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고 땜질하고’
취임 4개월차에 접어든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여전히 분주합니다. 1300억원대 파생상품 사고. 손실 규모도 역대급이지만 메가 금융 브랜드로서 신한 이미지에 입힌 타격까지 감안하면 이 사장이 짊어진 무게는 가늠조차 어렵습니다. 비전과 포부로 가득해야 할 취임식 자리에서조차 “절박하고 비장한 마음”부터 고백했던 이선훈 사장. 연일 쏟아지는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시나리오들은 최근 업계의 이목까지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사진=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 관리감독 태만 '진단서'에 충실한 '처방전'
취임 직후 시작된 이 사장의 내부통제 강화 작업은 정교하고도 실질적입니다. 재무관리 담당 조직을 본부로 확대하고, 프로세스혁신본부, 준법지원팀, 운영리스크관리팀 신설 등 조직 정비는 물론 책임 강화를 위한 절차도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준법감시관리자 인력을 확대하고 감사정보분석팀을 가동하는 등의 방안을 추가로 내놨지요. 특히 내부통제 이슈가 발생할 경우 대표를 포함한 전 임원의 성과급 일괄 차감에 이어 부장급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금융사고 원인에 대해 “본부장, 부서장 등 책임자의 관리감독 태만 및 위법 행위 가담”이라는 금융당국의 ‘진단서’를 반영한 치료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조치들에 대해 내부에선 일정 부분 수긍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동안 각 부서별 업무에 대한 현황 파악 등이 명확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조치들을 통해 체계적으로 문서화하고 정비한 것은 의미있다는 판단입니다.
신한투자증권 한 임원은 “금융사들의 일탈행위가 이어지는 요즘, 일부 임직원들의 일탈행위들과 내부 느슨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나온 조치라고 본다”며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잘하라는 임원에 대한 경종을 울린 셈인데, 기본적인 부분들을 잘 지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해왔습니다.
실제 대형사들의 리스크 관리 체계에 비춰보더라도 무리없는 수준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책무구조상 해당 임원이나 대표이사가 최종 책임을 지게 돼 있지만 해당 부서원이나 부서장도 함께 책임을 부담하게 돼 있다”며 “준법관리조직 역시 현업에서 1차, 내부통제조직에서 2차, 감사부서 등에서 3차 스크리닝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 은행맨 사이 증권맨의 '균형'
오히려 증권가 시선은 신한투자증권 조직내 감지되는 미묘한 분위기 변화를 주목합니다.
신한금융지주는 뼈아픈 실책 만회를 위한 적임자로 정통 신한증권 출신 이 대표를 수장으로 낙점했습니다. 대신 3인 사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신한은행 출신인 정용욱, 정근수 사장을 함께 임명했죠. 이외에도 최고위기관리자(CRO)를 맡고 있는 이재성 상무 역시 신한은행과 지주에서 경력을 쌓아온 ‘뱅커’ 출신입니다.
이렇다보니 자칫 조직 분위기가 한쪽으로 경직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흘러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 직원들에게 내려온 점심시간 1시간, 업무시간 내 불필요한 이동 금지 등 근태관리 이슈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솔직히 내부에서도 창피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낮에 누가 좋아서 술 마시나요. 사람 만나고 관계를 맺고 비즈니스 파트너의 제안에 따라 움직이는 게 저희 일인데, 이런 식의 획일적인 조치는 전형적인 은행 마인드로밖에 보이지 않네요.”
사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CEO 출신부터 비교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입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정통 증권맨 출신을 CEO로 이어왔다면 하나증권은 그와 반대되는 선택을 주로 이어왔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그 중간 어디쯤인가를 오가는 사이 업계 주요 증권사 순위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것도 사실입니다.
“증권맨인 이 사장이 방향을 정확히 아시겠죠. 다만 지주의 우려를 씻어낼 만큼 리스크 체제를 완벽히 정비하는 동시에 내부 경쟁력을 함께 높이지 못한다면 이후 회사의 향방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점은 상당한 부담일 겁니다. 지주와 증권 사이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박하고 비장한 마음”을 드러냈던 그날, 이 사장은 “투명성과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증권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약속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최종 결정자인 그의 결정과 선택을 기다리는 안건들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그의 책상에 올라옵니다. 이 대표는 과연 모든 관문의 퀘스트마다 적절한 균형을 찾아갈 수 있을까요. 그 선택들이 만들어낼 신한투자증권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뷰파인더] 코너는 국내 금융회사의 이슈와 전략을 조금 더 실감나게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현재의 기업 전략을 이해하려면 기업의 발자취, 그간의 경영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기업 CEO와 대주주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겠죠.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를 입체적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