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가 만만치 않다.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 품에서 거침없이 성장하던 신세계건설이 '온실 속 화초'에서 벗어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택사업 확장으로 확실한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적자 누적과 신용등급 하향조정 등 덩칫값을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신세계건설의 자립 전략이었던 주택사업 확장 과정이 불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건설이 대구 달서구에서 분양한 빌리브 라디체 투시도. (자료=신세계건설)
■ 남부럽지 않은 부잣집 자식…풍족한 먹거리에 안정적 성장
신세계건설은 신세계그룹이 1990년대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한 뒤 다수의 자회사를 설립하던 시기에 탄생했다. 1991년 신세계디자인㈜ 창립 이후 1997년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면서 지금의 신세계건설이 됐다. 이듬해에는 자유CC 골프장을 보유한 자유개발㈜을 흡수합병하면서 몸집이 더욱 커졌다.
1999년 국내 주식시장인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하면서 외형 성장을 거듭했다. 주택 사업과 플랜트보다는 그룹 내 유통상업시설 일감이 지속적으로 공급된 게 주효했다. 건설업 면허 취득 4년 만인 2001년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68위로 전년 대비 57계단을 뛰어올랐다. 2004년에는 시공능력평가 48위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로는 꾸준히 50위권 안팎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유지했다. 무리하게 사업을 늘릴 필요도 없었다.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의 유통상업 공사 물량이 꾸준히 나왔다. 특히 이마트가 빠른 속도로 점포를 늘리면서 2006년 매출은 5800억원을 기록했다. 2001년(2900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다.
신세계 계열사가 꾸준히 오프라인 점포 수 확대에 열을 올린 탓에 부동산 경기 리스크도 남 얘기였다. 2000년대 후반이나 2010년대 초반까지 국내 중견건설사들이 장기 불황으로 시름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유통 맏형'을 둔 같은 처지의 CJ건설과 이랜드건설보다도 상황이 나았다. CJ건설은 물류센터 건설이나 연구소 오피스 등에 한정된 편이었고 이랜드건설의 이랜드그룹보다도 신세계그룹의 규모가 훨씬 컸던 탓이다. 신세계건설의 그룹공사 매출 비중은 2011년에는 80%를 넘어섰다.
■ 그룹공사 일감따라 출렁이는 실적…PF에 발목잡히고 레저사업도 '골치'
신세계건설은 그룹공사 일감 외에 골프장 사업을 영위하는 레저사업이 매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좋지 못하다. 2013년 신세계건설은 그룹사 일감이 66%로 감소한 가운데 레저 사업이 122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해 트리니티CC의 운영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와 함께 당시 신세계건설의 적자를 키운 건 서울 길음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청라국제업무타운 사업 등이다.
신세계건설은 2012년에 길음동주상복합개발사업을 품었지만 4개월만에 공사계약이 해지되면서 채무인수 등으로 시행사 차입금 873억원을 손실로 반영했다. 청라국제업무타운 사업도 착공 지연 등으로 250억원 가량의 비용을 처리했다.
신세계건설의 실적 구원자는 그룹일감이었다. 2015년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800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을 넘긴 그해에 그룹 일감도 5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룹공사 매출 비중은 46.4% 였다.
이후로는 2019년까지 신세계건설의 그룹공사 매출 비중은 꾸준히 50%를 넘어섰다. 특히 2016년에는 그룹공사 매출 비중이 81.7&를 기록하면서 1조4380억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건설 정두영 대표. (사진=신세계)
■ 주택사업 확장으로 홀로서기 나섰지만 PF 악몽 '데자뷰'
신세계건설은 자력 생존을 위해 주택사업 확장을 카드로 꺼내들었다. 2018년에 주거브랜드 '빌리브'를 론칭했다. 부동산 경기 활황과 함께 신세계건설의 이 같은 전략은 묘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마침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오프라인 점포 확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계열사 일감이 줄자 신세계건설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던 터다. 특히 2020년에는 956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2015년부터 이어오던 1조 매출이 무너졌다.
이에 신세계건설은 '빌리브'를 앞세워 대구 시장을 중심으로 주택사업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되고 특히 대구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분양 실적이 저조했다.
신세계건설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신세계건설이 대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총 규모는 6291억원으로 분양율이 30% 미만인 사업장들의 총 도급액은 3300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16일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낮췄다. 한신평은 등급 하향 배경에 대해 "예정원가 재산정, 미수금에 대한 대손인식 등으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현금흐름 저하, 당기순손실에 따른 자본 감소 등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되는데다가 추가 대손인식 가능성이 상존해 재무구조 개선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세계건설은 대구 지역에서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에서 대손인식이 본격화되자 올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 903억원을 기록 중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 1678억원이다. 지난해 120억원 가량에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도 적자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경기 악화 외에 원자잿값 상승이 결정타를 날렸다. 누적 매출원가가 1조1511억원으로 매출원가율 99.2%를 기록 중이다. 단순 매출만 놓고 봐도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신세계건설의 실적 위기 돌파구 중 하나인 그룹 일감 수주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신세계건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세계영랑리조트 법인을 흡수하면서 이마트의 신세계건설 지분이 42.7%에서 70.5%까지 늘어난 탓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그룹 물량을 지속적으로 소화하기 힘들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시공은 그동안 신세계건설이 수의계약으로 도맡았지만 최근에는 스타필드 시공사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신세계건설에서만 27년을 보낸 영업본부장 출신 정두영 대표를 구원투수로 세웠지만 실적을 타개할 뚜렷한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룹사 일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3분기 누적 신규 수주는 3436억원에 그치고 있다. 수주잔고도 2조1852억원으로 신세계건설의 연간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2년치에 불과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이 주택 브랜드를 론칭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좀 더 꼼꼼히 살피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일단은 미분양을 털어내야 각종 비용 압박에서 숨통이 트일텐데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단기간 내에 좋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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