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 인수를 두고 벌어진 치열한 경쟁에서 하림이 승자가 됐다. 하림은 HMM 인수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해 ‘한국판 카길’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하림지주는 하림지주와 JKL 컨소시엄이 HMM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하림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가진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57.9%)의 희망 인수가로 6조4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과 산은은 세부 계약 조건을 조율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거래를 마칠 계획이다. ◆팬오션 ‘벌크선’과 HMM ‘컨테이너선’ 시너지로 불황 타개 하림은 우선 그룹 해운 자회사인 팬오션과 HMM의 시너지를 강화해 대표 국적 선사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팬오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1위 벌크 해운사다. 전세계에 운송하는 화물만 연간 1억톤에 달한다. HMM은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 선사로 초대형선(1만TEU급 이상 선복량 기준) 보유 비율이 세계 1위다. 팬오션이 HMM 인수 주체로 나선 만큼 향후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 대형 선사로 거듭날 수 있다. HMM은 앞서 경영 악화로 벌크선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컨테이너선 분야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게 됐다. 이 때문에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이 변화할 때마다 큰 영향을 받았다. 하림은 벌크선 중심 해운사인 팬오션에 HMM이 가진 컨테이너선 경쟁력이 더해지면 중복되는 사업 분야 없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팬오션과 HMM이 가진 각자의 해운 네트워크를 통합해 영업력을 높이는 등 실질적인 협업도 가능하다. 대형 선사로 거듭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연료비 절감 효과 등도 기대할 수 있다. 하림은 앞서 팬오션 인수 후 빠르게 실적 개선을 이뤄낸 만큼 HMM 운영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림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글로벌 해운시장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계장에서 종합물류기업까지, ‘한국판 카길’ 꿈꾼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하림은 닭고기로 잘 알려진 종합식품기업이다. 창립자인 김홍국 회장은 외할머니에게 받은 병아리 10마리를 종잣돈으로 삼아 어려서부터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1978년에는 하림의 모태인 ‘황등농장’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86년 하림식품을 세운 뒤에는 축산뿐 아니라 사료·식품가공·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01년에는 하림그룹을 출범시키며 M&A를 통해 덩치를 불렸다. 하림은 지난 2015년 1조80억원을 들여 해운업체 팬오션을 인수하며 곡물유통사업까지 진출했다. 축산업 중심인 하림이 해운사 인수에 나서자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김 회장은 “한국판 카길이 되겠다”며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했다.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 운송책 확보와 함께 운송비 절감으로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계산이었다. 팬오션 인수로 하림은 곡물 구입·운반부터 축산·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카길과 같은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됐다. 김 회장은 이제 물류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앞서 2016년에는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해 ‘첨단 도시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서울시 반대로 지지부진했던 사업은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HMM 인수는 하림이 단숨에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곡물 원료 재배에서 소비자 판매까지 전 과정이 통합되면 그룹 차원 식품 밸류 체인(가치사슬)은 한층 강화된다. 운송비용 등에서 원가 효율화도 꾀할 수 있다. HMM 인수가 김 회장이 꿈꾸는 ‘한국판 카길’의 마지막 조각인 셈이다. ◆‘승자의 저주’ 우려에 ‘곳간 빼먹기’ 비판도 하림의 HMM 인수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HMM이 하림보다 체급이 훨씬 큰 만큼 이번에도 무리한 인수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림그룹의 자산규모는 17조원인데 비해 인수대상인 HMM은 25조8000억원이다. 하림이 HMM 인수를 마치면 자산규모 기준 재계 27위에서 단숨에 13위로 뛰어오른다. 덩치가 지나치게 큰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과 관련해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하림은 6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을 처분하고 호반그룹과 함께 약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HMM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를 요청했다가 특혜 논란이 일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HMM 배당금으로 투자금을 충당해야 할 정도로 자금력이 취약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HMM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해 다시 NS홈쇼핑 등 그룹 계열사가 희생양이 될 것이란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앞서 NS홈쇼핑은 자회사 하림산업이 양재동 부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하림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하림산업이 하림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개발금만 대고 과실은 빼앗기는 모양새가 됐다. 이런 전례 때문에 HMM이 보유한 10조원 규모의 유보금도 하림의 ‘곳간’으로 전락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HMM 품은 하림, ‘한국판 카길’ 목표 성큼

하림지주· JKL 컨소시엄, HMM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팬오션·HMM 시너지로 해운업 불황 타개…"대표 국적 선사 거듭난다"
축산업서 종합물류기업까지 도약…‘무리한 인수’ 둘러싼 날선 시선도

김성준 기자 승인 2023.12.20 17:14 의견 0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 인수를 두고 벌어진 치열한 경쟁에서 하림이 승자가 됐다. 하림은 HMM 인수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해 ‘한국판 카길’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하림지주는 하림지주와 JKL 컨소시엄이 HMM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하림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가진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57.9%)의 희망 인수가로 6조4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과 산은은 세부 계약 조건을 조율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거래를 마칠 계획이다.

