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내기 위한 삼성자산운용의 전략을 놓고 뒷말들이 무성합니다. 삼성운용으로선 ETF 1위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할 것 같은 절박함이 느껴지는데요. 'ETF 원조' 삼성운용이 이처럼 조급해 보이는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2008년 5월 21일 삼성 KODEX 삼성그룹주 ETF 상장기념식 당시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강재영 삼성투신운용 사장, 이광수 증권선물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왼쪽부터)> ■ 150조 육박 ETF, 판 흔드는 개인 투자자 ETF 성장 속도는 한마디로 놀랍습니다. 지난해 6월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던 순자산은 약 1년 만인 지난 5일 기준 147조원을 넘어서며 150조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숨이 차 오를 정도의 속도감을 보이고 있는 ETF 시장에는 묘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개인의 투자 자금 유입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ETF 시장은 지난 한해동안 30조원에 육박하는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2조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요. 대부분 기관 자금 등의 비중이 컸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5개월간 증가한 순자산 26조원 중 개인 자금에 의한 증가분은 7조6000억원 규모나 됩니다. 이미 지난 한해 규모의 3배를 넘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선두권 경쟁 구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체 ETF 점유율은 여전히 삼성운용이 앞서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 대상으로만 좁혀놓고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운용을 따돌린 지 오래입니다. 5월 말 기준 미래에셋운용의 개인 대상 점유율은 48.4%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입니다. 반면 삼성운용은 전년 말 36.3% 수준이던 점유율이 4% 이상 하락하며 32.1%까지 떨어진 상태인데요. 더구나 상위 5개사 가운데 개인 투자자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을 보인 건 삼성운용이 유일합니다. ■ 해외ETF '쏠림'에 수수료 인하부터 광고논란까지 '무리수' 다급해진 삼성운용의 판단력이 조금씩 흐릿해진 걸까요. 최근 내놓은 전략들마다 유난히 잡음이 많습니다. 우선 지난 4월 불거진 ETF 수수료 인하 논쟁이 그 중 하나입니다. 업계 1위사가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ETF 4종에 대한 수수료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내리자 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수수료 인하 상품 가운데 토탈리턴(TR)형이 포함됐다는 점은 삼성운용의 현실을 잘 방증하는 일면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해 현재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을 보이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등의 공통점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해외상품 ETF 라인업이 탄탄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삼성운용은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않은 해외 ETF 라인업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수료를 인하함으로써 개인들의 관심을 끌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죠. 특히 TR형은 금융투자소비세가 시행될 경우 장기투자로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던 혜택이 소멸돼 사실상 ‘개점 휴업’이 우려되는 상품군입니다. 이처럼 중장기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품에 온갖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수료를 내린 것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전략이라는 비판입니다. 뒤이어 ‘꼼수 광고’ 논란도 터졌습니다. 파킹형 ETF인 ‘KODEX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 ETF’에 대해 ‘정기예금’, ‘추가금리’라는 문구를 포함시켰다가 금융투자협회의 지적을 받았는가 하면 월배당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흥행하자 ‘월급 받는 ETF’라는 표현을 넣었다가 금융감독원에 신고당하는 상황도 겪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시장에서 1위는 늘 뺏고 뺏기는 타이틀이었습니다. 증권사들의 리테일 시장에서 과거 대신증권을 비롯한 ‘원조’들이 하루 아침에 ‘신흥’ 키움증권에 선두를 내줬고 펀드 시장 역시 시장의 흐름에 따라 절대강자 타이틀은 바뀌어왔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시장의 순리임에도 삼성운용이 이토록 1위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 삼성금융계열사, KODEX 1위 사수에 함께 나선 이유 사실 ETF 시장에서의 순위 역전은 비단 삼성운용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업에 뿌리는 둔 만큼 삼성그룹에서 금융사는 늘 한발 뒤로 물러나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재용 회장에게 유일하게 인정받은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삼성화재의 다이렉트보험, 그리고 삼성자산운용의 ETF입니다. 일찌감치 ‘일류화’를 목표로 삼았던 삼성 입장에서 이 두가지는 반드시 지켜내야 할 중요한 과제일 수 있습니다. 만일 순위가 뒤집힐 경우 당장 금융계열사 전반을 컨트롤하고 있는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의 전략 적합성부터 되짚어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안팎의 관계자들 설명입니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일반적으로 금융경쟁력제고TF를 비롯한 TF 출신들이 계열사 사장단을 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삼성생명 출신인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도 이 같은 코스를 밟은 인물 중 한명입니다. 때문에 언젠가 순위가 뒤집힐 지언정 지금 책임을 맡고 있는 이들로선 이 고비를 어떻게든 넘겨야 하는 게 지상 과제라는 얘깁니다. 이에 삼성생명 뿐 아니라 최근에는 삼성카드까지 삼성운용을 지원사격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57조원 중 계열사 자금비중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당분간 ETF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 보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3월 29일과 4월 4일 'KODEX25-11 은행채(AA-이상)PLUS 액티브'를 200억원 규모를 매수했고, 삼성카드 역시 올해 총 6차례에 걸쳐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를 1조3000억원 가량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어전이 언제까지 유효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애석하게도 삼성운용의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말 3.6%p 였던 미래에셋과의 점유율 격차는 5일 현재 2.49%p까지 좁혀진 상태입니다. “언젠가는 무너질 뚝이란 걸 모르진 않을 겁니다. 다만 내가 자리에 있을 때만큼은 어떻게든 버티고 싶은 거겠죠. KODEX가 삼성운용에 과거에는 영광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버거운 숙제가 돼 버린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결국 수년 전 했던 오너의 ‘칭찬’ 한마디가 이제는 금융계열사 전체에게 사수해야 할 목표 중 하나로 변색돼 버린 형국입니다.

