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부동산개발업자를 꿈꾸는 대형건설사.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 정공법으로 여겨지는 건설업계에서 과감한 모험수를 던진 HDC현대산업개발 이야기다.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선보여 주택 시장을 선점하고 '디벨로퍼' 역량을 일찍이 확보했던 남다른 선구안은 여전히 유효할까.
HDC현대산업개발 서울 본사 모습. (자료=연합뉴스)
■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아이파크까지…주거 문화 선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역사는 브랜드 아파트 문화의 성장과 궤를 함께한다. 1976년 압구정현대아파트를 지은 한국도시개발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압구정현대아파트는 당시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대형 평수의 아파트이면서 건설사의 이름이 들어간 일종의 브랜드 아파트였다.
한국도시개발은 현대건설 주택사업부에서 독립한 주택전문 건설사에서 1986년 토목공사와 플랜트 사업을 주로 하던 한라건설을 합병하며 종합건설사로 거듭났다. 새로운 사명은 현대산업개발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성장했다. 1990년대 중반 플랜트와 해외사업을 중단한 뒤 국내 주택과 사회간접자본(SOC)에 주력한 게 대표적이다. 내실경영 기조를 바탕으로 1989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에 진입한 이후 2013년까지 10위권 밖으로 밀리지 않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은 2000년 '아이파크 삼성아파트' 분양 이후 이듬해 신규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론칭하며 국내 브랜드 아파트 문화의 시작을 함께했다. '아이파크'는 이후 서울과 부산, 의정부 등 전국에 깃발을 꽂았고 2003년 10월에는 아파트 외에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주거통합 브랜드로 확대한다. '아이파크'의 성공은 현대산업개발의 '디벨로퍼' 도약의 바탕이 된다.
압구정현대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HDC현대산업개발)
■ 디벨로퍼 도약 움직임 본격화…차원 다른 수익성으로 성장
현대산업개발은 1999년 정몽규 회장 취임과 함께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됐다. 정 회장의 주도로 현대산업개발은 단순 도급을 넘어 '디벨로퍼', 부동산개발회사 전환을 목표로 설정했다.
정몽규 회장이 취임한 해에 현대산업개발은 현대역사㈜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용산민자역사를 개발하고 국내 최대 규모 쇼핑몰을 공급하는 등 개발사업 역량을 확보했다.
이후로도 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수원시 권선구 일대 토지를 7200억원에 매입해 민간주도 도시개발에 나선다. 수원 아이파크 시티의 첫걸음이었다.
당시 추정 사업비는 최대 3조원이었으며 99만㎡가 넘는 사업부지 면적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사업이었다. 이에 더해 전체 프로젝트 기간만 최소 10년 이상을 바라봤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안정적인 자금운용이 필요했다.
수원아이파크 시티는 최근 11·12단지의 막바지 분양에 나서면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했다. 이외에도 해운대 아이파크 개발을 마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디벨로퍼 역량은 더욱 성장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에 디벨로퍼 도약을 위한 또다른 승부수를 던진다. 정몽규 회장이 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사명을 지금의 HDC현대산업개발로 바꿨다. 그룹은 부동산114(현 부동산R114)를 인수하면서 빅데이터 분야에 대한 투자와 전문역량을 강화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속적으로 디벨로퍼 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다른 건설사와는 차원이 다른 수익성을 보였다.
HDC현대산업개발 출범 첫해였던 2018년에 연결기준 매출은 2조7927억원이었으며 영업이익은 317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1.4%를 나타냈다. 다른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넘기기 힘들었을 때 개발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이후로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엔 13.1%, 2020년에는 16.0%를 기록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H1) 투시도. (자료=HDC현대산업개발)
■ 부동산 경기침체 위기 속 '디벨로퍼' 역량으로 반등 모색
HDC현대산업개발은 '디벨로퍼' 역량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렸으나 광주에서 두 차례의 공사장 붕괴 사고로 타격을 입었다. 이에 더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익성도 악화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2022년 매출은 3조2983억원, 영업이익은 1163억원을 기록했다. 10%를 웃돌던 영업이익률이 3.5%에 그쳤다. 이듬해에도 영업이익률은 4.7% 수준으로 소폭 반등하긴 했으나 좋았던 시절에 비하면 아쉬운 숫자다.
수익성 악화 흐름에서도 개발사업은 여전히 비교적 높은 수익창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크게 하락했던 2022년에 자체주택 사업의 GPM은 16%로 외주주택(5%)보다 월등한 수익창출력을 보였다. 그 다음해에도 자체주택 사업은 11.5%의 GPM으로 9.1%의 외주주택 사업보다 수익성이 높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 반등도 개발사업 역량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H1프로젝트(광운대역세권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더 나은 일상을 위한 보다 더 편리한 공간과 풍요로운 도시환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어 랜드마크적인 사업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 최익훈 대표이사가 신년사에서 밝힌 포부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올해도 최 대표는 "주요 프로젝트인 H1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역세권개발사업에 문자 그대로 '진심'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역세권를 포함한 다수의 개발사업을 통해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윤석 유안타증권연구원은 "HDC현대사업개발이 오는 8월 착공할 계획인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그 규모만 약 4.5조원인 초대형 자체사업"이라며 "매출은 공사가 완공되는 2028년까지 공정률에 따라 인식될 예정으로 사업용지 취득원가가 약 6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GPM 20~30%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와 더불어 복정 역세권 개발, 잠실 스포츠·MICE, 청라의료복합타운 등 계획되어 있는 사업을 고려하면 동사는 향후 3~4년 매출 및 이익 규모 레벨업 가시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강북 개발 맥락에서도 광운대역세권개발사업의 주목도는 높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남권 대개조 계획에서 드러난 서울시의 강북과 강남 균형 개발 기여 및 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 착공 등과 맞물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 개발 확장을 목표로 했던 당시와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본사 이전 카드다. 광운대역세권개발과 더불어 본사를 노원구로 옮기는 걸 계획 중이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이전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상황은 맞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외에도 기업 유치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노원구로의 본사 이전 계획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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