◆팬오션 ‘벌크선’과 HMM ‘컨테이너선’ 시너지로 불황 타개

하림은 우선 그룹 해운 자회사인 팬오션과 HMM의 시너지를 강화해 대표 국적 선사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팬오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1위 벌크 해운사다. 전세계에 운송하는 화물만 연간 1억톤에 달한다. HMM은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 선사로 초대형선(1만TEU급 이상 선복량 기준) 보유 비율이 세계 1위다. 팬오션이 HMM 인수 주체로 나선 만큼 향후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 대형 선사로 거듭날 수 있다.

HMM은 앞서 경영 악화로 벌크선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컨테이너선 분야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게 됐다. 이 때문에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이 변화할 때마다 큰 영향을 받았다. 하림은 벌크선 중심 해운사인 팬오션에 HMM이 가진 컨테이너선 경쟁력이 더해지면 중복되는 사업 분야 없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팬오션과 HMM이 가진 각자의 해운 네트워크를 통합해 영업력을 높이는 등 실질적인 협업도 가능하다. 대형 선사로 거듭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연료비 절감 효과 등도 기대할 수 있다.

하림은 앞서 팬오션 인수 후 빠르게 실적 개선을 이뤄낸 만큼 HMM 운영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림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글로벌 해운시장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계장에서 종합물류기업까지, ‘한국판 카길’ 꿈꾼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하림은 닭고기로 잘 알려진 종합식품기업이다. 창립자인 김홍국 회장은 외할머니에게 받은 병아리 10마리를 종잣돈으로 삼아 어려서부터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1978년에는 하림의 모태인 ‘황등농장’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86년 하림식품을 세운 뒤에는 축산뿐 아니라 사료·식품가공·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01년에는 하림그룹을 출범시키며 M&A를 통해 덩치를 불렸다.

하림은 지난 2015년 1조80억원을 들여 해운업체 팬오션을 인수하며 곡물유통사업까지 진출했다. 축산업 중심인 하림이 해운사 인수에 나서자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김 회장은 “한국판 카길이 되겠다”며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했다.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 운송책 확보와 함께 운송비 절감으로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계산이었다. 팬오션 인수로 하림은 곡물 구입·운반부터 축산·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카길과 같은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됐다.

김 회장은 이제 물류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앞서 2016년에는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해 ‘첨단 도시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서울시 반대로 지지부진했던 사업은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HMM 인수는 하림이 단숨에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곡물 원료 재배에서 소비자 판매까지 전 과정이 통합되면 그룹 차원 식품 밸류 체인(가치사슬)은 한층 강화된다. 운송비용 등에서 원가 효율화도 꾀할 수 있다. HMM 인수가 김 회장이 꿈꾸는 ‘한국판 카길’의 마지막 조각인 셈이다.

◆‘승자의 저주’ 우려에 ‘곳간 빼먹기’ 비판도

하림의 HMM 인수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HMM이 하림보다 체급이 훨씬 큰 만큼 이번에도 무리한 인수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림그룹의 자산규모는 17조원인데 비해 인수대상인 HMM은 25조8000억원이다. 하림이 HMM 인수를 마치면 자산규모 기준 재계 27위에서 단숨에 13위로 뛰어오른다. 덩치가 지나치게 큰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과 관련해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하림은 6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을 처분하고 호반그룹과 함께 약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HMM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를 요청했다가 특혜 논란이 일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HMM 배당금으로 투자금을 충당해야 할 정도로 자금력이 취약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HMM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해 다시 NS홈쇼핑 등 그룹 계열사가 희생양이 될 것이란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앞서 NS홈쇼핑은 자회사 하림산업이 양재동 부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하림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하림산업이 하림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개발금만 대고 과실은 빼앗기는 모양새가 됐다. 이런 전례 때문에 HMM이 보유한 10조원 규모의 유보금도 하림의 ‘곳간’으로 전락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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