삼성운용이 KODEX에 목숨 건 이유 [뷰파인더]

삼성운용, 수수료 인하부터 광고 논란, 계열사 자금 유입 확대 등 잇딴 '잡음'
개인투자자 대상 MS, 유일하게 후퇴하며 '경고음'
'일류화' 과제 수행에 무리수 지적도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6.10 11:50 | 최종 수정 2024.06.27 16:03 의견 0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내기 위한 삼성자산운용의 전략을 놓고 뒷말들이 무성합니다. 삼성운용으로선 ETF 1위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할 것 같은 절박함이 느껴지는데요. 'ETF 원조' 삼성운용이 이처럼 조급해 보이는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2008년 5월 21일 삼성 KODEX 삼성그룹주 ETF 상장기념식 당시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강재영 삼성투신운용 사장, 이광수 증권선물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왼쪽부터)>


■ 150조 육박 ETF, 판 흔드는 개인 투자자

ETF 성장 속도는 한마디로 놀랍습니다. 지난해 6월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던 순자산은 약 1년 만인 지난 5일 기준 147조원을 넘어서며 150조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숨이 차 오를 정도의 속도감을 보이고 있는 ETF 시장에는 묘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개인의 투자 자금 유입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ETF 시장은 지난 한해동안 30조원에 육박하는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2조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요. 대부분 기관 자금 등의 비중이 컸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5개월간 증가한 순자산 26조원 중 개인 자금에 의한 증가분은 7조6000억원 규모나 됩니다. 이미 지난 한해 규모의 3배를 넘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선두권 경쟁 구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체 ETF 점유율은 여전히 삼성운용이 앞서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 대상으로만 좁혀놓고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운용을 따돌린 지 오래입니다.

5월 말 기준 미래에셋운용의 개인 대상 점유율은 48.4%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입니다. 반면 삼성운용은 전년 말 36.3% 수준이던 점유율이 4% 이상 하락하며 32.1%까지 떨어진 상태인데요. 더구나 상위 5개사 가운데 개인 투자자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을 보인 건 삼성운용이 유일합니다.


