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존재감이 미미했던 공동재보험이 보험사들로부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리안리와 대규모 거래를 체결하면서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국내 안착의 걸림돌이었던 업계 내부의 인식이 조금씩 전환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1일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와 70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거래를 체결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11월 50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거래를 체결한 후 두 번째 거래다.
두 거래 모두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종신보험 계약에서 발생할 위험을 양사가 일정 비율에 따라 분담하는 형태의 공동재보험이다. 이를 위해 코리안리는 장래 보험금 지급을 위해 각각 5000억원, 7000억원 규모의 준비금을 적립하게 된다.
[사진=금리 변동성 지표인 MOVE지수 추이, 인베스팅닷컴]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영업보험료 전체를 출재해 보험위험은 물론 금리위험과 해지위험까지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형태의 재보험을 말한다. 위험보험료 출재를 통해 보험위험만 이전했던 전통적 재보험과는 차이가 있다. 원보험사는 다양한 위험 전가를 통해 요구자본을 줄이고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삼성생명의 이번 거래 목적도 단순한 재무건전성 개선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은 223.5%. 감독법규에서 요구하는 100%는 물론 금융감독원 권고치(150%)보다도 높다. 또 새 지급여력제도 시행에 따른 경과조치(제도 적용 일시 유예) 적용 전 기준 생보업계 '빅3' 중 최고다. 지급여력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이다. 유사시 보험금 지급을 위해 보험사가 충분한 자본을 보유했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굳이 건전성 개선을 위한 공동재보험은 아니라는 것.
한 리스크관리 전문가는 "재무건전성 제고 목적보다는 신사업 추진을 위한 안정적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라고 진단하며 "지금처럼 금리 변동성이 커진 시기엔 금리위험을 소거하는 공동재보험이 다른 방안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변동성은 지난해 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매우 커진 상황이다. MOVE지수는 지난해 2월 이후 지속적으로 100~150을 유지 중이다. MOVE지수는 미국 국채 옵션 가격을 기초로 일정 기간 예상되는 국채 가격의 변동성을 측정한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금리 변동성이 크다는 뜻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도 "회사의 전체 자본에서 공동재보험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수준"이라면서 "이번 거래를 통한 지급여력비율 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고금리 시기 판매한 일부 상품에 대한 이차손 위험을 경감하려는 목적"이라며 "당장의 금리 움직임에 대응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부채를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월엔 신한라이프가 자사가 보유 중인 고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의 위험 이전을 위해 코리안리와 23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거래를 체결했다. 신한라이프는 앞으로도 리스크 관리 방안의 하나로 공동재보험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력 유지를 위해 공동재보험 등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유수 보험사들의 활용에도 불구, 일각에선 공동재보험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보험사 임원은 "국내에선 공동재보험 가격(수수료)이 비싸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면서 "이는 공동재보험 가격 산정의 적정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부분 보험사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확충 방안만 고집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이는 실무자들로서도 윗사람에게 익숙한 방안을 택해야 쉽게 결재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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