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최근 공연계에는 이상한 바람이 불고 있다. 공연을 보여주기도 전에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듣도 보도 못한 홍보 플랜을 내세운다. 인터뷰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개인이나 집단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면 정작 홍보의 ‘목표’인 작품을 배제시키고 있다.
십여 년 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홍보 인터뷰를 진행했다. 물론 기자와 관계자들에게 공개되는 시사회도 열리기 전이었다. 포털 노출을 위해 인터뷰를 선점하려는 일부 매체들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목적을 잃은 인터뷰는 수박 겉핥기 수준을 맴돌 수밖에 없다. “캐릭터 연구는 어떻게 했나” “캐스팅 과정은 어떤가” “현장 에피소드를 들려 달라” “OO배우와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어떤가” 정도의 질문에 보도자료를 끌어 모은 정보들이 기사화됐다. 영화를 보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시행착오라고 말하기도 우스운 개봉 전 인터뷰는 사라졌다. 현재는 방송이든, 영화든, 가요든 작품이 나온 이후로 인터뷰 일정을 조율한다.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기자들에게 시사를 통해 공개하거나, 먼저 음원을 들려준다.
그런데 최근에 뮤지컬계가 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분위기다. 뮤지컬 ‘레베카’의 신영숙과 카이, ‘보디가드’의 이동건과 강경준의 인터뷰가 그렇다. 각각 11월 16일, 11월 28일 첫 공연을 올리는데, 인터뷰는 이미 진행됐다.
공연 관계자는 “배우들의 인터뷰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고, 일부 기자들의 요청도 있었기 때문에 공연 전으로 조율하게 됐다”면서 “공연 후에는 리뷰 등을 통해 홍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지만 공연 전에는 홍보를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미리 진행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연 전에 진행하는 인터뷰의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홍보’는 내용은 뒷전이고, 기사 개수에만 채우면 된다는 계산이다. 기자들의 니즈와 일정 조율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 이런 행태는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져서 선수 치는 건가’ ‘배우들의 연기에 자신이 없는 건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보통 이런 인터뷰는 약 60분에 걸쳐 진행되는데, 공연도 보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의심이 되기도 하지만 전혀 문제될 것 없다. 한 타임에 배정되는 취재진의 수가 무려 15개 매체가량이 된다. 한 사람이 질문 하나씩만 던져도 대충 시간을 때울 수 있다. ‘인터뷰’ 보단 ‘기자간담회’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해당 작품의 홍보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전에도 뮤지컬계에서는 이런 사례가 있어 왔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들었다. 잘못된 것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최소한의 문제의식도 갖지 않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뮤지컬계에 ‘변질된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