■ 해외ETF '쏠림'에 수수료 인하부터 광고논란까지 '무리수'

다급해진 삼성운용의 판단력이 조금씩 흐릿해진 걸까요. 최근 내놓은 전략들마다 유난히 잡음이 많습니다.

우선 지난 4월 불거진 ETF 수수료 인하 논쟁이 그 중 하나입니다. 업계 1위사가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ETF 4종에 대한 수수료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내리자 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수수료 인하 상품 가운데 토탈리턴(TR)형이 포함됐다는 점은 삼성운용의 현실을 잘 방증하는 일면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해 현재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을 보이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등의 공통점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해외상품 ETF 라인업이 탄탄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삼성운용은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않은 해외 ETF 라인업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수료를 인하함으로써 개인들의 관심을 끌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죠.

특히 TR형은 금융투자소비세가 시행될 경우 장기투자로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던 혜택이 소멸돼 사실상 ‘개점 휴업’이 우려되는 상품군입니다. 이처럼 중장기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품에 온갖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수료를 내린 것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전략이라는 비판입니다.

뒤이어 ‘꼼수 광고’ 논란도 터졌습니다. 파킹형 ETF인 ‘KODEX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 ETF’에 대해 ‘정기예금’, ‘추가금리’라는 문구를 포함시켰다가 금융투자협회의 지적을 받았는가 하면 월배당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흥행하자 ‘월급 받는 ETF’라는 표현을 넣었다가 금융감독원에 신고당하는 상황도 겪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시장에서 1위는 늘 뺏고 뺏기는 타이틀이었습니다. 증권사들의 리테일 시장에서 과거 대신증권을 비롯한 ‘원조’들이 하루 아침에 ‘신흥’ 키움증권에 선두를 내줬고 펀드 시장 역시 시장의 흐름에 따라 절대강자 타이틀은 바뀌어왔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시장의 순리임에도 삼성운용이 이토록 1위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 삼성금융계열사, KODEX 1위 사수에 함께 나선 이유

사실 ETF 시장에서의 순위 역전은 비단 삼성운용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업에 뿌리는 둔 만큼 삼성그룹에서 금융사는 늘 한발 뒤로 물러나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재용 회장에게 유일하게 인정받은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삼성화재의 다이렉트보험, 그리고 삼성자산운용의 ETF입니다.

일찌감치 ‘일류화’를 목표로 삼았던 삼성 입장에서 이 두가지는 반드시 지켜내야 할 중요한 과제일 수 있습니다. 만일 순위가 뒤집힐 경우 당장 금융계열사 전반을 컨트롤하고 있는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의 전략 적합성부터 되짚어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안팎의 관계자들 설명입니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일반적으로 금융경쟁력제고TF를 비롯한 TF 출신들이 계열사 사장단을 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삼성생명 출신인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도 이 같은 코스를 밟은 인물 중 한명입니다. 때문에 언젠가 순위가 뒤집힐 지언정 지금 책임을 맡고 있는 이들로선 이 고비를 어떻게든 넘겨야 하는 게 지상 과제라는 얘깁니다.

이에 삼성생명 뿐 아니라 최근에는 삼성카드까지 삼성운용을 지원사격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57조원 중 계열사 자금비중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당분간 ETF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 보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3월 29일과 4월 4일 'KODEX25-11 은행채(AA-이상)PLUS 액티브'를 200억원 규모를 매수했고, 삼성카드 역시 올해 총 6차례에 걸쳐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를 1조3000억원 가량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어전이 언제까지 유효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애석하게도 삼성운용의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말 3.6%p 였던 미래에셋과의 점유율 격차는 5일 현재 2.49%p까지 좁혀진 상태입니다.

“언젠가는 무너질 뚝이란 걸 모르진 않을 겁니다. 다만 내가 자리에 있을 때만큼은 어떻게든 버티고 싶은 거겠죠. KODEX가 삼성운용에 과거에는 영광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버거운 숙제가 돼 버린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결국 수년 전 했던 오너의 ‘칭찬’ 한마디가 이제는 금융계열사 전체에게 사수해야 할 목표 중 하나로 변색돼 버린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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