 넘어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금호석화는 합성고무 비중이 높아 중국의 범용 저가공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 글로벌 장갑 수요 조정이 마무리되며 NB라텍스 시장이 타이트해졌고, 가격·마진이 빠르게 회복됐다. 다만 이 또한 수요·공급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장기적 보장은 아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골든타임은 연말까지”…구조개편의 속도에 달린 생존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마감 시한이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구윤철 부총리는 최근 산업경쟁력 강화 회의에서 “일부 산단과 기업의 사업재편이 지지부진하다”며 연말까지의 속도전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핵심은 ▲NCC(나프타분해설비) 270~370만톤 감축 ▲스페셜티 중심 사업 전환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이다.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LG화학 등 대형사는 이미 비핵심 자산 정리와 첨단소재 투자 확대를 병행 중이지만, 일부 기업의 실행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4분기에도 국제유가가 약세를 이어간다면 석화사의 원가 개선 여지가 더 생길 것으로 본다. 다만 이는 외생 변수에 의존한 개선으로 장기적 해법은 아니다. 결국 석화업계의 향후 생존 방정식은 ‘유가 하락 효과’보다 ‘구조개편 실행력’에 달려 있다. 연말은 단순한 분기 마감이 아닌 산업 구조 전환의 속도와 진정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