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가 상승장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회사는 올해도 쉼없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성장을 확신하는 메시지를 던지지만 한번 주춤한 주가는 좀처럼 날개를 다시 펴지 못합니다. 주주환원 정책의 모범사례로 찬사를 받았던 메리츠금융이 왜 요즘같은 랠리에 편승하지 못하는 걸까요.

■ 사들였던 메리츠 주식 내뱉는 외국인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금융업종지수의 상승폭은 무려 17%에 달합니다. 각 종목별로는 하나금융지주가 19.06%로 가장 높았고 15.98%의 우리금융지주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도 7~8%씩 상승했네요.

반면 메리츠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오히려 후퇴(-1.84%)했습니다. 동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폭(13.28%)을 감안하면 15% 가깝게 언더퍼폼한 셈입니다.

지난해에만 두배 가량 오르며 재평가의 ‘정석’을 보여줬던 메리츠금융. 국내 대다수 기업들이 핵심사업을 분리해 중복 상장하는 이른 바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한 반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메리츠금융지주이라는 지붕 아래 하나로 흡수 통합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특히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순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주주환원책까지 내놓으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아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주주환원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국면에서는 투자자들 선택지에 메리츠금융 자리가 없는 듯합니다. 실제 외국인은 최근 3개월간 메리츠금융 주식만 132만주 이상 순매도했습니다.

■ 홈플러스건부터 주주환원 매력도 저하 등 겹쳐

물론 주가 키맞추기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올라온 주가 흐름을 감안할 때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그리 이상할 건 없어 보입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메리츠금융 주가가 지난 4년간 15배 가까운 상승을 기록한 만큼 상대적 관점에서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라며 “현재 시장은 그동안 덜 올랐던 종목들이 수급의 영향을 받아 키맞추기를 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의 펀더멘탈 변화에 대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가볍게 넘길 순 없어 보입니다.

특히 현재 최대 이슈인 홈플러스 투자 건의 경우 1조2000억원이라는 대규모 대출이 있다는 점은 메리츠금융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당초 메리츠는 홈플러스 담보 관련 손실은 없다며 1순위 수익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중 인수합병(M&A)이 추진되면서 메리츠의 담보권 실행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는 것도 사실인데요. 인수합병이라는 터널을 지났을 때 과연 매각가가 청산가치 이상으로 성사될 수 있을지, 소요되는 기간은 어느 정도일지 따져봐야 할 변수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앞선 수많은 사례에 비춰봤을 때 메리츠금융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 관측입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투자로 인한 리스크 반복은 투자자들에게 불편한 재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당시 한국신용평가원은 메리츠금융에 대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기가 저하된 최근에도 국내 기업에 대한 거액의 담보부대출을 통해 위험자산 인수를 이어가고 있다”며 “아직 기업금융 부문에 내재한 높은 위험수준 대비 우수한 수익성을 이어가고 있으나 그룹 내 위험 익스포져 수준을 고려한 주의 깊은 투자 집행과 관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의 입장은 어떨까요. 메리츠금융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면서도 “철저한 리스크관리와 부동산 의존도 하향이라는 방향은 계속 강조되지만 향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존 투자모델 변경 등에 대해 달라질 부분은 없다”고 전합니다. 한마디로, ‘본투비 PF’라는 정체성을 버리기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실적이건만, 공교롭게도 금융시장은 금리인하기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통상 보험사들은 채권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금융 실적의 주축인 메리츠화재의 채권운용수익 감소는 불가피해보입니다. 여기에 부동산 딜 금리도 동반 하락하기 때문에 눈높이를 시장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죠.

“주주환원에 대한 상대적 매력 저하, 회계기준 변경 이후 메리츠화재의 이익성 보전 불확실성, 홈플러스 관련 불확실성 등 메리츠금융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들은 다양합니다. 다만 시장은 항상 답을 보고 숙제를 합니다(기업이 답을 제시하면 시장은 그때 움직인다는 의미). 현재 제기되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주주정책이 구체적으로 시행된다면 다시 2027E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로 떨어져 저평가 영역으로 진입합니다. 지금부터는 회사가 증명해내야 할 때입니다.”

메리츠금융 장기 투자 하우스로 꼽히는 VIP자산운용 김민국 대표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